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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 서른 넘어 부쩍 정신과 의사들이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써낸 에세이들을 빼놓지 않고 보게된다. '내 맘을 어떻게 읽었지?' 싶게 지친 나를 어르고 달래고 위로해 준다. 가족과 친구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감정의 변화들을 그들은 알아서 분석해주고, 너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그런다고 안심 시켜주고, 이제 쉬어가라고 다독여주며, 자! 힘내자고 일으켜 세워준다. 아직은 정신과 병원문을 스스로 열어제낄 만큼은 아니어서 참아는 보지만 그래도 울고싶은 나는 그들이 쓴 책을 통해 많은 지지를 조언을 충고를 얻고 있다.
정혜신은 우리 사회의 고달픈 남성심리를 대변해주는 썩 괜찮은 친구이다. 삼십 초반까지 삶의 외형적인 틀을 갖추기 위한 준비로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린 채 허탈지경인 우리를 가르켜 충전없이 방전만 하는 세대라고 부르면서, 이제는 단지 책임감으로 버티는 인생이 아니라 속에서 부터 우러나오는 근본적인 삶의 에너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얘기해 주고 있다. 자신도 일에 빠져서 삶의 목적이 훼손되고 왜곡되는 미친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국축구를 예로 든다. "한국축구는 체력소모가 엄청나게 큰 노가다 축구다. 단조롭고 거칠고 대단히 투쟁적이다. 이렇다 할 작전도 없다. 전술도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맡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물귀신처럼 따라다니는 3-5-2 포메이션이다. 잘할 때는 브라질도 이기고 못할 때는 삼류팀에게도 허무하게 무너진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너무 뛰기 때문이다." 동물조차도 먹이를 위해 또는 잡히지 않기 위해서만 뛸 뿐인데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뛰지 않고 뛰기 위해 필요를 만들어 내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성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게으를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게으를 권리라는 것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조건이라고 가르쳐준다. 어찌나 공감이 크던지 계속 읽어 나가기가 벅찰 정도였다. 아울러 의현 스님의 말씀을 그대로 옮겨와서 하는 말이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나한을 만나면 나한을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일지라도 죽여라." 라고 한다. 부모나 스승과 같은 전 세대와의 의존적 유대가 사라질 때야 비로소 자기자신이 된다는 말인 듯 하다. 이 또한 유교적 사고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든 우리 한국 남자들을 굽어 살펴보고 하는 얘기일 것이다.
공감은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일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나같은 사람을 염두해 두고서인지 몰라도 저자는 여기에 덧붙여 쐐기를 박기까지 한다. "어느 한 편의 가치에만 극단적인 무게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은 언젠가 그 반대의 것에 소홀했던 대가를 톡톡하게 치르는 것이 인생 스스로의 균형감각이다."라고 말이다. [인상깊은구절] 인생이란 자기발견의 과정이다. 자기의 실체를 만나기 위해서는 우선 고정관념을 벗어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가 강요하는 집단의식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사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 보다는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권위적인 가면을 벗고 개인의 인간적인 욕구를 포용할만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모든 일의 주체로서 나의 개별적인 욕구를 인식하는 것은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근본적인 가치를 지닌다. 에리히 프롬에 의하면 사람이 일평생을 살면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두가지 괴제가 있다. 첫 번째는 부모로부터의 독립이며 두 번째는 사회로부터의 독립이다. 결국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나를 낳아 준 가족과 사회를 초월해 나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다. |
| 남자vs남자를 읽은 이는 정혜신에게 일정정도의 신뢰를 보내게 될 것이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서슴없이(?) 집었고 나의 선택이 과히 틀리지 않음에 다행스러워하게된다. 정혜신의 글은 기본적으로 쉽다. 그러면서도 경박하거나 억지춘향식의 논리를 펴지 않는다. 대상에 대해서 차분하게 읽어내는 능력, 자신의 주장을 균형있게 전달하는 그의 능력이 참으로 부럽기만 하다. 작가는 글의 출발을 IMF를 맞아 힘들어하는 이 시대의 남자들에 대해 깊은 애정이다. 이런 애정을 확인한 독자는 이어지는 그의 충고와 조언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남성성, 섹스, 가족, 직장, 자아와 관련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사례를 들면서(때론 작가 자신의 이야기도 포함) 보다 자유롭고 충전하는 인생을 위한 충고를 해준다. 거창한 이론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서 진지하게 또 재미있게 풀어가는 이야기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카운셀러를 만나는 느낌이다. 출판사는 책을 발간하면서 남자들의 성공학 혹은 처세술서로서 책이 성공하기를 바란듯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중년남자만을 위한 책은 결코 아니다. 중년 남자를 둘러싸고 관계하는 다른 우리들-그의 부인, 자녀, 동료, 후배-을 위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 책을 읽기위해 특별히 준비할 일이 없다. 그냥 읽으면 된다. 마지막에 책장을 덮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면 그대로 행하면 된다. 나는 그래서 정혜신을 좋아한다. 작가의 정열적인 활동을 기대하며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