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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우 시인의 양재를 읽으며 구정의 휴일끝이 구름 흘러가는 진하고 깊은 감정으로 스며든다. 그것은 단순한 슬픔도, 단순한 기쁨도 아니다. 살아오며 겹겹이 쌓인 이유들, 설명할 수 있었던 일들과 설명되지 못한 사연들이 뒤섞인 복합적인 울림이다. 이 시집은 ‘때문에’라는 말에서 시작하는 듯하다. 때문에 안 되었던 일들, 때문에 이루어졌던 순간들, 때문에 멀어졌고, 또 때문에 가까워졌던 사람들. 시인은 일상의 틀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족과의 작은 오해, 친구와의 다정한 농담, 지인과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의 단면들이지만, 그 속에는 삶을 지탱하는 무게가 실려 있다. 사건은 크지 않으나 감정은 깊다. 겉으로는 담담하지만 문장 사이에는 오래 머문 시간의 흔적이 묻어난다. 그러다 시는 점차 바다로 향한다. 중간중간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지고, 남는 것은 결국 넓고 고요한 수평선이다. 바다는 모든 ‘때문에’를 받아들이는 공간처럼 그려진다. 안 됐던 이유도, 되었던 이유도, 미처 말하지 못한 감정도 모두 흘려보내는 자리다. 그래서 이 한 권의 책은 극적이다. 거창한 사건 때문이 아니라, 평범한 삶의 장면들이 끝내 하나의 큰 물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독자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을 느낀다. 그것은 시인이 겪어온 삶의 결을 따라 천천히 걸어왔다는 데서 오는 울림이다. 결국 이 시집은 묻는다. 우리가 살아온 수많은 ‘때문에’들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어떤 바다를 마주하게 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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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우 시인의 『양재』는 잿빛 도시의 콘크리트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한 송이 야생화 같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고요함과는 달리, 시집 속 언어들은 날카롭게 날아와 폐부를 꿰뚫는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으려고 담을 걸어요"라는 문장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현대인의 불안한 경계를 명징하게 보여주며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시인은 일상의 지극히 사소한 순간들—비둘기의 끄덕임, 세탁소 지하실의 옷가지들, 혹은 택시 안에서의 침묵—에서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길어 올린다. 그의 시는 감각적이고 개성적이다 못해 때로는 기묘한 판타지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내가 없는 세계에서"를 상상하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화석이 되고 싶어 하는 시인의 상상력은 죽음과 부재마저도 삶의 한 부분으로 끌어안으려는 치열한 의지의 발현이다. 그의 시가 내뿜는 서늘한 기운 속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하는, 빛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인간 존재의 고독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양재』는 독자의 감각을 일깨우고,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는, 쉽게 잊히지 않을 진한 여운을 남기는 시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