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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파이크 존스 감독이 2002년에 만든 <어댑테이션 Adaptation>은 쉬운 영화가 아니다. 할 말이 많은 감독의 뜻에 따라 가려면, 보는 이는 끈기있게 봐야 하는 영화다. 그러니 눈이 빨려 들어가서 언제 시간이 다 갔는지 모를 그런 영화는 아니다.
조금은 비켜서서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가를 찾아보아야 하므로, 지루하기도 하고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아 따분할 수도 있다. 촘촘히 짜인 얼개를 따라가는 일은 그냥 시간을 때우고자 하는 사람한테 맞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여럿이 같이 보기보다는 혼자 곱씹으며 보아야 할 영화라는 느낌이 든다.
2. 세 사람의 삶을 엮어 놓았다.
어렸을 때부터 하나에 빠져들면 깊이 들어가는 존 라로쉬(크리스 쿠퍼)는, 거북이부터 빙하기 화석, 거울, 열대어를 모으고 가꾸는 일에 빠져들었다가 이젠 난초에 마음이 빠져 있다. 3년 전부터 가장 보기 어려운 '유령난초'를 찾아 헤맨다. 그러다 보호구역 안에서 인디언들과 같이 난초를 캐다가 경찰에 잡힌다.
존이 난초 때문에 재판을 받게된 것을 알고 취재에 나선 뉴요커 잡지사의 수전 올리언(메릴 스트립). 처음에는 그냥 남들과 다르게 사는 존의 삶을 글로 쓰려고 만났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하나를 잡으면 빠져들어가 사는 존의 삶이 우러러보인다.
수전도 잘 산다. 옆지기도 있고, 글로 이름도 나고...어디 모자란 구석이 없다. 그런데도 존을 보면 제 삶이 답답하게 보인다. 뉴욕의 따분한 삶에 지친 탓일까...
수전이 쓴 책 '난초 도둑'을 앞에 놓고 각본을 써야하는 찰리 카우프만(니콜라스 케이지)은 답답하다. 어디서 풀어나가야 할지를 몰라 헤맨다. 마음이 여리고 사람을 쉽게 만나지 못해 수전을 만나보라는 영화사 사람의 말을 따르지도 못하고, 일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해 여덟 달이나 사귄 아멜리아한테 마음을 주지도 못한다. 그래서 늘 꿈을 꾼다. 마음에 드는 아가씨와 같이 잠자리를 하거나 일이 잘 풀리는 바람이 꿈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찰리와 달리 같이 사는 쌍둥이 아우인 도널드 카우프만(니콜라스 케이지)은 사람들, 더구나 아가씨들과도 잘 어울리고, 글을 쓰는 힘든 일을 쉽게 풀어나간다.
3. 찰리가 수전이 쓴 책을 바탕으로 존의 삶을 영화 속으로 담아내는 글을 쓰는 것이 줄거리다. 그런데 세 사람은 모두 남모르게 마음이 아프다. 겉보기와 다르게 살아간다.
찰리는 머리가 아주 좋기는 하지만 "난 뚱보에 대머리야. 누가 날 좋아할까..." 하며 늘 스스로를 낮춰보면서 사람을 깊게 사귀지 못하는 아픔을 갖고 있다.
수전은 남보란 듯이 잘 살지만 속이 차지 못한 채 겉도는 삶을 살고 있어 없이 살고 허름하게 살아도 난초에 빠져 뒤도 돌아보지 않는 존이 마냥 부럽다.
존은 좋아하는 것에 빠져 살아가지만 차를 잘못 몬 탓에 피붙이들이 작살이 난 일로 늘 마음이 아프다. 게다가 어떤 것이든 좋아하다가도 어느 때 미련없이 돌아선다. 끝나면 모두 잊어버린다.
이들이 짐승이나 풀, 나무처럼 스스로 곁에 있는 것에 맞춰 잘 살아가도록 바뀔 수가 있을까? 마음대로 되지 않는 환경에 스스로를 맞춰 '적응(어댑테이션)' 하는 일은, 본디 글을 영화에 맞게 '각색(어댑테이션)' 하는 일과 다를 바가 없다.
"마음 속으로만 사랑에 빠지면, 꿈같이 달콤하지만 손에 넣지 못한다"는 수전의 말을 새겨들어, 망설이지 않고 부딪치며 살아가는 도널드처럼, 찰리가 꿈속에서 빠져 나와 삶 속으로 뛰어 들어갈까? 찰리가 스스로를 높여보는 삶을 살도록 아우 도널드가 도움을 줄까?
4. 찰리와 도널드 두 몫을 한 니콜라스 케이지가 돋보이긴 하지만, 나한테는 그리 당기지 않는 모습이다. 꿈과 삶 어디에도 뿌리 박지 못하고 헤매는 찰리와 그에 맞서 있는 도널드를 잘 견준 듯하지도 않다.
난초를 보러 갈 때는 아무렇지도 않던 늪이 나중에 악어가 나온다고 꾸민 것은 어째 좀 생뚱맞다.
나무와 풀이 새로운 환경에도 잘 맞춰 살아간다는 걸 빗대서 사람도 어렵지만 둘러싼 틀에 맞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영화 속에서 말하고 있지만, 영화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맞물려 마음에 와닿지 않고 겉돌고 있는 느낌이 드는 건 나만 그럴까. 다시 보면 나아질는지...
디브이디 화면이나 소리는 그런대로 괜찮으나, 보너스라곤 예고편만 있는 것이라 볼품이 적다. 우습게도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 이름이 그대로 나온다. 영화의 바탕이 된 책은 수전 올리언이 썼으며, 각색한 사람도 찰리 카우프만과 도널드 카우프만이다. 그런데 도널드는 없는 사람을 지어냈으나, 나중에 아카데미에서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쌍둥이로 보이도록 지어내었지만 없는 사람한테 상까지 주려 하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