이전

리뷰 (7)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71%
  • 리뷰 총점8 14%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14%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9.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깨달은 자의 아름다운 노래
"깨달은 자의 아름다운 노래" 내용보기
‘마루야마 겐지’의 글을 읽으면 늘 들뜬다. 그의 글이 나를 선동하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고무되어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동안 나의 들뜸은 소설의 주인공이 나에게 투영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수필집을 읽으면서 또 들뜬다. 가슴이 벅차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다. 70세를 바라보는 노 작가의 글은 달관의 경지에 있고,
"깨달은 자의 아름다운 노래" 내용보기

 마루야마 겐지의 글을 읽으면 늘 들뜬다.

그의 글이 나를 선동하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고무되어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동안 나의 들뜸은 소설의 주인공이 나에게 투영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수필집을 읽으면서 또 들뜬다.

가슴이 벅차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다.

70세를 바라보는 노 작가의 글은 달관의 경지에 있고, 그것은 나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그렇다고 이 책이 데모를 부추기는 사상서란 말은 아니다.

그리고 나도 선동을 당할 말한 나이도 아니다.

 

이 책은 정원을 가꾸는 정원 집사의 사계절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런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은 그의 글 솜씨 탓이기도 하겠지만

사계절의 정원에서 피고 지는 꽃과 나무를 통해 말하는 인생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겨울을 뚫고 찾아온 생명.

이 생명이 움트고, 꽃을 피울 때 그는 꽃의 화려함에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꽃이 져버리는 슬픔 때문에 그는 절망에 가득 차 한탄 늘어놓는다.

용맹한 자로 인식되던 마루야마 겐지의 절망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정말 즐겁다.

 

그러나 나의 즐거움은 잠깐 이고

그는 곧 꽃을 보내고 푸른 잎의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의미를 찾아내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 한다.

 

P80-81

풀잎도 나뭇잎도 한계까지 짙푸르러지고 도톰해지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종국에는 행복의 부스러기마저 소멸시켜 버린 듯 한 표정의 나를 향해 계몽적인 말을 던져 준다.

끝없는 변화가 당연한 이 세계에서 꽃의 계절만을 돌아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쾌락과 고통이 나뉘기 어려운 이 생애를 뚫고 나가야 하는 존재이므로, 결코 한때의 더 나은 상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 한다. 늘 현재에 밖에 존재하지 않는 자신을 파악하고, 그때그때 자신을 다스리자고, 또 그리하며 살아가도록 된 숙명이고 끝을 맺는다.”

 

 최근에 읽은 수필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등에서 추상 같은 호령으로 나를 일깨웠다.

위에 언급한 책들 보다 먼저 쓴 이 책에서는 한없이 자연에 승복하는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 모습을 느낀다.

마루야마 겐지의 글을 읽으며 자연의 힘을 다시 한 번 인식한다.

어느 누구의 지배 받지 않을 것 같은 마루야마 겐지가 나무와 꽃의 집사로 헌신하고 있다니...

**

우리네 인생도 죽음을 가진 유한한 생명체이기에 늙어간다.

그의 말 대로 자연의 사계에서 꽃의 계절만 집착해서는 안 되겠지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나에게

그의 말을 빌려서 말한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m***8 2015.09.18. 신고 공감 5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이번엔 좀 다른 에세이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이번엔 좀 다른 에세이" 내용보기
현재 국내에 마루야마 겐지의 에세이가 6권 나와 있다. 그 중 5번째로 읽었는데, 이전의 4권(그러니까 <소설가의 각오><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나는 길들지 않는다>)와 분위기가 좀 다르다. 가장 최근작이어서 그런가? 기세 등등한 패기는 여전히 밑바닥에 깔리지만, 오만과 독설의 분위기가 없다. 묵묵히 정원이나 채마밭을 가꾸는 선승같은 분위기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이번엔 좀 다른 에세이" 내용보기

현재 국내에 마루야마 겐지의 에세이가 6권 나와 있다. 그 중 5번째로 읽었는데, 이전의 4권(그러니까 <소설가의 각오><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나는 길들지 않는다>)와 분위기가 좀 다르다. 가장 최근작이어서 그런가? 기세 등등한 패기는 여전히 밑바닥에 깔리지만, 오만과 독설의 분위기가 없다. 묵묵히 정원이나 채마밭을 가꾸는 선승같은 분위기다.  

 

1월 버릴 수 없다면 정원사가 되지 마라
2월 사철 내내 꽃을 피울 수는 없다
3월 한 마리 새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별별 일을 다 겪는다
4월 성장하고 싶다면 가지를 쳐내라

5월 봄의 들놀이가 수만 권을 읽는 것보다 낫다
6월 존재하는 것들의 유일한 명제는 오로지 살아남는 것이다

7월 꽃을 돌아보지 마라
8월 당신을 타락시키는 유혹은 언제나 당신으로부터 시작된다
9월 예술의 진정한 힘의 원천은 생명체 간의 투쟁 그 자체다
10월 단풍에 취한 찰나로도 충분하다
11월 현실과의 투쟁을 피할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12월 가장 아름다운 장미는 바람에 단련된 것이다
후기 무죄 선고를 받은 피고인처럼 

 

위의 목차에서 한 눈에 알 수 있듯, 책은 각 달별로 저자가 정원을 가꾸면서 생각하고 깨달은 내용을 담고 있다. 다달이 자연의 변화를 정밀하게 묘사한 12폭 병풍을 보는 기분이다. 저자의 정원과 함께, 정원을 손질하며 같이 다달이 흔들리고 변화하다,,, 다시 중심을 잡는 저자의 생활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이번 에세이집은 저자의 기존 작품으로 말하자면, 독설 가득한 에세이와 산문시같은 소설의 중간 정도 성격이다.

 

장미와 바람, 그 둘은 바로 삶 자체를 상징한다. 이 둘의 싸움이야말로 현세를 넘어선 생명 본연의 자세를 시사하는 것이다. 이 쓰라린 세상이 단순히 우연과 인연의 연속에 불과하다고, 혹은 망각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라고, 혹은 자기 자신을 저주할 수밖에 없는 끔찍한 지옥이라고 단정하기 전에, 좋아하는 장미 한 송이를 생각해 보자. 때와 장소에 엄격히 제약받는 그 장미가 어떻게 가혹한 바람을 견디며 꽃을 피우는지를.

-130쪽에서 인용

 

아, 그래서 여성스런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이분이 표지에 장미를 실었구나. 뜻밖에 예쁜 표지와 달리, 이번 에세이집에서도 마루야마 겐지는 변함없이 자신과 세상과 대결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그런데, 뒤로 더 읽어가니 이런 대목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우연에 의해 주어진 이 삶을 가벼이 여기는 마음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필요할 정도까지 중히 여길 것도 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한다. 이런 유연한 마음이 화창한 봄날 오후의 숲을 거니는 것 같은 기분에 젖어들게 한다. 지금까지 내 삶을 육십 몇 차례 지나간 봄이다. 언제까지나, 가능하면 생애 마지막 호흡을 할 때까지 이 기분이 계속되길 바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정원과 소설에 딱 맞는 몸과 마음으로 노년기를 맞이한 게 행운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행운이란 말인가."

이런 유익한 조언을 또다른 나에게서 듣는다.

- 139 ~ 140쪽에서 인용

 

오오! 이 분! 전에 읽었던 에세이보다 좀 착해지셨다. 유해졌다. 하지만 나는 <소설가의 각오>에서 소설을 시작하며 불안해하던 몇 십 년 전의 문장들을 읽고 기억하기에, 자신이 원하던 모습 그대로 나이든 저자에게 미소를 보내게 된다. 이런 말 웃기지만, 이 분, 잘 늙으신 것 같다.

 

m******n 2015.07.08.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찔레꽃내음을 바람과 함께 마신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찔레꽃내음을 바람과 함께 마신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내용보기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11찔레꽃내음을 바람과 함께 마신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마루야마 겐지 글 이영희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2015.5.8.  나는 오늘 시골에서 살지만, 서른 언저리까지 도시에서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시골에서 두 아이를 건사하면서 삶을 짓지만, 우리 어버이는 나를 도시에서 낳으셨습니다. 나는 서른 언저리까지 도시에서 내 땅이라
"찔레꽃내음을 바람과 함께 마신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내용보기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11



찔레꽃내음을 바람과 함께 마신다

―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마루야마 겐지 글

 이영희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2015.5.8.



  나는 오늘 시골에서 살지만, 서른 언저리까지 도시에서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시골에서 두 아이를 건사하면서 삶을 짓지만, 우리 어버이는 나를 도시에서 낳으셨습니다. 나는 서른 언저리까지 도시에서 내 땅이라고 할 만한 보금자리를 조금도 못 누리는 채 살았고, 우리 아이들은 비록 얼마 안 되는 우리 땅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럼없이 뛰고 달리고 파고 뒹굴고 뒤집고 밟을 수 있는 보금자리를 누리면서 삽니다.


  어버이로서 아이와 누릴 삶이란 바로 ‘우리 숲’이고 ‘우리 마당’이며 ‘우리 나무’요 ‘우리 꽃’이자 ‘우리 풀’이라고 느낍니다. 아이와 나란히 씨앗을 심을 만한 땅을 보살필 노릇이고, 아이와 어버이가 함께 웃고 노래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넉넉히 일굴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손수 가꾼 정원이란, 특별히 사계절 내내 꽃이 가득 찬 공간이 아니다. 하늘에 들어찬 별처럼 찬란한 만개의 순간을 일 년에 며칠 정도만 엿볼 수 있게 해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어디까지나 사적인 소우주에 다름 아닌 것이다 … 인생에서 겨울은 좌절의 기간이다. 식물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것도 새로운 비약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 취미란 게 대체로 그런 것 아닌가.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리석은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  (9, 24, 50쪽)



  예부터 지구별 모든 사람은 스스로 삶을 지었습니다. 왜 스스로 삶을 지어야 하는가 하면, 예부터 지구별 모든 사람은 밥과 옷과 집을 스스로 얻어야 했으니, 스스로 삶을 지어야 했습니다. 아기가 아니라면 누구나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지어야 합니다. 몸이 아파서 드러눕지 않는다면 마땅히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건사해야 합니다.


  오늘날에는 지구별 거의 모든 사람이 돈을 벌기만 할 뿐, 스스로 삶을 짓지 않습니다. 오늘날에는 지구별 거의 모든 사람이 ‘전문 일자리’에 얽매일 뿐, 스스로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기자나 의사나 교사나 운전사나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법관이나 경찰이나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공장 일꾼과 같은 ‘한 가지 일만 하는 전문가’로 있을 뿐, 밥이나 옷이나 집을 손수 지어서 가꾸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오늘날에는 참말 거의 모든 사람이 돈을 벌기만 해서 돈을 쓰기만 하는 하루를 보냅니다. 흙을 만질 겨를이 없고, 흙을 헤아릴 틈이 없으며, 흙을 밟거나 흙내음을 맡거나 흙숨을 쉴 자리가 없습니다.



.. 산길에서 만나면 “아, 꿩이 있구나.”로 끝나겠지만, 우리 집 안이라는 너무나 친근한 장소에서 꿩을 목격하자 감동과 흥분이 뒤따랐고, 깊게 교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진심으로 일었다 … 여름 정원을 운치가 없는 지루한 공간이라 규정한 것은 너무 조급했다. 무의미한 단색으로 유린된 가련한 공간으로 보는 것은 더 큰 잘못이다 … 평화를 넘어 타락의 소굴로 변한 이 나라는 정신은커녕 영혼까지 통째로 뺏길 위험에 처해 있고, 어느새 따라야 할 모범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완전히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려 있고, 자신을 계속 압박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자기기만의 재능이 뛰어난 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  (34∼35, 81, 92쪽)



  마루야마 겐지 님이 쓴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바다출판사,2015)라는 책을 읽습니다. 이 책은 마루야마 겐지 님이 누리는 시골살이 가운데 한 토막을 넌지시 보여줍니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 곁님이랑 둘이 조용히 깃들어서 살며 누리는 이야기를 곰곰이 들려줍니다. 다만, 곁님 이야기를 이 책에 적지 않습니다. 오직 마루야마 겐지 한 사람이 누리고 바라보며 생각하는 이야기를 차근차근 적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라는 책은 어떤 이야기를 적은 책일까요? 마루야마 겐지 님은 ‘정원 일’을 적었다고 밝힙니다. 그러면 ‘정원’은 어떤 곳일까요? 일본사람은 ‘庭園’이라는 한자말을 쓰는데, 한국말로 옮기면 ‘뜰’이나 ‘꽃밭’입니다. 그러니까, 마루야마 겐지라고 하는 일본사람이 350평짜리 ‘뜰’이나 ‘꽃밭’을 가꾼 열두 달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 정원 가꾸기는 언어, 그림 도구나 악보, 암석이나 점토, 금속이나 유리처럼 경험을 통해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식물을 상대로 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그렇게 쉽고 순조롭게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가 없다 … 안타깝게도 아주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예술은 아직 예술을 흉내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 피상적인 미의 세계는 금세 바닥을 드러내고, 비슷하게 흉내내고 다시 찍어내는 행위가 횡행한다 … 바람 없는 맑은 날 오후였다. 단풍이 절정에 이른 정원에 한 걸음 내디딘 순간, 처음으로 땅에 적응해 길들여진 인간이 된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  (97, 102, 106쪽)



  뜰이나 꽃밭은 ‘텃밭’이 아닙니다. 풀꽃과 꽃나무를 심어서 돌보는 곳이 뜰이거나 꽃밭입니다. 그러니까, 마루야마 겐지 님도 이녁이 손수 먹을 밥을 돌보려고 하는 밭자락이 아닌,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면서 생각을 곱게 북돋울 마음으로 가꾸는 뜰이요 꽃밭인 셈입니다.


  그런데, 마루야마 겐지 님은 뜰이거나 꽃밭인 땅을 가꾸고 손질하면서 찬찬히 깨닫습니다. 이를테면 “위대한 철학자들이 만약 정원 꾸미기에 정신을 쏟을 수 있었다면, 그들은 진정 기뻐하며 위대한 범인으로써 생애를 장식할 수 있지 않았을까(126쪽).” 같은 깨달음입니다. 이 말은 다른 ‘철학자’와 ‘지식인’한테 외치는 말이면서, 바로 마루야마 겐지 님 스스로한테 외치는 말입니다. 마루야마 겐지 님 스스로 뜰이요 꽃밭을 가꾸면서 ‘나 스스로 가장 수수한 삶을 사랑하면서 즐긴다’고 하는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마루야마 겐지 님을 비롯해 수많은 ‘전문가’와 ‘작가’가 저마다 제 텃밭을 누리거나 논을 일굴 수 있다면, 훨씬 더 수수하면서 투박한 삶이 될 테고, 저마다 스스로 가장 고우면서 참다운 숨결로 거듭나서 사랑과 꿈을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정원은 가능한 색채를 모두 동원해, 조금 지쳐 있던, 아니, 어쩌면 아사 직전에 빠져 있었을지도 모를 영혼을 금세 치유하고, 기쁨으로 부풀어 오르게 했다 … 단풍이 선사한 도취의 하루를 경험할 수 있다면 그로써 훌륭한 생애는 아닐까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 무엇이든 겉만 봐서는 본질에 가까워질 수 없다. 직접 손으로 만짐으로써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 읽는 것은 머리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쓰는 것은 정원 일처럼 육체적 노동이 동반된다 … 읽는 것은 감상이고, 쓰는 것은 연주이다. 연주를 하려면 당연히 거듭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체험과 경험이 밑받침되지 않는 지식과 정보에 매달려 살아가려는 사람은, 경솔하게 산 사람보다도 더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  (108, 110, 120, 121쪽)



  삶은 누구나 스스로 짓습니다. 삶짓기입니다. 밥을 지어서 밥짓기이고, 옷을 지어서 옷짓기이며, 집을 지어서 집짓기입니다. 삶을 짓는 까닭은 밥과 옷과 집을 짓기 때문에 삶짓기인데, 흙을 지어야 밥과 옷과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흙을 지어서 풀열매가 나옵니다. 흙을 지어서 풀줄기에서 실을 얻습니다. 흙을 지어서 나무가 우람하게 자란 뒤에 집을 짓습니다.


  사람이 가꾸는 나무는 ‘내가 누리지 않’습니다. 사람이 가꾸는 나무는 ‘내가 낳은 아이가 누립’니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나무는 옛사람이 나를 헤아리면서 심어서 가꾸었습니다. 그러니, 내가 오늘 이곳에서 나무를 심어서 가꾸지 않으면, 내 뒤를 이어서 자라거나 살아갈 사람이 누릴 나무가 없습니다.


  내가 오늘 삶을 지어야 나부터 즐거운 하루가 되고, 내 뒤를 이어 이 지구별에서 보금자리를 일굴 아이들이 즐거운 터전을 가꿉니다. 내가 오늘 삶을 짓는 이곳은 내 앞사람이 슬기로운 마음으로 기쁘게 가꾼 터전입니다.



.. 서재에 틀어박혀 관념에만 매달리고, 나 혼자 인간과 세계 전체를 파악하려 하면 어떤 천재라도 결국은 고뇌로 인한 고뇌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 도시가 이상한 세계이고, 생물들이 살 만한 공간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는 걸 진심으로 설득할 사람이 없다면, 그 중요한 역할의 일부를 내가 담당해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자연으로부터 나는 책 수만 권을 독파하는 것 이상의 대발견을 계속 하고 있다 … 바람은 장미를 단련시켜 진정한 아름다움을 부여하고, 장미는 바람에 향기를 실어 보낸다 ..  (127, 128, 132쪽)



  열두 달 이야기를 차곡차곡 갈무리한 글을 읽습니다. 마루야마 겐지 님은 처음에는 풀과 나무를 이야기하는듯이 보였으나, 책을 마무리할 즈음에는 ‘도시에서 사는 이웃’한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한 자락 읊습니다. “도시가 이상한 세계이고, 생물들이 살 만한 공간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128쪽).” 같은 이야기를 즐겁게 노래하듯이 말합니다. 마루야마 겐지 님이 읽는 ‘책’은 도시에 있는 인문학자가 지식으로 쓴 글꾸러미가 아니라, 시골에서 손수 일구는 풀과 나무가 들려주는 ‘숲책’이라는 이야기를 기쁘게 노래하듯이 말합니다.


  책을 마무리지으면서 적은 “바람은 장미를 단련시켜 진정한 아름다움을 부여하고, 장미는 바람에 향기를 실어 보낸다(132쪽)” 같은 대목에 천천히 밑줄을 긋습니다. 나는 이 마음을 날마다 느낍니다. 나도 시골자락 우리 보금자리에서 바로 이 이야기를 아침저녁으로 아이들과 누립니다.


  장미꽃내음이 얼마나 짙은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길가에 핀 장미꽃이나 놀이공원에 가득한 장미꽃이 아니라 ‘우리 집 꽃밭’에서 핀 장미꽃이 얼마나 깊고 짙으며 너른 냄새를 나누어 주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오월은 시골자락마다 찔레꽃이 피는 철입니다. 찔레꽃이 피는 철은 들딸기가 빨갛게 익는 철입니다. 하얀 찔레꽃 사이사이 새빨간 들딸기알이 알록달록 어우러집니다. 찔레꽃내음과 들딸기알내음이 어우러지는 바람을 마시면, 손으로 열매를 훑어서 먹지 않아도 온몸이 배부릅니다. 마루야마 겐지 님은 바로 이런 꽃내음과 바람노래를 언제나 누리기에 ‘뜰이나 꽃밭을 가꾸는 삶노래’를 조곤조곤 글로 적어서 멋지게 책으로 엮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4348.5.16.흙.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인문책 읽기)



h*******e 2015.05.16.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는 것이 재미있다
"사는 것이 재미있다" 내용보기
사는 것이 재미있다 박용범 독서작가(2022)     가장 아름다운 장미는 바람에 단련된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다 갈 수는 없다. 버릴 수가 없다면 정원사가 되지 마라. 정원 가꾸기도 인생과 비슷해 몇 년간 경험을 쌓아 왔다고 해서 좀처럼 생각한 대로 되지는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식물들을 정원에 모아 심어 놓고 물과 비료만 주면 저절로 정원 모양이 난다고 생각하는
"사는 것이 재미있다" 내용보기

사는 것이 재미있다

박용범 독서작가(2022)

 

 

가장 아름다운 장미는 바람에 단련된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다 갈 수는 없다. 버릴 수가 없다면 정원사가 되지 마라. 정원 가꾸기도 인생과 비슷해 몇 년간 경험을 쌓아 왔다고 해서 좀처럼 생각한 대로 되지는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식물들을 정원에 모아 심어 놓고 물과 비료만 주면 저절로 정원 모양이 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정원과 자연의 결정적 차이는, 간단히 말하면 질서와 무질서의 차이다. 정원에 한 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끊임벗는 손질이 필요하고 인위적으로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 질서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얻으려면 필연적으로 진화와 심화의 길을 더듬으면서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끝없이 추구하고 착실히 노력하는 시간을 겹겹이 쌓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아름다움은 무한하고 끝이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을 얻는데 발을 들여 정도(正道)를 걷는 참맛을 알게 된 사람은 두 번 다시 그 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철 내내 꽃을 피울 순 없다. 새라고 해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별별 일을 다 겪을 것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성장하고 싶다면 가지를 쳐내야만 한다. 가지를 쳐내야 성장할 수 있다. 봄의 들놀이가 책 수만 권을 읽는 것보다 낫다. 우선은 봄에 젖어들어야 한다. 자연에 탐닉하다 보면 새 생명의 소중함을 간절히 느끼게 된다. 존재하는 것들의 유일한 명제는 오로지 살아남는 것이다. 행복 따위는 어차피 환상이고 신기루이며 무지개다.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무리 큰 소리로 불러도 대답해 주는 것이 아니다. 진리 중의 진리는, 모든 생명체는 변모 끝에 결국 죽음에 포섭돼 버린다는 것이다. 동물, 식물을 막론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유일한 명제는 그저 살아남는 것뿐이며, 결코 다른 무언가가 아니다.

 

 

당신을 타락시키는 유혹은 언제나 당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삶의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개인'이다. 신성불가침 한 존재는 당신 자신이며, 다른 누군가가 아니다. 마음이 부패해지는 것에 나날이 몸을 맡기면 당신은 진실의 대도(大道)에서 멀어지게 된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명석한 지성도 빼앗겨 정부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는 천박한 대중으로 바뀌어 버린다.

예술의 진정한 힘의 원천을 생명체 간의 투쟁 그 자체다. 생명의 충만함과 멀어지며 늙어 가기만 하는 자신과, 또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고, 머지않아 무의 상태로 떨어져 버릴 운명을 절실하게 느낀다. 한계란 없으며 나는 죽지 않으리라는 그 행복하고 공허한 젊은 시절의 환상도 어느덧 사라지고, 이젠 오로지 현재의 육체에 매몰돼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내적 본질에 침잠해 갈 뿐이다. 그렇다고 살아남아 보이겠다는 자신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그 증거로 가슴속 어딘가에 희망이 여전히 건재하며 들러붙어 있다.

 

 

예술은 죽지 않았다. 예술은 씩씩하게 살아 있다. 죽은 것은, 선이 가는 타입이라는 걸 유일한 자랑거리로 삼고 어중간한 재능밖에 없는 예술가와, 그들을 지탱해 온 같은 부류의 사람들뿐이다. 단풍에 취한 찰나로도 충분하다.

온 세상이 죄에 파묻히든, 인간이 생존 경쟁만을 수행하는 생명체로 있든, 지구란 행성이 호전적인 부자들이 다스리는 행성으로 있든, 우리의 미래를 옥죄고 있는 것이 우리 자신이든, 법이 추구하는 정의의 확립이 망상과 같은 것이든, 삶의 목적과 존재 이유가 영원한 수수께끼이든, 연약한 생명체가 모두 멸종되는 것이 자연의 대법칙이든 아니든 단풍이 선사한 도취의 하루를 경험할 수 있다면 그로써 훌륭한 생애가 아닐까 싶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투성이, 불쾌한 것투성이, 지긋지긋한 것투성이, 그렇기 때문에 사는 것이 재미있다고 발상을 전환하는 데 성공하지 않으면 진흙으로 만든 인형 같은 일생을 보낼 수밖에 없다.

도시는 생물이 살 만한 공간이 아니다. 시대와 문명이 사람들의 각보다 너무 빠르게 발전해 이제 자연을 상대로 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소수로 한정되어 가고 있다. 대부분 사람은 책상에 묶여 있거나, 상품을 판매하거나, 반자연적인 열악한 환경에서 반자연적인 육체노동에 종사하면서 육체와 영혼 모두 죽어가는 인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극락은 저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의 정원이야말로 천국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날이 발전하는 유일무이한 극락정토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유치하고 비열한 환상에서 태어난 절대적 존재가 아니라, 흔한 일상의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하며 덧없는 생명의 실을 무서울 정도로 끊임없이 잣고 있는,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일개 살아 있는 인간임에 틀림없다. 단 한 번 단풍의 향기에 감싸인 경험을 할 수 있다면, 흙으로 돌아가는 숙명 따위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듯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마루야마 겐지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

 

y****a 2022.02.0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내용보기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저자 마루야마 겐지/출판 바다출판사/발매 2015.05.08.     P118 낙엽 위를 걷고 있으면 올 한 해 정원의 편력이 끝난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식물이 잘 해냈다.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훌륭하게 핀 꽃도, 잎이 무성하게 자란 초목도, 그다지 성장하지 못한 초목도 대업을 이루려는 강한 의지를 내년 봄으로 넘기고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내용보기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저자 마루야마 겐지/출판 바다출판사/발매 2015.05.08.

 

 

P118

낙엽 위를 걷고 있으면 올 한 해 정원의 편력이 끝난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식물이 잘 해냈다.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훌륭하게 핀 꽃도, 잎이 무성하게 자란 초목도, 그다지 성장하지 못한 초목도 대업을 이루려는 강한 의지를 내년 봄으로 넘기고 긴 겨울잠에 들어가려 한다. 그들에게는 끝없이 반복되는 시련을 극복해 갈 생기와 풍요로운 미래가 있다. 비참한 처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한 노년에 접어드는 것은 나밖에 없다.

 

 

P129

나는 책 수만 권을 독파하는 것 이상의 대발견을 계속하고 있다.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고 앞으로 몇 년 정도 정원 가꾸기와 집필에 몰두하면 어쩌면 영혼의 해방이라는 세계를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종교가 목표로 하지만 도달하지 못한 그 세계 말이다.

 

 

P12

들장미 하나도 살아남기 위해 전부를 던진다. 산 것들의 이런 투쟁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정원이다. 그 틈을 타 초목은 계속되는 비와 장마 이후 쏟아지는 햇빛을 최대한 활용해 무서울 정도로 성장해 간다. 억세고 끈질김에 있어서는 동물을 능가할 정도이다. 잎의 수를 배의 배로 늘리고, 가지를 늘릴 수 있을 만큼 늘리며, 쉬지 않고 뿌리도 뻗어 나간다. 공존이나 협조의 정신 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 있는 것은 적자생존이란 가혹한 경쟁뿐이다. 으르렁거리는 소리 하나 없는 침묵의 투쟁이 낮이고 밤이고 계속되는 것이다.

 

 

P126~127

서재에 틀어박혀 관념에만 매달리고 나 혼자 인간과 세계 전체를 파악하려 하면 어떤 천재라도 결국은 고뇌로 인한 고뇌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급기야 광기의 거친 바다에 내던져지는 처지가 되고, 비굴한 기분에 내몰려 자살이라는 최악의 답을 내놓게 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인간도 엄연히 동물의 일원이다. 그런 만큼 육체를 충분히 사용해 현실의 큰 덩어리로서 자연계와 타협하고 최종적으로는 융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해발 750미터에 위치한 그의 집은 정원을 가꾸기엔 열악한 조건이지만 그는 정원에 온 마음을 다 바치고 애를 쓰고, 전전긍긍하며 열정적인 정원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P80~81

풀잎도 나뭇잎도 한계까지 짙푸르러지고 도톰해지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종국에는 행복의 부스러기마저 소멸시켜 버린 듯한 표정의 나를 향해 계몽적인 말을 던져 준다. 끝없는 변화가 당연한 이 세계에서 꽃의 계절만을 돌아봐서는 안 된다. 쾌락과 고통이 나뉘기 어려운 이 생애를 뚫고 나아가야 하는 존재이므로, 결코 한때의 더 나은 상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늘 현재에 밖에 존재하지 않는 자신을 파악하고, 그때그때 자신을 다스리자고, 또 그리하며 살아가도록 된 숙명이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마루야마 겐지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

 

y****a 2021.05.1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석양이 아름다울리 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석양이 아름다울리 없다" 내용보기
사실 마루야마 겐지는 독설가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의 책 '시골이란 그런것이 아니다'를 읽고 그의 매력에 반해서 마루야마 겐지의 책을 몇 권 구입했다.   이 책을 읽어보면 까칠하고 독설가인 그의 내면이 어떤지를 조금은 파악할 수 있다. 그는 독설가일지 모르지만 마음은 여느 사람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해발 750미터에 위치한 그의 집은 정원을 가꾸기엔 열악한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석양이 아름다울리 없다" 내용보기

사실 마루야마 겐지는 독설가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의 책 '시골이란 그런것이 아니다'를 읽고 그의 매력에 반해서

마루야마 겐지의 책을 몇 권 구입했다.

 

이 책을 읽어보면 까칠하고 독설가인 그의 내면이 어떤지를 조금은 파악할 수 있다.

그는 독설가일지 모르지만 마음은 여느 사람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해발 750미터에 위치한 그의 집은

정원을 가꾸기엔 열악한 조건이지만 그는 정원에 온 마음을 다 바치고

애를 쓰고, 전전긍긍며 열정적인 정원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곳보다 봄이 늦어 왠지 손해보는 느낌을 갖으면서도

1년 내내 정원의 노예처럼 정원일에 매여 있는 그의 모습이 왠지 코믹해보이기도 하고

정원일이 그리도 좋을까 하는 생각뒤로 약간의 부러움도 든다.

 

정원이 늦은 절정에 이르르면 그는

'이 세상 봄의 중심은 역시 이곳이 틀림없다'며 자만심에 흐믓해한다.

 

사람의 삶처럼 정원에도 성취감과 절망감, 실패와 성공이 교차한다.

때론 삶이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듯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정원은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변화하기도 한다.

 

최고의 정원을 계획하고 만들려는 그의 의지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어서

불안에 떨며 결과를 기다리기도 한다.

 

그는 사계절 꽃이 만발한 정원을 원하지는 않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완벽히 충만한

정원의 모습을 보길 원한다.

이처럼 소설가로써도 완벽함을 추구하기에 자신과 타인에게 엄격한

독설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사계절 변화하는 정원은 그에게 소설가와 문학보다 더 중요한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준다.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바쳐 이루고자 하는 아름다움

그것을 얻기 위해 끝없이 추구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철학은

소설가와 정원사 모두에게 해당된다.

 

12달에 걸쳐 정원이 변화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다는 것을 배울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s*******8 2016.02.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마루야마 겐지]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마루야마 겐지]" 내용보기
흐미...연달아 읽은 책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다. 그리고 쓸쓸해진다. 그 칼날같은 사람이 이렇게 무뎌질 수 있을까.사람이 나이를 먹고, 이런 저런 연륜이 쌓이면,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걸까.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었는데도 남는게 없다.내가 듣고 싶은 잔소리나, 꼬장 꼬장한 그의 지적질이 없어서인가...단조로운 그의 글이 낯설다. 물론, 좋아하는 작가들이 항상 주옥같은 작품만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마루야마 겐지]" 내용보기

흐미...연달아 읽은 책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다.


그리고 쓸쓸해진다.

그 칼날같은 사람이 이렇게 무뎌질 수 있을까.

사람이 나이를 먹고, 이런 저런 연륜이 쌓이면,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걸까.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었는데도 남는게 없다.

내가 듣고 싶은 잔소리나, 꼬장 꼬장한 그의 지적질이 없어서인가...

단조로운 그의 글이 낯설다.


물론, 좋아하는 작가들이 항상 주옥같은 작품만을 펴낸 것은 아니다.

명성에 맞지 않게 중간 중간 허접한 글도 부지기수로 낸 작가도 많다.

마루야마 겐지도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전혀 다른 글을 썼다니, 놀라울 뿐.


박완서 선생님도 말년에는 소설보다는 짧은 글들을 줄창 쓰셨다.

마루야마 겐지도 이젠...소설의 필력은 없어지고, 살아온 인생을 되짚어보는 글쓰기로 전향한 것인가.

뜬금없이 정원 가꾸기는 뭐고...정원을 가꾸더라도, 어느날 갑자기 확 늙어버린 사람처럼 왜 글에서 생기가 빠졌는지 모르겠다.


책도 재미없었지만, 읽는 내내..아주 익숙한 작가의 전혀 다른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 하다.


YES마니아 : 로얄 c******m 2016.04.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