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곰치라는 특이한 필명의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은 한겨레 문학상을 받은 10여 년 전의 한 장편 소설을 통해서인데, 우연히 그가 르포, 산문집을 출간했고, 또 신작 소설을 발표했음을 한 인터넷 신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넘쳐나는 이미지와 디지털의 시대에 그가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음도. 전업 작가라는 타이틀로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풍경 속에서 지난 90년대 이후의 이 땅의 세월을 지나왔을까?
한동안 뉴스를 통해서 보도된 폐광촌의 개발문제나 북한산 관통도로, 새만금사업에 관한 소식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것이 멀지 않은 우리 미래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깊이 있게 고민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의 전반부는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지난 10여 년간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우리 땅 곳곳에서 벌어진 환경 파괴의 현장을 저자가 발로 뛰며 쓴 르포라는 형식의 글쓰기에 바쳐져 있다. 끊임없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금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개발과 환경파괴가 진행되거나 완료된 시점이지만 그 과정에 대한 기록을 마치 기행문을 읽는 느낌으로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 그 중에는 지율스님과 관련된 저자의 특별한 에피소드와 느낌도 포함되어 있다.
책의 후반부는 저자가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한 짧은 형식의 글과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가 어떤 사람이며 구체적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해 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통해 나는 곰치라는 특이한 필명이 그의 어린 시절 별명가운데 하나였음을 알게 되었고,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심지 있는 생각도 읽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우연히 올라간 옥상의 맞은편에 서 있는 굽은 등의 노인을 보고 저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글 쓰고 있는 너희끼리만 알아먹는 소리는 하지 마라. 내용의 부족을 현란한 문장이나 애매한 형식으로 포장하지 마라. 너 산 만큼 써라. 너 자신도 잘 모르는 소리는 한마디도 하지 마라.’ 같은 글에서 그는 ‘문자로부터 소외된 사람들과의 연대, 민중과 예술의 모순을 부수는 작가가 되라’고 하다가 ‘나는 약동하는 생명의 존재. 문명의 질주에 반대한다. 나는 좀 천천히 살고 싶다. 내 글쓰기는 자본주의 문명에 온 몸으로 뜨겁게 긁히는 브레이크 재생고무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한다.
모처럼만에 젊은 작가의 힘 있는 글을 읽고 기분이 좋았다. 출판하기만 하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수만 권의 책을 팔아치우는 큰 작가의 책도 좋지만, 큰 뜻을 품고 이제 글쓰기의 길에 나선 가난한 한 ‘전업 작가’를 위한 후원의 의미로 여러분들도 빌려 읽지 마시고 꼭 ‘사서’ 보시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