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간에 볼 책들은 대략적인 리스트를 만들어 놓지만 크게 부담을 느끼고 싶지는 않아서 우연한 관심에 의해 책을 선정하기도 한다. 칼 야스퍼스는 평소에는 그렇게 관심있게 생각하던 철학자는 아니다. 다만 최근에 어찌하다보니 실존철학쪽 인물들의 책을 접하게 되고 초록은 동색이라 그런지 거기에서 야스퍼스의 이름이 회자되고 인연적으로 이 책이 손에 닿게되었다. 처음에는 책 제목이 좀 식상한 면도 있었다. 위대한 사상가라... 너무 진부한 내용이 아닐까, 행여 교과서식으로 교리나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야스퍼스라는 무게감이 한 번 일독해보자는 동기를 준 듯 하다. 더불어 실존철학자의 시각에서 분석하는 내용이 들어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고 읽게 되었다.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에 대해서는 학교의 배움을 통해서 그리고 직접적인 종교를 통해서 많이 접하게 되니 웬만큼 안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러나 정말 제대로 아는 걸까 하는 반문도 하게된다. 일반적으로 아는 이야기는 제외하고 인간의 역사를 보면 기원전 5세기 전후에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가 등장하는 부분은 신기하기도 하다. 왜 비슷한 시기에 나타났을까? 소크라테스와 공자는 동서양의 관념, 시각 차이의 뿌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크라테스의 변증법적 문답과 깊이 파고 들어가는 사유는 서양의 개인주의로, 공자의 인에 의한 도덕, 윤리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듯 하다. 흔히 동양사람들은 개인으로서의 자신보다는 집단안에서 보여지는 자신에 촛점을 두지 않는가? 사후세계에 대한 언급을 보면, 소크라테스트에 관한 플라톤의 책들을 보면 소크라테스는 이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볼 수 있다. 반면에 공자는 예로서 조상을 섬기지만 사후세계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는다. 불가지론적 관점에서 현실의 문제에 더 집중했다는 평가이다. 하긴 소크라테스도 신들의 존재를 믿고 윤회("육도 윤회"와는 다름)를 믿는 정도이지 구체적이지는 않은 듯 하다. 두 성인 다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듯 하다. 또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드렸다. 현재 서양 문화가 지배적인 원인 중 일부는 소크라테스를 필두로 한 그리스 사상에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스 사상이 유럽에서 망각될 쯤 이슬람에서는 아랍어로 열심히 번역하고 사상의 뿌리로 삼고 있었으니 그 때가 이슬람의 부흥기였다. 다시 역으로 유럽으로 흘러들어오면서 르네상스의 불꽃이 재점화되게 된다. 결과만 두고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그만큼 인간의 사유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만은 사실인 듯 하다. 이슬람에서 아랍어로 열심히 번역해 놓지않았으면 그리스 사상들은 역사에서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석가모니와 예수의 이야기는 종교적인 이야기라 자칫 식상할 수도 있는데, 신격화되어 있는 두 성인을 신이 아닌 인간의 면에서 당시의 모습을 생각해 보는 부분, 그리고 원론적인 메시지를 생각하는 부분은 퍽 마음에 끌린다. 물론 종교로 발전하게 되는 부분에 대한 설명도 있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사실 가장 근본적인 핵심은 무기(無記 - 붓다가 대답 대신에 침묵한 부분)영역안에 있다고 본다. 연기법, 사성제, 팔정도, 사띠 수행 등등은 그야말로 수행의 방법이지. 사람의 본질은 무언가요? 왜 태어났나요?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우주는 뭔가요? 하는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신 것으로 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말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니 참 어렵다. 특히 헤갈리게 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무아(無我)"이다. 힌두교에서 말하는 아트만(진아(眞我), 쉽게 말해 내 인격과 같은 영혼)을 불교에서는 부정하니 죽으면 어찌된다는 것인지 알쏭달쏭하기도 하다. 또 하나는 육도윤회부분이다. 탱화로 그려져 있는 것들을 보면 끊는 물이나 불속에 들어가지 않으려만 착하게 살아야겠지만 이 또한 석가모니가 직접 언급하신 적은 없는 걸로 안다. 그저 힌두교의 기본 사상은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아는데(이 부분도 특별히 말 안해서 수용 아닌지?) 윤회가 반드시 힌두교식의 육도윤회이어야 할까? 아리송한 부분이기도 하다. 천국과 지옥이 물리적인 현상이요 실체일까? 아니면 인간사에 대한 비유일가? 남방불교(소승불교)는 석가모니의 전통이 많이 남아있지만 북방불교(대승불교)는 참 많이 변경된 듯도 하다. 물론 개인의 깨달음이라는 아라한보다는 중생을 살핀다는 보살의 개념이 발전하다 보니 그렇지 않았나 싶지만, 다양한 불보살의 개념이 불교의 본질을 혼동시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불보살과는 별도로 절에 가면 삼신각에서 절을 하는데 그게 맞는 행위일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철학과 깨달음의 종교가 이렇게 기복신앙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일까? 하여간 책을 읽다보니 잡다한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공관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모습은 감동과 스펙터클 그 자체이다. 아마도 이 부분이 성서내에서도 으뜸이 아닌가 싶다. 물론 모세5경의 내용도 정말 재미있지만. 톨스토이도 불신에서 믿음으로 돌아온 계기가 이 공관복음서와 민중에 대한 관찰이 아닌가 싶다("톨스토이의 참회록"에서 느낀 생각). 톨스토이는 정통 기독교 입장에서 보자면 이단성이 있지만 그래도 공관복음서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는 참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는 인간 본성에 깃들어 있는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성서는 성령에 의해 쓰여진 책이니 완벽하고 글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의도 있고 그 보다는 그 안에 담겨있는 뜻이 중요하다고 보는 주의도 있는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할 경우, 과학과 상충되는 부분에 대한 논쟁을 여기서 다 할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사실 너무 헤갈리는 부분이다. 진화론에 대한 논쟁은 둘째치고 창세기에 나오는 지구와 전 우주의 나이가 10,000년 이하여야 하는데 처음부터 걸림돌이 많다. 물론 창조과학회의 글들도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신앙을 가진자만이 신앙의 눈으로 볼 때, 보일 일들도 꽤 많은 듯 하다. 우선 기독교에서 하느님은 인격신이시니 개인의 머리카락 수까지 헤아리고 계시고 간절히 기도하면 들어주고 받아주신다고 한다. 물론 비신앙인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이겠지만. 성서의 역사, 삼위일체에 대한 역사,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아퀴나스에 의한 그리스 철학의 접목, 그리고 많은 분파 등등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흔히 사람은 "나", "지금", "여기" 기준으로 사고를 하다보니 그 시각을 벗어난 것들은 무시하고 자신을 기준으로 지금 시점에서 이해하고 그것만을 전부로 생각한다. 종교는 인간의 역사와 같이 걸어왔기 때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리가 종교에 대해서 아는 것들은 성직자들의 말을 통해 들은 것들이 대부분이지 우리가 스스로 알고 이해하는 부분들은 매우 제한적이다. 까칠하게 이야기하자면 자신의 관점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들어서 그것이 반드시 옳다고 믿고만 있는 것이지.
이 책을 읽으면서 석가모니와 예수의 근본 깨우침을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가 실존철학자이니 그 분야의 용어로 생각해 보면 전달하는 메시지는 지식의 체계안에 있는 그 무엇이 아닌 "비지식"체계에 있는 것들이다. 그러다 보니 그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인간적인 지식이나 이해로는 불가한 일이다. 우선 인간에게 가장 큰 장애인 죽음을 직시하고 그에 따른 불안을 받아들이면서 그 너머를 보는 그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2/5/2015 |
| 4대 성인으로 잘 알려진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의 삶과 사상을 엿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 이 책은 야스퍼스라는 실존주의 철학자인 저자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고 꼭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야스퍼스가 이야기가 하는 4대 성인의 면모와 평가, 그들의 사상과 철학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만날 수 있기에 말이다. 물론 4대 성인들은 이들의 영향력과 아성만으로도 꼭 한 번 읽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야스퍼스의 평가이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야스퍼스는 4대 성인의 주요한 사상에 대한 언급은 물론 이를 통한 미래 세대의 나아갈 방향도 제시하고 있어 더욱 얻고 생각할 것이 많은 책을 만났다는 기분이다. 역시 4대 성인은 성인으로 추대받을 만큼 그 인격과 사상의 쌓음의 과정이 혹독하고 남달랐다는 이야기들을 알고 삶에 대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할 수 있었다. 두고 두고 보면서 4대 성인의 사상은 물론, 야스퍼스의 해석까지 새기고 느낄 것이 많은 책을 만나서 기쁘다. 성인들의 삶과 사상은 물론 야스퍼스의 해석까지 만나고 싶은 철학에 욕심 많은 독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
|
이 책은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로 유명한 '카를 야스퍼스'의 저작 '위대한 철학자들' 가운데 세계 4대 성인이라 일컫는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 4인의 근본 사상과 의미에 해당하는 내용을 발췌하여 번역한 책이다. 이들이 인류에 끼친 영향력을 되돌아보면 더 이상 입증의 여지가 필요 없을 만큼 대단하기 때문에 이 4인을 선정한 기준에 대한 논란은 없겠다. 하지만 철학이 모든 학문의 기본이라는 전제 하에, 4인 모두 지식의 축적에 무관심했기 때문에 현대적 의미의 '철학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대한 사상가들'이라고 번역한 역자의 센스가 돋보인다. 한편 이들이 오늘 날까지 동 · 서양의 전통, 문화, 예술, 종교, 이념 등을 포괄한 철학 그 자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것 역시 의심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의 기본적인 가르침만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도 인류 사상사의 5할은 인지하고 있다고 확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들의 사상과 교훈에 관한 텍스트는 경전과 고전을 포함하여 수많은 서적이 존재하기에, 이미 기존에 이들에 관한 책들을 꽤 읽었고 또한 그러하기 때문에 굳이 이 책을 꼭 읽을 필요도 없지만, 누가 어떠한 목적으로 이들에 관련된 글을 썼든지 간에 읽는 순간 가슴이 뛰는 희열을 느끼는 것은 '윤리'에 관심을 갖는 나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할지 모른다. 소문대로 냉철한 지성을 지닌 철학자답게 야스퍼스는 이 4인에게 화려하게 포장된 근엄한 전통적 권위를 걷어내고,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어 생애, 교리, 지혜, 의미, 영향,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면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서양철학자의 관점에서 본 석가모니와 공자에 대한 해석이 불교와 유교 문화권에서 살아 온 우리의 관념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기독교적 역사 전개를 배제하고 역사적 실체로서 예수를 바라 본 것과, 서양 철학의 정신 그 자체인 소크라테스에 대한 실존주의적 시선의 입장을 견지하는 야스퍼스의 견해를 확인하는 것이 이 책을 독서할 때 주목해야 할 포커스이다. 물론 4대 성인에 대한 야스퍼스의 철학적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할 필요는 없다. |
|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에 대한 카를 야스퍼스의 글. 책은 얇지만(원작의 일부를 발췌해서 옮긴 글이기 때문에) 결코 만만찮은 내용이다. 옮겨쓰기 한 내용만으로도 공책 여섯 쪽 분량이다.
정성을 많이 들여 읽은 책이기는 하지만, 네 사상가에 대해 어느 정도 감(感)을 잡은 정도로 만족해야겠다. |
|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를 읽다보니 그 시대를, 그 시대의 위인들을 거론한 카를 야스퍼스의 책을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스퍼스로 검색해보니 이 책이 있었다. 절판된 책이어서 다른 지역 도서관에 가서 단숨에 냅다 읽었건만 지금 기분이 맹숭맹숭하다.
이 책은 실존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인류사의 걸출한 사상가와 철학자를 다룬 두꺼운 책에서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에 대해 쓴 부분만을 발췌해 묶었다. 주 내용은 사대성인들의 생애와 근본 사상, 그들의 가르침이 후대에 미친 영향, 각 성인의 인간적인 면모, 공통점과 차이점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재까지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친 위인들이며 종교 창시자로까지 여겨지지만 그들의 생애와 사상을 알 수 있는 경전은 모두 그들 사후에, 추종자들에 의해 나와서 본 모습보다 신격화 되었다는 점. 이에 야스퍼스는 후대의 신격화는 걷어내고 그들의 인간적 상황, 인간적 모습을 독자에게 말해주려 한다. 각 시대의 맥락에서.
불교는 폭력은 물론, 이교도 탄압, 종교 재판, 마녀 재판, 종교 전쟁을 일으키지 않은 유일한 종교다. - 95쪽
공자에게 가르치는 방법과 배움의 방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배움은 실용성을 전제로 한다. '어떤 사람이 <시경>에 나오는 3백 개의 시를 외운다 하더라도, 국가의 일을 맡았을 때나 외국의 사절로 나갔을 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모든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배움이 없으면 모든 덕은 안개와 같이 사라진다. 배움이 없으면 정직은 저속함이 되고, 용기는 불복종이 되고, 강인함은 괴벽이 되고, 자비심은 어리석음이 되고, 지혜는 산만함이 되고, 진실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 110쪽
성서 종교는 아브라함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수세기 동안 모든 종교인을 포괄하는 종교다. 어느 누구도 이 종교를 간과하거나 독점할 수 없다. 성서 종교와 유대를 맺고 사는 사람은 그 가운데서 자신의 삶을 찾고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강조하게 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서구의 종말은 이런 다양한 형태의 성서 종교가 사라질 때 올 것이다. 예수는 이런 성서 종교의 한 요소일 뿐이다. 그를 그리스도라고 부르는 신도들에게 중요한 하나의 요소에 불과한 것이다. (중략) 그는 기독교의 창시자도 아니며, 그를 통해서만 기독교가 탄생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예수의 실재는 그와는 거리가 먼 여러 이념들로 겹쳐져 있어 완전히 다른 실재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의 실재의 잔재는 늘 우리에게 남아 있다. - 200 ~201쪽
책에 적힌 내용은 다 이해하겠다. 그런데 그건 솔직히 내가 한글을 뗏으니 읽을 수 있었을 뿐이다.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 이 사대성인의 생애와 사상을 요약 정리하는 야스퍼스의 생각을 간단요약본을 접한 거라, 내게 그 깊이가 와 닿지 않는다. 저자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이런 견해를 피력했는지가 이해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나 스스로 고민하여 문제 푼 것이 아니라 수학 자습서 답지 보고 풀이과정을 연습장에 베껴 쓴 기분이라고나 할까. (별점이 셋인 이유는 내가 이 책을 평가할 수 없기에 기본만 준 것) 게다가 야스퍼스는 니체 등 다른 철학자의 견해를 많이 거론한다. 맙소사! 이번에는 또 누구로 찾아 읽어야 하나?
결국 이 책을 읽고 얻은 소득은 사대성인에 대한 지식이 아니다. 몸을 쓰는 운동이나 기술을 배울 때 처럼, 책을 읽을 때도 두꺼운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의 과정을 천천히 몸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시작해야 진전이 있지 않겠나. 그러니 이번 독서는 걍 마트 시식 코너에서 한 점 맛본 것 정도. 다른 책으로 다시 읽어 보리라. |
|
한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생각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구성원들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생활하느냐는 그 사회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하겠다. 이는 우리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쉽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요즘은 사회 전체가 어떤 철학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아 아주 씁쓸하다. 내편, 네편으로 서로 편을 가르고, 서로의 주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다양성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집이 늘어만 가는 것 같다. 이는 현대 사회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이라 하겠다.
예전에 비해 교육을 받은 층이 넓어지면서 자신만의 논리를 가지고 사물을 보다보니 자신들의 색깔은 더욱 명확해 지는 반면, 그 가운데서 관용이나 타협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을 보게 된 것도 과연 여기 소개되는 소크라테스, 석가모니, 공자, 예수는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전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우리에게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동서양에서 성인으로 추앙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은이가 카를 야스퍼스라는 실존주의 철학자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그런데 실존주의적 시각은 느낄 수 없는 객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원래는 이 글은 지은이가 쓴 '위대한 철학자들' 중에서 이들에 대한 이야기만을 발췌한 것이었다. 지은이는 그들의 생애와 삶, 철학 등을 소개하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어, 이들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데는 더할 나위없이 좋다. 그리고 위 4명의 사상가들이 서구 사상과 동양 사상을 대표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여서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다만 위와 같은 설명이 개략적인 것으로 그친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누구나가 한번쯤은 생각했음직한 이야기들이고, 어디서 들어본 내용들이 많다. 심오한 내용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실망을 안겨다 줄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가 실재적인 빛이라면, 예수는 마법처럼 변용된 빛이고, 석가는 마력적인 추상의 빛이며, 공자는 냉정하게 빛나는 객관적인 빛이라 할 수 있다(본서 214쪽 참조). 소크라테스는 이 세상을 살면서 인간의 이성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택했고, 이것은 유일하게 인간에게만 가능한 방법이다. 석가는 존재의 의지를 단절시켜서 이 새상과의 인연을 끊으려고 했으며, 공자는 이 세상의 변화를 위해 노력했으며, 예수는 세상의 위기를 보여주었다(본서 제225쪽 참조)." 카를 야스퍼스가 4명의 사상가들의 철학을 자신 나름대로 짤막한 글로 정리한 것인데, 무척 가슴에 와닿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위 사상가들의 삶을 통해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각박한 현실사회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