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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으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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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곰치를 생각하면 동화작가 박기범이 떠오르고, 박기범을 생각하면 소설가 김곰치가 떠오릅니다. 글을 쓰는 영역은 다르지만 비슷한 연배의 젊은 작가라는 공통점이 있는데다 이 시대의 진정한 작가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의 아픈 현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고통을 겪으며 그 과정에서 얻는 귀중한 깨달음을 우리에게 전해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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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곰치를 생각하면 동화작가 박기범이 떠오르고, 박기범을 생각하면 소설가 김곰치가 떠오릅니다. 글을 쓰는 영역은 다르지만 비슷한 연배의 젊은 작가라는 공통점이 있는데다 이 시대의 진정한 작가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의 아픈 현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고통을 겪으며 그 과정에서 얻는 귀중한 깨달음을 우리에게 전해주니 말입니다. 그 깨달음에는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는 진정성은 물론 새로운 통찰까지 보여줍니다. 그리하여 이 두 명의 작가를 서로를 비추는 우리 시대의 젊은 스승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니 ‘김곰치 르포·산문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세상에 나온 『발바닥 내 발바닥』이 반갑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1부와 2부의 글은 격월간지 『녹색평론』에 발표될 때마다 이미 꼼꼼히 읽고 감탄했기에 처음만큼의 전율은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다음과 같은 글은 여전히 큰 감동입니다. 현실의 강력한 힘을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그럴수록 어떤 전존재적인 결단이 아니라면 그런 현실에 조금도 유의미한 변화를 낳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즉, 갯벌을 위해 갯벌과 함께 싸우며 그 속에서 자신이 살아온 지난 인생의 헛된 순간들이 깨달아지고 마침내 갯벌 속에서 제 한 운명이 바뀌고 있는 걸 온몸으로 전율하며 감득하는 사람이 나와야 그 갯벌이 살 수 있다는 것이고, 산을 위해 산과 함께 싸우다가 내 운명의 길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그 산이 살 것이라는 믿음이다. “대안을 말할 수 없다”는 지율 스님의 천성산 사랑을 다시 떠올려보자.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실천과 깨달음은 그런 사랑에서 나오지 않을까. (59쪽) 사패산 터널 반대운동이 실패한 원인을 찾다가 지율 스님을 통해 깨닫는 장면입니다. 사패산 반대 농성을 시작했을 때는 그저 운동이었더라도 하루하루 지나는 동안 사패산에 반하며, 사패산의 숨은 가치, 아니 진정한 생명의 가치를 알아보는 마음의 눈이 뜨여, 사패산에 사는 뭇생명이 보이기 시작하고, 마침내 이 세상의 온갖 사소한 존재들까지 보이다가 마침내 ‘대안 우회노선’ 플래카드 정도는 걷어 내는 그런 운동가가 있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자각 없이는 어떤 운동도 실패할 따름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적은 「기도하는 활동가」에서 ‘활동가들도, 우리 주위의 존재의 축복 세례를 받고 모든 생명의 구멍이 활활 열리는 환희의 경험을 나날이 가져야 한다’는 철학과 연결됩니다.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발바닥으로 글을 쓰며 기도하는 활동가, 작가의 모습이 아닐 수 없는데 작가의 오늘이 있게 한 실마리를 다음 문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삶의 구호’라고 할까. 나는 아침에 눈을 뜰 때, 내 몸 밖의 존재들에 대한 집중력을 잃을 때, “발바닥, 내 발바닥”하고 외워 본다. 그러면 잠이 깨고 눈이 밝아지고 오늘 하루도 귀하게 살 투지가 생기는 것이다. 발바닥 밑에 지구가 있다. “발바닥 발바닥!”하고 외는 것의 의미는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직립보행 인간의 유서 깊은 자존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고, 내가 이 지구 위에서 차지한, 꼭 발바닥만큼의 나의 공간과 지구와 내가 직각으로 선 직립의 체위를 음미하게 한다. 나는 즐겨 걷는다. 두 발바닥으로 지구를 느끼며, 도서관에서 사직구장에 이르는 언덕길을 넘고, 거제사거리에서 ‘철로변 오솔길’로 들고, 하마동을 지나 화지공원에 들러 벤치에 앉았다가 연지사거리에서 집으로 오는 두시간짜리 산보를 한다. 그 내내 “발바닥, 내 발바닥”을 생각한다. (192 - 193쪽)
YES마니아 : 골드 g*******g 2005.12.15.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발로 쓴 90년대 이후 10여 년의 세상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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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곰치라는 특이한 필명의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은 한겨레 문학상을 받은 10여 년 전의 한 장편 소설을 통해서인데, 우연히 그가 르포, 산문집을 출간했고, 또 신작 소설을 발표했음을 한 인터넷 신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넘쳐나는 이미지와 디지털의 시대에 그가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음도. 전업 작가라는 타이틀로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풍경 속에서 지난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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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곰치라는 특이한 필명의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은 한겨레 문학상을 받은 10여 년 전의 한 장편 소설을 통해서인데, 우연히 그가 르포, 산문집을 출간했고, 또 신작 소설을 발표했음을 한 인터넷 신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넘쳐나는 이미지와 디지털의 시대에 그가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음도. 전업 작가라는 타이틀로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풍경 속에서 지난 90년대 이후의 이 땅의 세월을 지나왔을까?

   한동안 뉴스를 통해서 보도된 폐광촌의 개발문제나 북한산 관통도로, 새만금사업에 관한 소식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것이 멀지 않은 우리 미래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깊이 있게 고민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의 전반부는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지난 10여 년간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우리 땅 곳곳에서 벌어진 환경 파괴의 현장을 저자가 발로 뛰며 쓴 르포라는 형식의 글쓰기에 바쳐져 있다. 끊임없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금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개발과 환경파괴가 진행되거나 완료된 시점이지만 그 과정에 대한 기록을 마치 기행문을 읽는 느낌으로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 그 중에는 지율스님과 관련된 저자의 특별한 에피소드와 느낌도 포함되어 있다.

   책의 후반부는 저자가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한 짧은 형식의 글과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가 어떤 사람이며 구체적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해 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통해 나는 곰치라는 특이한 필명이 그의 어린 시절 별명가운데 하나였음을 알게 되었고,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심지 있는 생각도 읽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우연히 올라간 옥상의 맞은편에 서 있는 굽은 등의 노인을 보고 저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글 쓰고 있는 너희끼리만 알아먹는 소리는 하지 마라. 내용의 부족을 현란한 문장이나 애매한 형식으로 포장하지 마라. 너 산 만큼 써라. 너 자신도 잘 모르는 소리는 한마디도 하지 마라.’ 같은 글에서 그는 ‘문자로부터 소외된 사람들과의 연대, 민중과 예술의 모순을 부수는 작가가 되라’고 하다가 ‘나는 약동하는 생명의 존재. 문명의 질주에 반대한다. 나는 좀 천천히 살고 싶다. 내 글쓰기는 자본주의 문명에 온 몸으로 뜨겁게 긁히는 브레이크 재생고무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한다.

   모처럼만에 젊은 작가의 힘 있는 글을 읽고 기분이 좋았다. 출판하기만 하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수만 권의 책을 팔아치우는 큰 작가의 책도 좋지만, 큰 뜻을 품고 이제 글쓰기의 길에 나선 가난한 한 ‘전업 작가’를 위한 후원의 의미로 여러분들도 빌려 읽지 마시고 꼭 ‘사서’ 보시길 바랍니다. ^^ 


YES마니아 : 로얄 k**2 2008.09.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