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독서의 계절입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계절이 따로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반갑고 정겹습니다. 덩달아 서점에 나가봅니다. 근래 나오는 소설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제목에 ‘가다’, ‘오다’ 등의 서술어를 붙이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된 듯합니다. <오빠가 돌아왔다="">(김영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김연수),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윤대녕), <누가 걸어간다="">(윤대녕), <저기 네가="" 오고="" 있다="" :="" 사랑="" 풍경="">(공선옥 등)... 소설만 그런 게 아닙니다. 유행은 인문학에도 번졌습니다.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강준만·오두진), <마르크스 뉴욕에="" 가다="">(하워드 진)도 그런 제목이 붙은 책들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곰곰 생각해 봤습니다. 원조는 아무래도 윤대녕이 아닐까 싶습니다. 윤대녕만큼 독자들과의 편안한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도 없을 겁니다. 그의 소설에선 때로 서사의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고 작위적 상상의 어색함이 엿보이곤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강한 흡입력을 발휘합니다. 그 이유가 바로 편안함에 있습니다. 감성적 어휘들을 예의 차분하면서도 상상력이 이끄는 데로 그저 편안하게 말몰이 하듯 써내려가는 그의 작품 스타일이 언제나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다른 작가들이라고 해서 그 편안함과 친숙한 분위기를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일군의 출판기획자들 역시 공감했을 테고요. 덕분에 출판계엔 난데없이 “오빠가 돌아오고”, “누군가가 걸어가는 모습”이 흔해지고, 하마터면 박제된 역사인물로 남았을지 모를 ‘고종’이 거리를 활보하고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심장부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인물과사상사)를 먼저 읽었습니다.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라는 부제가 책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고종 이래 우리네 사회에 퍼져나갔던 커피와 다방문화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보고 곱씹어 보는 책입니다. 미시사 연구의 모범을 보여주려는 듯 강준만 교수는 제자 한명을 선정해서 아예 자료수집과 정리를 전담시키고 대신 자신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책의 무게감을 더하는 데까지만 역할을 한정짓고 있습니다. 커피와 다방문화의 변천사를 자세하게 들려주고 있는 본문이 재미와 흥미를 충족해 준다면, 강 교수가 직접 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사회사 연구의 시대적 의의’를 짚고 나아가 ‘특정 문화 속에 녹아든 우리사회의 특성과 거기에 담긴 역사적·사상적 함의를 읽어내려는 학문적 자세를 엿보게 합니다. 특히 한국이 기형적인 인스턴트 커피대국이 된 것, 독특한 다방문화를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덩달아 배태되었던 대중문화의 연원을 살펴보는 일은 그 자체로 우리사회의 전반적 특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학문적 통로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학문적 통찰과 혜안을 가진 강 교수에게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E.H.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 출간 4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굿바이 e.h.="" 카="">(푸른역사)를 보면 오늘날 세계 역사학계의 관심사와 역사학의 새로운 흐름을 가늠하게 됩니다. 그 추세란 한마디로 정치사 중심의 역사학이 퇴보하고 그 자리를 ‘미시사’가 대신하리라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인문학계도 사회사, 젠더사, 생활사 등의 미시사 연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를 쪼개는 게 아니라 더욱 살찌우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는 미시사 연구의 하나의 모범이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고종>굿바이>역사란>고종>마르크스>고종>저기>누가>많은>나는>오빠가> |
| 솔직히 커피의 종류라던가, 커피의 역사라던가 하는 식으로 '커피'라는 대상 자체에 대해 상세하게 적은 책들은 많습니다. 그런 책들에 관심이 많이 가는 것도 사실이구요. 실제로 평상시에 커피 마실 때 도움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책들에서도, 서양에서 커피가 어떻게 들어와 어떤 반응을 거쳐 어떻게 퍼져나갔는지는 적어도, 정작 우리나라에선 어떤 대접을 받아왔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한번도 이상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구요. 어째서 그랬을까요. 커피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 거의 생활음료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외국 이름으로 된 커피를 마시면서 이건 어떤 역사를 거쳐 유럽에 퍼져 나갔고 어떻게 끓여내는 것이며 어떻게 마시는 것이 우아한 지 등등 별의별 것을 다 아는 척 떠들면서 정작 이 커피가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가에 대해선 몰랐단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너무 무심했구나, 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때, 자신의 생활패턴을 커피에 맞춰가면서까지, 엄청난 양의 자료를 수집함으로써 우리나라 역사의 또다른 한 면을 보여주신 저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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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강준만 교수의 글을 좋아했던 그래서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라는 주제가 가지는 의미보다 강준만이라는 이름에 더 큰 기대를 한 사람이었다면 그다지 추천할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현상을 재구성하는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었던 그 동안의 글과 비교해 봤을 때
공동 저자인 오두진씨가 수집하였다는 방대한 자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그저그런,
하지만 새로운 시도임에는 분명한 작품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서문에서 밝혔다시피 오두진씨가 자료를 수집하고 초고를 완성한 것을
강준만 교수가 수정하고 퇴고했다는 점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강준만 교수의 필체를 기대한 나에게는 실망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초기대치가 높았음을 제외한다면 커피라는 소재를 통한
한국 근대사의 미시사를 서술한 두 저자들의 노력의 결과는 썩 괜찮았다.
인사 갈마들 총서라는 시리즈의 첫 편으로서 방대한 자료를 통한, 강준만 교수가
평소 강조해 오던 사회와 격리되지 않은 학문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그 시대의 상황을 접하고 또 문화현상을 읽어내려 가고 그럼으로써
커피가 한국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동시에 한국인에게 커피란 존재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이라는 시도와 결과는 만족할 수준이었다.
커피가 단지 하나의 음료로서만 존재하지 않고
소통의 매개이자 슬픈 역사를 간직한 본래 그 이상의 존재로서 작용해왔고
또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더불어 실질적 저자인 방대한 자료 조사와 함께 강준만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커피를 닮은 청년"인 저자 오두진씨의 노력을 높이사며, 더불어 커피라는 소재에 관심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이번 작품 이후의 노력과 작품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인상깊은구절] 커피는 한국인에게 안정된 미학을 보여주는 음료가 아니었다. 그건 차분한 성찰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무언가 우아하고 고상한 척하는 효용은 있었을지 몰라도 좀 들뜬 분위기가 늘 커피 주변을 맴돌았다. 물론 이젠 상징이 아닌 실체로서의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한국의 커피 역사는 그랬다는 것이다. 그건 한국이 겪어온 초압축 성장의 한 단면이었다. 커피는 수입품이었지만, 이 지구상에 둘도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통해 한국 사회를 읽어 보려는 시도가 더욱 왕성하게 이루어져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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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커피는 보약처럼 여겨졌다. 적어도 1970년대까지 일부 시골 지역에선 커피가 보약처럼 떠받들어졌다는 증거가 무수히 많다. 가마솥에서 커피를 타온 동네 사람들이 돌아가며 마셨다는 이야기도 있다. 근대화(서구화)라는 종교를 갖게 된 국민들로선 커피가 서양인들의 주된 음료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던 것이다.
도시에서도 커피는 늘 구별짓기의 주요 수단이었으며 그 기능은 지금도 왕성하다. 우리는 이른바 양촌리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과 스타벅스를 즐겨 찾는 사람을 같은 부류로 보지 않는다. 그 차이에서 많은 걸 읽어내려고 든다.
동시에 커피는 한국인의 공사를 막론한 공론장과 사교행위의 장을 매개하는 주요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전통적인 사랑방은 다방으로 대체되었고, 다방은 굴곡많은 한국 근현대사만큼이나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게 된다. [인상깊은구절] 커피는 한국인에게 안정된 미학을 보여주는 음료가 아니다. 차분한 성찰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뭔가 우아하고 고상한 척하는 효용은 있었을지 몰라도 좀 들뜬 분위기가 늘 커피 주변을 맴돌았다. 물론 지금은 상징이 아닌 실체로서의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한국의 커피 역사는 그랬다. 커피는 수입품이었지만 이 지구상에 둘도 없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커피문활르 탄생시킨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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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에서 시작해 1999년 한국에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와 번창하는 2005년까지 약 110년간의 한국 커피 역사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인물과 사건으로 이루어진 역사서가 아니라 커피라는 음료를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와 문화의 변화를 보여주는 역사서라고 해야 할까?
이 책에 대해 어떤 이들은 수집한 사실들만을 나열하고 저자의 생각이 부족하다 평했지만 나는 시대별로 나열된 사실을 읽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1910년 전후 나무장수를 자기네 가게로 더 불러들이기 위해 품삯에 커피를 한 잔 더 주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커피를 다방에 모인 모던 걸 모던보이들의 유흥이 아닌 한으로 읽는 저자의 시각도 재미있었다.
맥심으로 대표되는 동서식품이 급성장한 이유도, 오랜 시간 맥심의 대표 얼굴이 안성기인 이유도 재미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커피를 매개로 내가 전혀 모르던 과거 한국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대단한 인물도 큰 사건도 없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속 모습을 커피라는 음료를 매개로 살풋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다만 10년도 더 전에 출판된 책이라 2005년도까지 커피 이야기만 알 수 있었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알 수 없어 아쉬웠다.
2005년 125개 점포를 가지고 있었던 스타벅스는 2018년 현재 전국에 1000개도 넘는 점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천 개가 넘는 매장마다 사람들이 넘쳐난다.
나는 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걸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 - 아주 지극히 주관적인 발췌
p8. 도시에서도 커피는 늘 '구별짓기'의 주요 수단이었으며, 그 기능은 지금도 왕성하다. 우리는 이른바 '양촌리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과 '스타벅스'를 즐겨 찾는 사람을 같은 부류로 보지 않는다. 그 차이에서 많은 걸 읽어내려고 든다.
p8. 커피는 서구화의 상징이었으며, 한국인의 사교행위의 주요 매개 수단이었다. 이 책은 '고종'에서 '스타벅스'에 이르기까지 110년간에 걸쳐 이루어진 커피의 그런 역사를 담담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p.12 커피는 일상생활에서 단순한 음료 이상으로 기쁨과 아픔을 주기도 하며, 때로는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 주기 위해 택하는 선택적 커뮤니케이션으로서 사람과 사람을 자연스럽게 이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면에 노라 애프론 감독의 영화 <유브 갓 메일>에서 "사람들이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고르면서 지불하는 2.95달러에는 단순히 한 잔의 커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는 것도 들어 있다"라고 말하는 톰행크스의 대사 속에 나타나듯이 커피를 통해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구별짓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커피는 단순히 마시는 음료를 뛰어넘어 우리 시대 하나의 생활이요, 문화를 반영하는 매개체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p53. '아편처럼 진한 커피'라는 말이 식민지배를 받는 나라의 지식인들의 슬픈 운명을 암시한다. 커피라도 아편 대용으로 간주하지 않았더라면 견뎌내기 어려웠던 건지도 모를 일이다. 커피로 '근대'의 기분을 내면서 그걸 매개로 지식인들끼리 다방에 모여 앉아 은밀하게나마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다변의 향연을 벌이면서 '다방의 푸른꿈'을 꾸었다면, 커피는 '모던 보이', '모던 걸'의 허영이라기보다 한(恨)의 음료였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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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약'으로 인식되던 근대화의 상징인 '커피'가
'사교'의 매개체로 주변의 일상에 자리잡다.
카페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커피 전문점을 가자고 하면 난처했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체질이 변해서일까, 우연히 에스프레소를 마셔 볼 기회가 생겼다. 나쁘지 않았다. 이제는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상태라고 할까..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기 위해서라도 커피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방 후 사랑방에서 다방으로>(1945-1959),
<커피 단속에서 다방의 전성시대>(1960-1969)
<인스턴트 커피가 변화시킨 다방문화에서 커피 자판기의 탄생까지>(1970-1979)
<한국인에 맞는 '맥심'의 탄생에서 동서식품과 네슬러의 승부와 '커피전문점'의 등장까지>(1980-1989) <커피전쟁과 커피의 고급화>(1990-1999),
<'국민음료'로 등장한 커피>(2000-2005)로 나누어서 커피와 우리생활의 모습을 잘 비춰주고 있다. 특히 사랑방이란 옛 나눔의 공간이 커피를 마시는 다방으로 변하게 되고, 다시 카페와 에스프레소 전문점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 양촌리 커피와 스타벅스 커피.. 같은 커피인데 구별짓기는 싫어요.
멀지 않은 시간 안에, 대한민국이 커피 역사서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커피 애호가인 '저자'가 충분히 준비해서 테마를 잘 잡는다면, 멋진 작품이 나올거라 믿는다. 커피에 관한 저자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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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책을 고를 때에는 제목과 저자부터 보게 되는데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집어드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제목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책에는 고종이 스타벅스에 가는 장면은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광고 카피 같은 이 제목은 커피 나지 않는 땅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서의 고종과 이 시대 커피 전문점의 대표격인 스타벅스를 접목시킨 것일 게다. 현재 한국에서 고종은 커피의 시작이고 스타벅스는 커피의 끝인 것이다. 강준만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을텐데, 확실치는 않아도 느낌 상 자료를 모으고 책을 쓴 사람은 오두진이라는 사람이고 강준만은 머릿말과 맺음말을 쓰지 않았나 한다. 문체가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커피와 관련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책 전체가 맺음말에 있는 글처럼 의미심장했더라면 조금은 더 알찬 책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좋은 책이지만. 근대에 선교사들과 함께 들어온 외국 문물 중에는 커피도 있었다. 아관파천 때 커피를 처음 접한 고종은 그 후로 커피를 즐겨 마셨단다. 그 습성은 관료들과 양반들에게도 퍼진다. 색깔이 보약과 비슷해서 양탕(洋湯)이라고 불렀다던 커피는 커피의 맛 자체보다는 상징으로 향유되었다. 외국 문명으로서의 대표적인 상징이었던 것이다. 스타벅스를 즐기게 된 지금에 와서도 다양한 커피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해서 마실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결국 미국 브랜드의 커피를 마신다는 자부심을 비싼 값을 주고 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커피가 나지 않는 땅에서 몸에 별로 맞지 않는 커피를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열심히 먹게 된 한국, 참 신기한 나라다. 커피에 대한 역사도 다루고 있지만 커피를 마시는 장소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근대와 일제시대 때부터 속속 등장한 다방은 관료들과 예술가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사랑방의 역할을 다방이 대신하게 된 것이다. 60년대를 거쳐 7, 80년대에는 이렇다 할 모임 장소가 없는 젊은이들의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다방은 시골로 숨어들어가 지역 유지들과 유착하는 대신 도시에서 스타벅스와 같은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노마드'', ''유목민'' 문화가 되어가는 현대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커피는 수난을 당했다고 한다. 커피가 나지 않는 땅에서 커피를 음지에서 수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양지로 끌어올리자며 나라 차원에서 동서식품 공장을 만들게 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한국에서 커피 공장이 만들어지자 커피는 점점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맛게 변해갔다. 게다가 빨리 성장하고 싶어하던 새마을운동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포장을 뜯어 따뜻한 물만 부으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커피믹스도 만들어졌다. 또 재미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나라에서 커피는 ''미국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듯 하다는 사실이다. 60년대에는 미군에게서 커피가 나왔으며 지금의 스타벅스는 미국 브랜드인 것이다. 한국인의 커피에 대한 친밀도는 미국에 대한 친밀도와 비슷한 정도인 것이 아닐까? 카페인에 약해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이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커피가 조금 더 다르게 보인다. 커피의 정착 과정을 통해서도 사회를 읽을 수 있다니, 사회과학은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커피는 우리 나라에 들어올 때부터 이미 사치품이었으며 이제는 된장녀의 상징 중 하나가 되어버린 것이 스타벅스이지만 어쨌든 커피, 파이팅이다. |
| 이 책에선 한국 커피 문화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고종때인 1890년 무렵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커피가 6.25를 기점으로 인스턴트 제품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후 다방이 생겨났으며 또 그 이후 다방도 세대간 다방이 나타났다. 음악다방이 바로 그것. 70~80년대 젊은이들의 아지트였다. 88년을 기점으로 커피자판기가 생겨났다. IMF 이후 지금과 같은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 들어섰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문화란다. 또 멋이란다. 밥은 굶어도 커피는 마신단다. 신기하게도 우리나라는 인스턴트 커피가 원두커피보다 잘 팔리는 나라란다. 어떤 외국인이 그랬다. 서울은 거대한 다방이라고... 어딜가나 커피 자판기와 커피전문점이 있으니... 숭늉보다 많이 마시는 커피. 커피는 그 시대의 삶, 문화, 한을 담고 있다. 이 책엔 그 삶, 문화, 한을 표현하고 있다. 커피를 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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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서늘한 논객 강준만이 오지랍넓게도 커피까지? 생각하실 법한데, 이 책은 태생이 흥미롭다. 실제 저자는 오두진. 전북대 신방과 교수와 학생으로 만난 둘은 '커피'를 통해 대한민국 사회사와 커뮤니 케이션을 짚어보기로 했고, 이 책은 무려 1년 6개월을 커피에 미쳐 지냈던 오두진의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강준만이 책의 방향을 '커피와 다방으로 본 사회사'로 잡아낸 결과물이다. 1888년 개항 무렵, 대불호텔에 이미 다방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이나, 커피를 접한 않던 고종이 그 맛을 잊지 못해 러시아 공사의 사촌인 손탁 여사에게 의뢰, 외국 사신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손탁호텔을 하사 했다는 내용이나 1928년 경성시대, 인기 여배우 복혜숙 여사가 연 <비너스>에는 연극인들이 진을 쳤다거나 시인 이 상이 세 개의 커피다방을 운영하다 말아먹었다는 이야기나, 박정희 군사정권때는 커피로 인한 국고 탕진이 크다며, 아예 '커피 금지령'을 내려, '커피'는 귀한 물품 중의 으뜸으로 여겨졌다는 얘기 에 이르기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커피를 파는 다방, 카페는 그때 그 시절엔, 돈 없는 예술인들의 아지트요 작업실, 사무실이었고, 또한 직장을 얻지 못한 백수 청년들에겐 갈 곳 없는 육신을 쉬는 휴식처였으며 개발이 한창이던 새마을 시대 에는 한 몫 챙겨보려는 사기꾼 '사장님'들이 순진한 고객을 물색하는 접견지이기도 했던 것이다. 각 시대 의 유행가에 드러난 커피에 대한 관심까지 담아낸 자료조사의 꼼꼼함에 비해, 전체를 아우르는 시선은 약하지만 읽는 이가 그 자료를 어떻게 해석해내느냐에 따라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달라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