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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해이수 작가의 <<눈의 경전>>에 이은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바둑소설이면서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지요. 청소년들의 풋풋한 사랑과 꿈이 성숙해가는 모습을 바둑두는 과정으로 그린 작품으로 매 순간 감동을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과 독자 자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십번기>>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해이수 작가는 중학생 시절 바둑을 잘 두지 못해서 늘 괴로웠다고 하네요. 그만큼 바둑에 빠져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므로 <<십번기>>는 학창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십대 청소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작품을 읽으며 저는 바둑을 통해 인생을 보고, 인생을 통해 다시 바둑을 보았습니다. 중학생의 이야기지만 어른들도 충분히 감응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십번기>는 우리에게 풋풋한 학창시절의 사랑을 다시 선물하고,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힘을 선물로 건네줄 테니까요. 바둑은 서로 번갈아가며 한 번씩만 두는 거야. 힘이 세고 돈이 많다고 해도 두 번 둘 수 없어. 반대로 응수할 자신이 없거나 실력이 없다고 해서 한 번을 안 두거나 건너뛸 수 없어. 해이수, '십번기' 중에서 막상 중원으로 내달리자 그녀는 노련한 사냥꾼처럼 달아나는 길목에 미리 쐐기를 박아 그물을 친 상태였다. 갈 데 없이 내몰린 백의 곤마가 숨을 헐떡거리며 그물 안에 걸려들자 흑은 목줄을 걸어 숨통을 바싹 당겼다. 내가 발버둥 칠수록 그녀는 목줄을 더욱 그악스럽게 조였다. 곧 바람이 빠지듯 어깨가 축 늘어지고 허리와 다리에 맥이 풀렸다. 결국 좌변에서 중앙으로 달아난 곤마는 거대한 궤적을 남기고 숨이 끊기고 말았다. 해이수, '십번기' 중에서 연희는 우상귀의 돌을 위협하는 듯했지만 기반이 마련되자 신속히 손을 빼서 좌상귀의 돌에 치중했다. 오른쪽 훅을 먹일 듯하다가 상대가 가드를 올리며 움츠리자 번개처럼 왼 주먹으로 어퍼컷을 올려붙인 셈이었다. 턱에 강펀치를 급습당한 장 사장은 정신을 잃고 휘청거렸다. 해이수, '십번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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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조금이라도 둬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가 글을 즐겨 쓰는 사람이라면 단언컨데 누구든 바둑을 소재로 하는 글을 써보고 싶을 것이다. 모든 대결이 그렇듯이 바둑 또한 인생의 축소판이라 그러하겠지만, 그냥 단순히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단순화 시킨 표현 같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실물 모양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아주 정교한 미니어처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체스는 이미 컴퓨터가 사람을 이겼지만 바둑에 있어서는 아직이다. 이는 너무도 다양한 경우의 수가 19줄의 씨실과 날실 사이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십번기'라는 것은 두 상대가 열번을 대결하는 것이다. 한 두판이 아니니 요행히 이기는 것도 지속될 수가 없고, 꼼수나 상대의 패착으로 이기는 경우도 세 판 이상은 있을 수 없다. 십번기는 그야말로 명예를 걸고 싸우는 외나무 다리 싸움으로 게임이 다 끝났을 때는 한 명은 위에 서고 한 명은 아래에 서게 되는 서열 정리이다. 때문에 큰 대회일수록 십번기가 가지는 의미는 커질수 밖에 없다. 그 대결을 하는 상대가 불구대천의 원수라면 목숨걸고 싸우게 되겠지만, 상대가 은근한 애정을 갖기 시작한 이성이라면, 그리고 그들의 나이가 중학생이라면 어떨까. 이 소설은 사춘기의 소년, 소녀가 그리는 열 번의 대결이다. 전학생 미스 신갈은 수원 이모네 집에 살면서 주인공 훈이 다니는 기원을 다니기 시작한다. 오자마자 기원의 실력자들을 이기고 이내 다크호스로 떠오른 상대이다. 훈은 그녀의 묘한 매력에 끌리면서 그녀의 관심을 끌고 싶은 마음과 실력으로 이기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든다. 세 게임 연패를 당할때까지만 해도 훈은 연희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일말의 희망을 갖지만 5연패까지 하고 나니 도무지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훈은 연희와 메모지를 주고 받으며 바둑판 아래 몰래 숨겨둔다. '전투? 그래도 바둑과 사랑은 서로 마주 보며 하는 거야. 혼자서는 할 수 없잖아.'(p. 58) 메모지가 오고 갈때마다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확인되는 것 같아 설레기도 하지만 엄연히 전투의 상대이니 바둑판에서는 엄격해진다. 그들의 사랑은 바둑이 끝날때까지 도망 갈 수 없는 150수의 외로운 싸움과 아무리 급해도 두 번 돌을 놓을 수 없는 완고한 규칙 아래서, 돌틈을 비집고 싹이 나듯 사랑을 싹 틔운다. 훈은 '정석'을 믿는다. 그가 공부한 사활을 적용하고, 정석으로 외운 포석을 철썩같이 믿는다. 하지만 연희는 정석은 생각하지 않고 바둑을 둔다. 연희는 정석을 외워서 하기보단 자기만의 정석을 만들어 간다. 그녀는 정석은 그저 안내만 하는 것일뿐이라며 거기에 얽매이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 생각한다. 그런 그녀를 훈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그에게는 정석이야 말로 오랜 시간 검증을 마친 완성된 형태임을 믿기 때문이다. 그녀는 칭찬을 받으려고 바둑을 하는 것 또한 이해하지 못한다. 바둑을 그자체로 즐기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에 길들여지면 그가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알듯 모를듯 말을 던진다. 그들의 바둑은 9번기가 마지막이었다. 9번기를 두기 위해 자리에 앉는다. 떠날 것을 아는 상대와 마지막 경기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것이 이제 막 사랑하기 시작한 상대라면 어떤지 사춘기의 사랑을 기억한다면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연희는 마지막 대국이 끝나고 승고흔연 패역가희(勝固欣然 敗亦可喜)라는 고사성어를 가르킨다. 승부에서 이기는 것이 즐거운 것이나 훌륭한 벗을 만나 수담을 나눈 경우에는 진다 해도 기쁜 일이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십번기는 그녀의 편지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의 첫 수. 그럼 내가 첫 수를 둘게. 4의 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