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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실질적인' 첫 책, 첫 독서록입니다. 아마 '해이수' 작가님과 '눈의 경전'은 낯설거라고 생각됩니다. 책의 표지를 열면 작가님에 대해 아주 간략히 소개되어 있네요.
작년 하반기, 동네(라고 쓰고, '차로 15분 가야하는 곳'이라고 읽는다)에 있는 책테마파크에서 작가님이 청소년 대상 문학 수업을 했습니다. 저희 집 대장님이 그 수업을 듣게 되면서 자연스레 '해이수' 작가님을 알게(인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작품이 무엇일 있을까 찾아보다가 '눈의 경전'을 알게 되었고, 책을 사놓았지만 연말에 일이 바쁘다보니 책꽂이에 꽂아두었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진즉 읽었으면 작가님께 책 표지에 싸인이라도 받았을 것을......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 '완'과 '해이수' 작가님의 이미지가 너무나도 비슷하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작가님의 이력을 보니, 시드니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점, 실제로 히말라야 등의 트래킹을 한다는 점 등 완과의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즉, 작가님의 경험이 어느 정도 투영된 소설입니다. 완은 작가님의 페르소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소설 속의 '유밍'은...... 그녀는 작가님의 가상의 인물일까요, 아니면 그녀 역시 실제하는 누군가가 있는 것일까요. 전자이기를 바랍니다. 유밍이 너무 불쌍합니다. 사랑의 감정을 너무 솔직하게 표현해 버린 쪽은 이미 사랑의 게임에서는 패배자입니다. 유밍처럼요. 그런 경험 없으세요? 학창시절 짝사랑하는 상대방에게 무작정 나를 드러냈지만, 초라한 내 모습때문에 상대방은 나를 더욱 부담스러워하고 피했던 경험이요. 츄리닝을 입으면 안될 법한 장소에, 그 사람을 보기 위해 평소처럼 츄리닝을 입고 갔다가 사뭇 어색하고, 곤란했던 경험같은 것이요. '봄날은 간다'의 순진했던 유지태처럼 술 취한 밤 택시타고 강릉으로 무작정 이영애에게 찾아갔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이영애의 표정들...... 사랑 혹은 그저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에 충실하기만 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복잡합니다. 그런 유밍을 도망치듯 떨쳐버리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완. 그는 항상 여기보다는 저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여기를 도망쳐서 저기에 도달한 완은, 저기에서도 번뇌와 고통은 계속됩니다. 결국 완은 저기의 고통을 버리고, 여기의 아픔을 회유하면서, 유밍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히말라야로 떠납니다. 히말라야를 걷는 완은 마치 구도자 같았습니다. 유밍과 재회(?)하는 부분에서는 책을 읽는 제 가슴이 콱 막혀오는 것만도 같았습니다. 왜 완이 걷는 길에 눈이 왔는지, 그것도 혹한의 눈보라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부재의 존재. 존재의 부재.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부분입니다.
지난 가을, 두 시간 수업 중 한 시간 가량이 지나면 잠시 쉬는 시간이 있습니다. 청명한 날씨 좋은 어느 날, 쉬는 시간에 음료 한 병과 비슷킷 같은 약간의 간식 거리를 들고 공원 햇볕 속으로 홀로 걸어 들어가는 작가님의 모습을 봤습니다. 평온하지만, 다소 외로워보이기도 하고, 홀로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지금 보면 완의 뒷모습 같았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한줄평 : 번뇌를 가득 담고서 히말라야 눈보라 속을 걷는 '완', 그 속의 '유밍'은 바로 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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