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에선 유리의 형 쇼리, 무라켄, 지구의 마왕 보브 등이 유리를 찾아 진마국으로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볼프람은 아달베르트와 함께 배를 타고 유리를 도우러 가는 도중이다. 그리고 유리는 소시마론 왕 사라레기에게 배신당하고 콘라드, 요자크와 함께 성사국 궁전에서 도망치는 도중`베네라`라고 하는 여자 노파-지구에서의 이름은 헤이젤 그레이브스, 외전 `아가씨라는 건 가짜 모습`에 나오는 에이프릴의 조모다-와 만나게 된다. 그녀와 대화하는 동안 유리는 자신이 마족 공용어 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의 혼 속에 축적된 전생의 기록을 둘러싼 테가 느슨해져 있다는 걸 깨닫고 그런 유리를 지켜보며 콘라드는 걱정한다. 헤이젤이 지구에서 진마국이 있는 세계로 넘어온 건 금기의 상자의 뚜껑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금기를 부수고 상자를 만져 푸른 불꽃에 휩싸인 순간 그녀는 이세계로 넘어왔다. 그 상자는 신족의 땅 북쪽에 있다. 헤이젤은 신이 만든 금기의 상자를 욕망에 얼룩진 손으로 만져서 신벌을 받은 거라고 믿었지만 유리는 그건 신과 관계없다고, 그녀가 이런 불운한 운명에 처한 것은 신의 벌이 아니므로 그녀가 믿은 신은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콘라드는 지구에서 치뤄진 그녀의 장례식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녀를 위로해준다. `동토의 겁화`에 대해 그녀가 설명해줄 때 이것은 원자폭탄을 비유한 것인가란 생각이 들었다. 헤이젤이 일본 같은 나라가 흉악한 병기를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할 때 유리는 `헤이젤 그레이브스 안의 지구 역사는 1936년으로 멈춰져 있다, 일본은 철저한 군국주의로, 아메리카는 아직 참전하지 않았다. 그런 것이 대전도 시작하지 않았다. 그녀는 20세기가 어떻게 끝났는지를 모른다`라고 생각한다. 유리의 말대로 20세기는 미국에 의해 베트남전, 걸프전 등이 일어났다. 미국은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의 일본과 맞먹는 군국주의 국가가 된 것이다. 그리고 현재 일본은 그게 실행이 잘 되고 있는지 어떤지는 둘째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헌법 9조가 있다.(신가이드 라인과 관련된 주변사태법에서 주변사태가 일어나면 일본은 후방에서 미국을 지원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상 교전권이 부활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명백히 그 법은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 지 않는다는 헌법 9조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에 자위대라는 강력한 군사력이 있다는 것도 그렇다. 하위법이 상위법인 헌법을 위반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참. ) 성사국의 현실을 바다 너머 타국에 알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헤이젤과 그의 동료들은 낡은 배에 동료를 태워 바다를 넘게 한다. 그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우리들의 세계에 나타난 보트 피플 중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더라. 그들은 제3국에 받아들여졌던가? 나라들 각각의 사정에 따라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본국에 송환되기도 하고 그랬던 듯 하다. 슬프게도 세계는 이상주의보다는 실리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게 현실이다.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가 약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정의보다 우선시된다. 헤이젤과 유리 일행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 가지 씁쓸했던 점은 원래 이방인인 헤이젤 그레이브스가 성사국에 흘러들어와 성사국의 노예계급 사람들을 지도하고 뭉치게 해 권력층에 대항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헤이젤이 없었다면 그들은 권력층에 대항할 의지조차 갖지 못했을까. 선진국 태생인 외부 사람이 들어와 미개한 나라의 사람들을 지도한다는 미국 영화에 자주 나타나는 영웅담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유리 일행이 성사국의 상황을 바꾸고 그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부분에서는 기분이 이상해졌다. 아마도 내가 한 때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진마국이란 올바른 나라가 성사국이란 바르지 못한 나라를 바꾼다. 그것은 지금 미국이 이라크에서 벌인 일과 상통하지 않는가. 물론 성사국의 권력층과 이라크의 권력층은 올바르지 않다. 그러나 정의를 부르짖고 있는 미국 역시 별로 정의롭게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행보에서는 유리와 그가 마왕 모드로 돌입했을 때 항상 말하는 `정의`라는 단어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이 드러난다. 어쨌든 유리는 계속 자기 나름대로 정의를 실현하려고 하고 콘라드와 요자크는 그런 그에게 휘둘려 고생한다. 조각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려다 실패해 붙잡힌 베네라의 동료들의 형집행 명단에 프레디와 제이슨이란 이름이 올라 있다는 소식에 유리는 행동에 나서고 콘라드와 요자크 역시 그와 함께 한다. 유리가 프레디와 제이슨이 아닌 얄미운 사라레기를 데리고 왔을 때의 콘라드의 심정은 처절하게 이해가 갔다. 구출 작전을 실행한 후 헤이젤과 그 동료들은 각자의 은신처에 돌아가고 유리 일행도 헤이젤이 마련해준 이전 황제가 괴멸시켰던 지하도시에 있는 은신처의 한 방에 들어간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좀비들에게 둘러 싸이게 되고 콘라드와 요자크가 열심히 좀비를 해치우는 동안 유리와 사라레기는 방의 벽 너머로 넘어가버린다. 요자크는 그들을 따라 갈 수 있었지만 콘라드는 가지 못해 벽너머에 있을 그들을 구할 방도를 찾기 위해 헤이젤을 찾아간다. 유리와 그 일행은 벽너머에 있는 컴컴한 미로에서 열심히 바깥으로 이어진 통로를 찾아헤매다가 재난을 만난다. 좁은 길을 지나는데 갑자기 그들의 뒤에서 커다란 암석이 굴러 온 것이다. 요자크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 그 돌을 막고 유리와 사라레기는 그를 남겨 두고 계속 길을 간다. 횃불마저 꺼진 컴컴한 길에서 요자크를 잃었다는 절망에 빠진 유리는 사라레기를 의지해 길을 걷는다. 겨우 밝은 곳에 왔을 때도 유리의 눈은 계속 보이지 않는다. 전생에서 장님이었던 줄리아처럼 그도 눈이 안 보이게 된 것이다. 다음 권에서 그가 어떻게 지금의 난관을 헤쳐나갈지 궁금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콘라드를 벽 너머로 보내지 않은 건 그를 죽이지 않기 위한 작가의 농간(?)인 듯 하다. 요자크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콘라드가 벽 너머로 가지 않아서 죽지 않은 사실에 조금 안심했다. 분명 그가 그 장소에 있었다면 그도 요자크와 함께 암석을 막다가 죽었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유리는 그가 생각하는 정의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행동할까. 그건 역시 작가 타카바야시 토모 씨의 마음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녀가 말하는 정의가 어떤 것인지 마시리즈가 완결이 되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까. 인상깊은 구절 "걱정하는 건 귄터의 일이지. " "하지만 하고 싶습니다......하게 해주세요." 분명 불빛이 흔들리는 탓이겠지. 울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아니라, 그가. "지금만이라도" 그 순간 내 안에서는 십육세나 된 남자에게 할 말이 아니라던지 성 안의 사람들도 소근거리지만, 당신과 귄터는 지나치게 과보호한다든가, 얼마든지 되돌릴 말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한 마디 말대꾸 하지 못하고 다만 평범한 짧은 대답을 반복할 뿐이었다."괜찮아. " 한번 더, 괜찮아라고. - 본문 38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