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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첼리비다케의 브루크너를 들으면 '어 이게 진짜?'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템포가 다른 정격 연주들에 비해 워낙 느리기 때문에 전혀 다른 곡처럼 다가오죠. 하지만 머리에서 마음까지의 길이 열리는 순간 첼리비다케의 연주는 우리의 모든 감각을 송두리째 차지합니다.
멋진 경치를 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면서 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차에서 내려 그 속으로 들어가 천천히 산책을 하며 숲속 곳곳의 신비한 모습, 바위 하나하나의 기괴한 자태를 감상하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을 주겠죠. 첼리비다케는 우리에게 후자의 아름다움을 줍니다. 음 하나, 쉼표 하나가 갖고 있는 미적 가치까지 세세하게 닦고, 다듬고, 조명까지 설치해 영롱하게 빛을 내도록 하죠.
워낙 반복구가 많은 브루크너의 심포니를 천천히 연주하다니 얼마나 지겨울까 생각하시겠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는다면 8십 몇분의 시간 내내 감동의 도가니에서 헤엄치실 수 있습니다.
첼리비다케는 적어도 브루크너에 대한 해석 만큼은 완벽의 경지에 올랐다고 저는 감히 확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