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각광을 받게 된 지놈 연구는 역설적이게도 고전적인 자연과학의 방법론으로는 '생명현상'을 설명할 수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생명현상의 상호작용과 복잡성, 인간의 특성을 해명하기에는 3~4만 개라는 인간 유전자의 수가 너무 적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생명의 문제를 다루는 자연과학으로 하여금 환원주의와 관련된 모든 노력을 포기하고 동양으로 시선을 돌려야 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신학과 철학 또한 자신들의 존립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생명에 관한 절대적인 진리의 상대성―생명의 존엄성과 신성의 근거, 생명을 둘러싼 가치 스펙트럼―을 스스로에게 허용하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요구되는 것이 '대화'이다. 우선 생명을 둘러싼 각 분야의 기본적인 견해가 무엇이며 그 견해들 사이에 어떤 질적인 차이가 있는지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생명이 정말 '원시수프'에서 우연히 생긴 것인지 아니면 신의 의지에 의한 것인지 갑론을박하고, 그런 생명이 '왜' 존재하는지, 인간의 현재를 진화의 결과로 설명하는 것이 타당한지 아닌지를 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특정한 문제에 대해서 다른 분야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서로의 견해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대화의 한계와 새로이 열리는 가능성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생명에 관한 제학간 대화가 다시금 돌아가야 하는 화두는 인간이다. 각 분야는 우리 인간이 조바심을 치며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한 각 분야의 이해를 대화의 역동성 안에 녹여냄으로써 우리에게 인간 이해에 관한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길을 열어 보이는 새로운 인간학을 꾸며내어야 할 것이다. |
| "정신"이라는 것이 세상의 화두가 된지 꽤 오래되었지만, 우리는 아직 "정신"이라는 말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말이 쓰이는 상황에 따라 여러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다르지만, 현재 서로 확연히 다른 두 관점이 서로의 합일점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모습의 일환으로 여러 생각들이 대두되고 있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다섯 학자들의 대화를 보면서, 나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정신, 사랑, 영혼, 의식 등등의 것을 막연함이 아니라,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되어싿. |
| 이 책을 읽으면서 장자의 철학이 맴도는 이유는 뭘까? '무지(無知)'의 상태에 '분별'과 분석을 가해 학문이라는 '지(知)'를 '성취'했으나 세계에 대한 인식을 '훼손'했으며 새로운 인식에 대한 '무지(無知)'의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서 서양 지식의 역사를 말한다면 견강부회가 될까? 이 책이 다루는 부문들 간의 대화가 고대,중세,근대를 통해 각각 철학,신학,자연과학이라는 견고한 성들이 이제 막 성문의 빗장을 연 정도로서 서로간의 깊이있는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빗장을 연 시도만으로도 읽는 재미와 아울러 인식의 범위를 넓혀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