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제목이 '영화 사전'이라는 데 먼저 주목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의 부제인 '이론과 비평'이다. 이 책의 관심은 제작 메커니즘이 아니라 영화 이론이 어떻게 흘러왔는가 하는 점이다. 수잔 헤이워드는 사전답게 알파벳의 순서대로 영화이론의 흐름들을 전체적으로 개괄한다. 때로는 반 장으로 때로는 서너장을 넘어서까지 영화 이론의 색인을 만들어낸다. 그 점 하나만으로도 나는 수잔 헤이워드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한국에 번역된 책 중에서 또한 원서 중에서도 영화이론의 색인을 이 정도 완성한 책은 찾기 힘들다. 때문에 이 책이 독자에게 버겁게 느껴지는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영화 이론이 미천하고 그 역사 짧다고 해도 몇십년의 역사를 책 한권으로 깨우치려 할 때 그 버거움은 오히려 즐거운 과정이다. 헤이워드는 전개되었던 영화 이론의 전체를 개괄한다. 물론 그 개요를 짧게 소개하거나, 두문장을 인용하는데 불과하지만, 그것들만으로 해당 영화이론의 핵심적 내용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꼼꼼함이 돋보인다. 때문에 책의 이러한 방대함은 읽는 이의 인내심을 요구한다. 이 책은 사전처럼 필요할 때 들추어보는 기능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영화이론 입문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한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 책은 지극히 페미니즘 관점에서 씌어진 책이다. 이 점을 꼭 감안하길 바란다. 때문에 페미니즘 이론이 많이 빚지고 있는 정신분석학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정신분석학 입문서로 좋은가는 그리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다. 영화이론 속에 정신분석학은 많은 부분 오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 책 역시도 그러한 비판의 여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도서관에서 필요할 때 빌려보는 정도의 책은 절대로 아니며, 자신의 방 책꽂이의 눈에 잘 띄는 부분에 꽂혀있을만한 책이라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
| 이 책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먼저 밝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출간되자 마자 거의 바로 구입해 보았는데, 당시 영화에 대한 학구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만한 것들을 찾고 있었던 시기였다. 당시 정성일의 프랑스 철학을 바탕으로 한 영화적 텍스트의 분석은 영화/영화평 계의 붐이었고 그 바람은 영화를 깊이 보고자 하는 이들이 마땅이 거쳐야 할 길처럼 보였다. 요즘에 이르러서야 대중적인 힘, 대중 산업으로서의 역량 등등의 관심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기대 등으로 B급 영화, 블럭 버스터, 더 이상의 분석을 요구하지 않는 영화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그 힘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지만 여전히 텍스트로서의 영화적 관심은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이 영화 사전은 비교적 그 입문으로 비교적 적당하다 할 수 있겠다. 밑에 ertt님의 글을 보니, 일반적으로 규정된 개념, 혹은 정의어 번역의 오류가 있다고 하였는데, 비교적 그것에 대해서도 관대하게 넘어갈 수 있는 책이다. 정의하는 단어의 명확한 원어를 기입하지 않는다거나, 약속되어 있는 정의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범위 내이고, 또 번역자가 공부를 하고 있는 자는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관용은 필요할 듯 하다. 물론 이 책이 '사전'을 운운하였다는 점으로 그런 잘못된 점들을 지적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다분히 엄숙한 입장만이 옳다고 생각되었던 시절의 포장쯤으로 인식하면 좋을 것 같다. 학구적이고 진지한 학문의 자세로 이 책을 보는 것보다는 입문적이고 가볍게 보는 편이 훨씬 이 책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아쉬운 점을 한가지 더 말 해 보자면 영화라는 장르 자체도 문학의 한 일편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 역시 그러한 점을 깨우쳐주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이다. 수잔 헤이워드라는 저자는 문학의 수많은 분석과 비평, 그리고 용어들을 차용하면서 그 심해의 겉핥기 식밖에 이야기 하지 못했다는 점이 조금은 안타깝기는 하다. 그러나 이 역시 입문서라는 맥락에서 볼 때 오히려 더 적절한 것일 수도 있고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의미보다는 가볍게 영화에 접근할 때 상당히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과 더불어 구회영이라는 필명으로 로드쇼에 실었던 글들을 모아놓은 '영화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 세가지 것들'이란 책 역시 입문서로 아주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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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이후 불어닥친 영화 열풍은 질은 담보되지 않은 수많은 비평을 양산했다. 그 결과 수많은 영화 관련 용어들-심지어 전문용어들도 대중매체에 심심찮게 나타난다-이 나뒹굴지만 사실 그 정확한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고 읽어내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이런 붐을 타고 수많은 영화 용어 사전들이 나오곤 했지만 대개 10줄을넘어서지 않는 지극히 피상적인 수준의 설명 나열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용어 설명은 단순한 용어 설명용 사전이 아니다. 보통 2~3페이지를 넘는(양이 전부는 아니지만^^;;) 상세하고도 풍부한 설명은 한 용어의 정치사회적 맥락, 철학적 인문학적 배경, 정신분석학적 쓰임, 영화들에서 나타나는 실례까지 광범위하게 제시한다. 한 마디로 보통사전이 아닌 사전인데, 특히 비평을 읽으며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이 책에 기대어 거의 100% 완벽한 이해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영화이론을 전공하고 있는 나 역시 이 책에 많이 기대곤 한다. 이 책의 탄탄하고 풍부한 이론적 서술은 한 단어의 이해에서 그치지 않고 연결된 새로운 개념들까지 설명해주기 때문에 어설픈 이해나 도식이 아닌 개념 형성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어사전임에도 그냥 책처럼 읽어나가도 재미있는 것이 이 책의 새로운 매력이기도 하다. 영화를 읽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친근한 지침서가 될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장르/하위장르: 장르는 단순한 포괄적인 목록화 그 이상이다. 닐이 지적하듯이 장르는 단지 영화의 형태만이 아니고, 관객의 기대와 가설에도 관련된다. 그것은 또한 장르적 구조의 재료가 되고 그것을 구성하는 특수한 제도적 담론의 역할과도 관계한다. 다시 말하면 장르는 제작, 마케팅, 소비,이 세과지 과정을 아우르는 일부분으로 여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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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tudies란 말은 있어도, Filmology나 Cinemolgy란 말은 없다. '신문방송학'이 자신의 정체성으로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학문의 십자로란 말처럼, '영화학'이란 여타 학문들이 서로 가로놓여 있는 가운데 왕성하게 생성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혈기왕성하고, 나쁘게 말하면 어리숙하다는 거다. 본서는 1996년 루트리지 출판사에서 간행된 것인데 교보에서 원서를 보고 구입한지 6개월만에 내 눈 앞에 번역서가 나타났다. 그냥 책도 아니고 사전인데 이렇게 빠르게 번역을!! 좀 놀랐지만 서두른 때문인지 번역에서의 오류가 자주 눈에 띈다. 영화이론의 경우 현대철학과 기호학, 미학, 커뮤니케이션이론, 사회학 등의 용어가 자주 원용되는데 이 분야의 용어는 자의적으로 번역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자주 눈에 띈다. 이 책도 사전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전을 번역하는 일은 학문적 소통의 기초를 놓는 일이라는 점에서 섯부르고 성급한 번역은 차라리 않하느니만 못하다. 역자는 (항목 몇 개 더 늘린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좀 더 다른 관련서들을 참조해서 전문어들에 대한 상세한 각주를 포함시켰으면 한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수요가 꾸준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새 판을 찍을 때 전면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원서의 문제인데 이 사전은 지나치게 미국중심적이다. 역자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미국영화뿐이니 오히려 장점이 많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그래도 이건 해도해도 너무 했다. 마지막으로 집고 싶은 점은 한나래 출판사 특유의 촌스런 레이아웃이다. 원서의 단아하고 깔끔한 맛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역서의 커버 사진처럼 [현기증]나는 레이아웃이다. 제발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판을 갈아주길 바란다. [인상깊은구절] 서구 문화에서 할리우드는 너무나 지배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참조점으로 기능한다. 그래서 서유럽에서는 한 국가의 영화는 일정 부분에서는 그것이 아닌 것(즉 할리우드적인 것)과의 관계,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 이는 다시 또 두가지 전략을 낳는다. 첫째 유럽국가들은 바로 그 타자의 영역에 침투하려는 의도로 영화를 만들어낸다. ... 둘째 자국의 재정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토착 영화산업이 오로지 자기 나라 관객을 위한 생산품을 만들어 낸다. 그럼으로써 자국의 문화적 특성들에 의존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