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간에 배운 내용이다. 직접 민주주의의 원형과 한계.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빠진 설명이 있다. 바로 '추첨민주주의'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대부분의 공직을 추첨으로 뽑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시민들은 일생에 한 번쯤 공직자가 될 수 있었고, 바로 그 이유로 민주주의의 참여율이 높았다. 어떻게 보면 발칙하고 이상하기까지 한 추첨민주주의. <추첨민주주의 강의>는 고대 아테네의 추첨민주주의를 현대에, 아니 한국사회에도 적응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대한민국 인구만 해도 5천 만에 육박하는데, 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추첨을 통해 국회의원을 뽑자고? 아무런 전문성도 없는, 멍청한 사람이 뽑히면 어떡하려고? 최악의 독재자가 탄생할 수도 있는데? 추첨 자체에 부정부패가 생기면 어떡하나? 당장 걱정부터 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걱정들을 시원하게 타파하는 책이다. 우선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why를 살펴보자. '왜 추첨민주주의인가?' 저자는 민주주의의 요체로 자유, 평등, 합리성, 대표성, 공공선, 통합, 시민덕성 함양을 꼽는다. 그런데 지금의 (대안적·간접적) 민주주의는 어떤가? 선거할 때만 자유롭고 평등하며, 합리성과 대표성은 부족하고, 공공선과 통합은 아예 실현목표에서 빠진 지 오래이며, 시민덕성 함양은 고려조차 된 적이 없다. 저자는 이것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라고 주장하며, 이를 타개할 방법은 추첨민주주의 뿐이라고 말한다.
선거 없이 누구나 주인이 될 기회를 '평등'하고 '자유'롭게 보장받으며, 선거보다 더욱 대표성을 띠고 있고 합리적인 데다가, 공공선과 통합의 측면에서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시민덕성 함양에는 더없이 좋은 제도. 저자는 추첨민주주의의 장점을 민주주의의 요체들을 통해 설명한다. 이어지는 내용은 추첨민주주의의 대안적 실현방법이다. 저자에 따르면, 행정부나 군대 같이 전문성과 강한 리더십을 요하는 직군에는 추첨민주주의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입법부(국회)와 같이 대표성 자체가 중요한 직군은 추첨민주주의를 적용하되, 국회의원의 수를 더욱 늘리고 지자체와 지방의회에도 추첨민주주의를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직접민주주의의 가장 큰 한계인 '많은 인구수'를 극복할 수 있다(저자는 본 방법을 적용할 경우 추첨확률이 6%까지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상당히 그럴 듯한 내용이다. 추첨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기존의 선거 방식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민주주의에 가깝다고 본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투표할 때만' 자유와 평등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추첨 방식을 적용할 경우, 누구나 일생에 한 번은 주요공직에 오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은 증가할 것이다. 또, 자신의 다양한 관심과 전문성을 정책에 적용할 수 있으므로 민주주의의 가장 큰 힘인 '다원성'과 '다양성'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추첨민주주의 강의>는 170쪽이 안 되는 작은 소책자다.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2시간 안에도 다 읽을 수 있다. 어떻게든 추첨민주주의를 알리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녹아있는 것이리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