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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국내 대학생들이 '표면적인' 모더니즘의 후예들이라면 90년대 대학생들은 '실질적인' 포스트모더니즘의 후예들이었다. 90년대에 외국에서 석·박사를 마친 이들은 주구장창 포스트모더니즘과 사회구성론의 세례를 받으며 공부했다. 당시 90년대 막바지에야 일종의 개종적인 움직임이 일어났다.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국내에서도 반자본주의 운동에 끼친 포스트모더니즘의 폐해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그 때 쯤이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의 장단점을 합리적인 시선으로 폭넓게 다룬 국내저작은 미비한 실정이다. 이 때 고맙게도 미국 우스터폴리테크닉 대학의 철학과 교수 존 산본마쓰의 《탈근대 군주론》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포스트모더니즘이 좌파운동에 미친 폐해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가령 1960년대 신좌파의 등장,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 탈식민주의 등 다양한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꼼꼼하게 읽고 이 이론들의 인식론적 오류와 실천적 결함을 철저하게 비판하고 있다.
존 산본마쓰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정교하고 세련되어 보이지만 기능적인 가치는 하나도 없는 바로크 시대의 건축과 유사하다는 데 착안하여 이를 '바로크적 이론'이라고 비판한다. 즉 경계선 넘기, 신체, 차이, 결여, 다중, 예외상태 등 난해한 개념용어는 경험적 실재와 실천적 운동과 동떨어져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론과 실천의 균열을 명확하게 보여준 '상품화된' 학문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반자본주의운동에 악영향을 미친 이론적 테제를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지식인은 확정적 지식을 해체해야만 지식과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둘째, 확정적 지식이라도 그 안에는 불확정성이나 중층성이 존재하므로 이론가들은 특정한 도덕적 사회적 규범이나 보편적 이상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셋째, 이론적 지식은 실천적 지식의 요구나 물질적사회적 욕구와는 별개로 발달할 수 있고, 또 발달해야 한다. 넷째, 사회적 실재의 근본적이고 중요한 성질은 차이 혹은 의견불일치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런 이론적 명제들은 반자본주의 운동노선에 다음과 같은 악영향을 미친다. 첫째, 보편적 진리의 해체는 사회경제적 총체성을 변증법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려는 좌파의 노력을 방해한다. 둘째,도덕적 상대주의는 도덕적 사회적 질서를 결정할 권한을 정치적 우파에게 부여하는 효과를 낳는다. 셋째, 이론과 실천의 분리는 사회운동이 이론적 지식에 접근하는 길을 차단한다. 넷째, 차이와 대립의 강조는 반자본주의 운동의 일치된 연대와 상호지원의 토대를 허물어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