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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지배한 자들-칭키즈 칸, 제국을 달리다
"세계를 지배한 자들-칭키즈 칸, 제국을 달리다" 내용보기
'그 곳의 사람들은 목동이 아니었다. 그들은 집에 살며 월급을 받는 근로자들이었다. 기수의 시각에서는, 이보다 더 위험하고 더 무절제한 사람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것은 좁은 거리가 있는 마을, 그들을 가두는 벽, 계산하는 습성에 대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반감이었다.'     몽골족은 사각으로 된 벽을 이해하지 못한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사회주의 국가가 된 나라, 70여
"세계를 지배한 자들-칭키즈 칸, 제국을 달리다" 내용보기

  '그 곳의 사람들은 목동이 아니었다. 그들은 집에 살며 월급을 받는 근로자들이었다. 기수의 시각에서는, 이보다 더 위험하고 더 무절제한 사람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것은 좁은 거리가 있는 마을, 그들을 가두는 벽, 계산하는 습성에 대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반감이었다.'

 

  몽골족은 사각으로 된 벽을 이해하지 못한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사회주의 국가가 된 나라, 70여년간 국가에서 주는 밥을 먹고, 국가에서 주는 일을 하고, 국가에서 시키는 교육을 받아 온 사람들은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으로 갑작스럽게 닥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겁을 먹고 초원으로 도망쳤다. 초원은 그들의 조상들이 원래 살아 온 터전이었고, 자식들의 볼에 통통하게 살을 오르게 해 주는 생명의 기원이었고, 여름이 되면 되돌아가야 하는 목초지였던 것이다. 초원에서는 부유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을 도와 주는 것을 명예롭게 여겼으며 그들을 내버려 둔다는 것은 치명적인 자존심의 손상을 의미했다.

 

  아직도 몽골족은 손님을 융숭히 대접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조금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지역을 여행하는 여행자에게 말을 내어주고, 양고기를 내어 주고, 원한다면 여자까지 내어 주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초원은 초원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탈출해야 하는 감옥이지만, 받아 들일줄 안다면 여유롭게 방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이 책은 쿠빌라이의 사망소식으로 다음 대칸을 뽑기 위해 각 지역의 칸들이 다시 몽골로 돌아가면서 페스트처럼 무섭게 번지던 몽골족의 세계로 향한 영토확장이 멈춘 억세게도 운이 좋은 나라, 터키의 국경에서 출발하여 몽골 울란바토르를 지나 칭기즈 칸이 태어난 다달이라는 곳까지의 여정을 다룬 여행기이다. 그러나 단순히 경치를 보고 그 지역의 풍물을 소개하는 단편적인 여행기라고 생각한다면 오해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몽골의 역사, 그들의 민족성, 세계가 바라본 몽골등 여행기에서 흔히 드러나는 겉모습이 아닌 몽골의 진짜 모습을 보여 준다. 유럽인들은 당시 몽골족의 침입을 페스트에 비유하며 맹목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세계의 역사를 바꿀수도 있었을 몽골이 대칸인 쿠빌라이의 사망으로 모든 칸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세계정복의 야욕과 바꿀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무엇이 있음을 감지하게 한다.초원은 그들의 생명의 저류를 흐르는 기운같은 것이기도 하다. 갑자기 닥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몽골의 도시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초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역시 회군과 상통하는 민족성 때문일 것이다.

 

  세계의 다른 지배자들은 다른 국가를 점령하면서 그들의 독특한 문화와 관습등을 전하려고 애를 쓰지만 몽골족은 전혀 피지배국에 남긴 것이 없다. 그들이 지나가고 나면 산산히 부서진 도시와 죽은 사람과 가축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그들이 휩쓸고 지나갔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인구의 4분의 1을 라마승으로 만들어 내는 지극히 낙천적이고 게으른 민족이다.

 

  중국이 물러난 후 소비에트 연방이 몽골로 들어와 울란바토르를 건설할 때 울란바토르에 모여 든 사람들 중 일반 시민은 6천명이었으나 라마승은 6만명이었다는 통계가 있다. 물론 사회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소비에트 연방이 그런 라마승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으니 전국의 사원을 부수고 라마승을 무자비하게 죽임으로서 그들이 단 일년간 죽인 사람들만 백만을 넘는다는 보고도 있다.

 

  이 책은 드물게 이주일 가량 걸려서 읽은 책이다. 이주일동안이나 붙들고 놓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읽을 거리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그 정도 걸리면 더 이상 읽지 않고 덮어 버리거나 나중으로 미루어 버리는데 끈질기게 읽었던 것은 마력처럼 끌어 당기는 힘 때문이었다. 몽골 역사를 관통하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초원 여기저기에 널린 게르(천막집)를 다니며 그들과 어울리는 생활을 통한 여행, 살짝 비꼬아 주는 기묘한 문장에 매료되었다. 군데군데 비꼬는 문장에서는 혼자서 슬며시 웃음을 짓거나, 혼자 읽기 아까운 대목은 아이들을 불러 들려 주곤 했다. 그는 새로운 지역에 도착할 때마다 매 순간 게리쿠퍼처럼 짠~하고 등장하기를 원하나 한번도 그렇게 도착한 적은 없었다고 회고한다.

 

  마지막 여정인 바트시리트에서는 칭키즈 칸의 무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부르한 할둔을 탐지하러 온 첩자라는오해를 받고 지역 경찰에게 체포되지만, 작가는 오히려 읍장에게 자신은 바트시리트를 취재하러 온 작가이며, 멀지 않아 그 도시가 몽골 최고의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바람에 먼지 쌓인 호텔과 도서관을 몽땅 청소하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최고의 손님 대우는 기본이고.

 

  나는 엄청나게 좋은 책 하나를 읽은 기분에 즐겁다. 여행을 하는 기본적인 시각까지 달라졌다. 겉만 보고 다니는 여행을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외몽골을 여행하면서 유목민들과 함께 여행을 했다. 여행 도서로는 세계 최고의 권위있는 상인 토마스 쿡 여행 도서상 수상작인 이 책은 그 상의 권위에 조금의 흠집도 주지 않는다. 잡다하게 읽었던 각종 여행기의 최고 좋은 자리에 이 책을 놓아 두고 싶다.

그리고 나는 몽골에 엄청 가고 싶어졌다.



h******0 2014.01.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