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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치자마자 든 생각은, 화자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라는 의문. 그리고 시집 추천해 달라는 요청 받았을 때 이 시집을 얘기했어야 한다는 후회와, 제가 그 나쁜 사람들 전부 혼내 드릴까요 하는 분노와, 나도 힘든데 왜 고통을 떠올리게 하냐며 방어 기제를 펼쳤다가, 끝내 연대하기로 결심하게 되는 책.
이 타이밍에 이 시집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 운명으로 느껴지고 많이 치유받았고, 관에 함께 묻어 달라고 하고 싶다.
인상 깊었던 해설. 나의 느낌을 대변해 줘서, 시원했기에 더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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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는 2026년 출간된 송하얀 시인의 첫 시집으로, 최근 눈에 띄는 여성 서사, 연대의 감각을 담은 시집을 찾는 독자라면 한 번쯤 주목해볼 만한 작품이다. 이 시집은 단순히 감성을 자극하는 ‘힐링 시집’이라기보다, 폭력, 상처, 여성, 소녀, 연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다소 서늘한 결의 시집이다. 읽기 편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기보다는, 독자가 감정적으로 버텨야 하는 구간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지점이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으로 다가온다. 특히 이 시집은 ‘소녀’ '엄마' 등 여성적 서사를 반복적으로 호출하면서, 개인의 상처를 넘어서는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파편화된 세계 속에서 서로를 붙드는 장면들은 거칠고 불완전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나를 살리는 일이 우리의 가장 고귀한 일”이라는 구절이 있다. 외부의 폭력과 내면의 상처가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결국 자신을 지켜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처럼 느껴진다. 또한 “밤에 몰래 우는 어른에게서 낮에도 우는 내가 태어난다”는 문장은 감정의 흐름과 이어짐을 보여주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는 분명 편안하게 읽히는 시집은 아니다. 오히려 읽는 과정에서 몇 번이고 멈추게 되고, 때로는 덮어두고 싶어질 만큼 감정적으로 부담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펼치게 되는 이유는, 이 시집이 단순히 상처를 드러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처 이후의 감각, 그리고 회복의 가능성까지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한다.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오래 남는 시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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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교유서가 시집'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이다. 소후에 시인의 <우주는 푸른 사과처럼 무사해>, 원성은 시인의 <비극의 재료>, 리사 시인의 <우리의 슬픔은 전문적이고 아름다워>, 기혁 시인의 <소설책>에 이어 송하얀 시인의 <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가 나왔다. 교유서가의 시집이 특별한 것은 표지 빛깔에 맞는 컬러로 내지에 그라데이션을 줬다는 점이다. 심플한 표지 이미지도 마음에 들고, 페이지를 펼치면 만날 수 있는 은은한 색감도 너무 예쁘다.
이번에 만난 것은 송하얀 시인의 첫 시집이라고 하는데, 수록된 41편의 시들이 대부분 산문시 형식으로 쓰였다. 여성들이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억압 들에 대해 그리고 있어서인지 굉장히 어둡고, 무겁다. 개인적으로는 그 동안 읽어 왔던 시집들에 비해 다소 어렵게 느껴졌는데, 다행히 '교환독서'라는 형식으로 읽게 되어 어려운 부분들에 공감하고, 그려진 현실에 대해 함께 분노하며 읽었다. 서두에 쓰인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고통은 문장의 윤곽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시적인 언어들 아래 지독하게 솔직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줄기 빛이 있고, 눈빛이 마주치고, 웃으며 꿈꿀 수 있는 희망이 희미하게 담겨 있다. 막막한 어둠 속에서 저 멀리 빛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현실 속에서도 '빛나는 것들은 여전히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이지만, 그 중에서도 '오버타임'이라는 시는 시각적으로도 눈앞에 그려지는 듯해 오싹한 기분으로 읽었다. 시작부터 엘리베이터 바닥에 핏물이 고여 있고, 집에 들어가기 위해 수북하게 쌓인 손목들을 치워야 한다는 문장이 서두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잘린 손목들을 밟고 가야 하는 이유, 남은 손들이 문을 두드리고 욕설을 퍼부어도 문을 닫아버리고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현실이 두 페이지 안에 차곡차곡 담겨 있어 무섭고, 슬픈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는 지금도 어디선가 어떤 '일'을 겪고 힘들어 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되길, 스스로를 살리는 일이 가장 고귀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간절히 바라며 읽었다.
인상적인 시들이 많았지만,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엄마의 독서법'이라는 시였다. 이 시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엄마라는 존재가 우리가 익히 상상하는 모성의 상징이 아니라 상처와 욕망으로 얼룩진 존재였기 때문이다. 더는 읽지 않는 책들이 쌓여 있다는 것은 엄마가 이루지 못한 꿈과 미래일 것이고, 책 사이에서 면도날을 꺼내 스스로를 베는 행위는 고단한 현실 속에서 이상을 꿈꾸기 위해서 치뤄야 하는 대가같은 게 아닐까. 그런 엄마를 자는 척하며 몰래 지켜보는 내가 만드는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본다. 이 시집은 후반부에 수록된 해설도 아주 좋았는데, 평론가님의 문장도 마치 시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시는 그 불가능성 속에서도 남은 온기를 찾으려는 간절한 시도다. 그것이야말로 송하얀의 시가 품은 가장 윤리적인 감각에 해당한다"는 문장에 특히 공감하며 밑줄을 그었다. 시집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오독의 자유가 보장된 장르이지만, 생각이 많아질수록 더 시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그럼에도 시를 읽는 시간이, 문장과 문장 사이 여백에서 상상하는 시간이 참 좋다. 자, "말하지 못하는 자의 말, 들리지 않는 자의 숨, 사라진 자의 흔적을 품으려는 몸짓"이 궁금하다면, 이 시집을 만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