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동생이 어느날 저녁 없어졌다. 이 아들이 어떤 아들이냐 하면 딸 셋을 줄줄이 낳은 끝에 분가해서 넷째도 딸인 경우 이혼한다는 배수진을 친 끝에, 선도 안보고 데려간다는 셋째딸 이름을 '반드시 아들을 구한다'는 의미로 '필구'라고 무지막지한 이름으로 희생시킨 끝에 낳은, 엄마에게 있어서 딸 넷과 남편을 다 합쳐도 더 무게가 나가는, 엄마의 종교이자 인생의 목표, 아니 엄마 인생 그 자체인 아들이었다. 윗동네, 아랫동네 친구네 집, 친척집은 물론 놀러갈만한 숲속까지 동네사람들이 사방으로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우리집 다락방 옷상자 틈속에서 초저녁잠에 취해 있던 동생이 제 발로 나타난 것은 동네를 뒤집어놓은 풍파가 절망으로 살짝 바뀌어 파출소에 실종신고를 한 후였다. 셋째딸인 나는 당연히 부모는 물론 조부모, 친척들, 동네사람들의 관심속에서 별 비중없는 엷은 존재로 존재했을 뿐인데 어린 나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공부공화국을 힘겹게 견뎌내는 오늘날 아이들의 눈에는 부럽기만 할 테이지만, 어린시절 엄마는 참고서나 문제집을 사주지 않았다. 전혀 안 사준 건 아니고 큰딸것만 사 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엄마 계산으로는 큰딸을 포함한 모든 자녀용이고 첫째부터 차례로 사용하면 되는 것이었다. 교과서는 5년마다 바뀌는 사실은 감안되지 않았고, 설령 감안되었더라도 애들한테 가르치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엄마 특유의 배짱이랄까, 철학도 작용했을 테이다. 큰언니와 나는 나이로는 6살, 학년으로는 7학년 차이가 난다. 참고서는 그렇다치고 문제집은 반항할 수 밖에 없었다. 큰언니를 거쳐 작은언니를 거치는 동안 문제집은 문제집으로서 의무와 사명을 마쳤어야 했다. 이미 연필로, 색연필로 낙서가 되어있는데 무슨 낙으로 문제집을 풀겠는가? 문제집 사다라고 했다가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풀라, 작은언니는 그렇게 해도 공부만 잘 했다는 등 엄마의 꾸중을 듣고 생애 첨으로 '가출'을 시도했다. 이 가출은 한번 아들의 실종에 가슴조려야 했던 경험을 가진 엄마의 속을 끓게하자는 복수차원이었다. 아침을 안 먹고, 점심도 굶은 상태로 저녁을 맞이했다. 집집마다 저녁연기가 피어오르고 '누구야, 저녁 먹어라' 소리에 같이 놀던 아이들이 하나, 둘 불려가 주변에 아무도 안 남고 저녁은 밤으로 짙어가 주변에 어둠뿐이었다. 불투명유리로 된 우리집 마루가 환히 보이는 곳에서 2끼 단식을 한 굳은 마음으로 집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셋째딸의 부재를 알아챈 엄마가 저녁을 먹다말고 필구야, 필구야 걱정하며 딸을 찾아나설 것이며 나는 잘 숨어있다가 어느 정도 엄마 애를 태운 끝에 나타나 극적으로 식구와 상봉하며 엄마는 셋째딸에게 용서를 구할 것이다. 저녁 푸는 소리가 들리고 저녁먹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 정도 식사가 진행되었음에도 내가 짠 시나리오가 연출되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뿐 아니라 자기네끼리 낄낄, 하하, 호호 웃기까지 한다. 하다못해 집에서 기르던 개가 나가도 찾을 판에 사람이 없어졌는데 찾을 생각은 커녕 행복해하다니. 서러움에 복이 받쳤지만 상대방이 예상한 반응을 안 보이니 당황했고 아침부터 굶은 위장의 시위를 견디다 못해 선택한 방법은.. 백기투항이었다. 내가 유리문을 드르륵 열고 집에 들어선 순간 엄마의 첫마디. '어머, 너 없었니?' 세상에, 식구 6명중에 아무도 나의 부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애 다섯이 많긴 많은 모양이다. '외로울 땐 외롭다고 말해'는 4명의 외로운 아이들이 나온다. 나처럼 언니랑 싸우면 동생이 되어 언니한테 덤빈다고 혼나고 동생하고 싸우면 언니가 되어 동생하고 싸운다고 위,아래로 치이는 세 자녀의 가운데에 끼인 아이도 나온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할꺼라 마냥 부러워하기만 했던 무남독녀 외동딸로 외롭기는 마찬가지이고, 왕따와 주변에서 혼자만 까만 머리를 갖은 해외입양아도 나온다. 우리집 외아들 남동생도 아들 하나로서, 장남으로써, 같이 총질할 형제가 없으며 부모,조부모들의 부담스런 기대에 무지 고독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럴 것이고. 저자도 나처럼 세 자녀가 있다는데 섬세하게 아이들 마음을 읽는 예민함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말을 안하면 귀신도 그 속을 모른다니까, 나의 독수리들아, 너희도 외로울 땐 외롭다고 말해. 그렇지만,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고 어떤 경우 오직 자신만이 그 외로움을 이겨내고 견뎌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 터널을 통과해야만 더 성숙해 질 수 있는거야. |
| 아이들의 감정을 잘 대변해주는 듯한 책입니다. 그래서 성장동화겠지요.... 아이들과 감정적 교감이 없다면 성장동화라 치료동화로서의 힘을 잃어버리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힘이 있는 책입니다.... 민주, 하승이, 진우, 안나 모두가 서로에게만 외로움과 아픔이 있다고 말합니다. 서로를 부러워합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자 그것이 서로에게 치유력을 주는 무엇인가가 됩니다. 아이들은 슬픔을 그 무엇인가로 치유하며 승화해 나갑니다. 뒷부분의 편지는 그것을 아주 잘 나타내 줍니다. 전 다 읽고 제 주변의 3학년 여자아이에게 선물했습니다.... 그 아이의 삶에 힘있는 변화가 있기를 바라면서요...^^ 좋은 책 감사합니다. |
| 주말에 아팠다. 배탈이 난거라 무서워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열두시가 넘도록 이불속에서 누워있으려니 배가 고프고 외로웠다. 신랑에게 전화가 와서 죽을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두시가 넘자 배가 쓰리고, 어지럽고, 와주지 않는 신랑때문에 눈물이 났다. 두시 삼십분에 신랑이 차에 시동도 끄지 않고 뛰어들어와서 나를 위로해 주었다. 죽을 먹고 나니, 외로움이 가셨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주면 외로울 때, 외롭다고 말하면 된다. 혼자라서 외로운 아이, 두째라서 외로운 아이, 운동을 못해 속상한 아이, 입양이 되어 나와 다른 모습속에서 힘이든 아이도 그 아이들을 사랑해주는 부모님 품속에서 외로움을 삭일 수 있다. 이 동화책을 읽으며, 사랑받는 사람의 외로움은 누구나 겪지만 추억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초등학교 내내 외로웠다. 행복했다고 말할 수 없는 외로운 시간을 겪었지만 내 뼈가 자라며 동반하는 성장통을 잘 이겨냈다. 부모님은 나를 그냥 지켜봐 주셨다. 슬플때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면서 잠들었지만 다음날 아침이 되면 나는 또 책가방을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라는 책을 읽었다. 12년동안 일본의 밤거리를 헤메이며 밤의 아이들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가엾은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미즈타니 오사무선생님의 글을 외로움을 말할 대상이 없는 아이들의 참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사랑받지 못하는 자의 외로움은 출구가 없는 미로다. 그 복잡한 미로 속에 두려움을 버리고 뛰어들어가 밤이면 밤마다 아이들의 손을 하나씩 잡고 나오는 미즈타니 오사무 선생님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때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현명하게 외로움을 빨리 극복해 내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요즘 아이들은 현명하니까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그들이 가진 외로움을 잘 이겨냈으면 싶다. 잘 할수 있을거다. 그렇지만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외로움을 달래야 하는 걸까.... 아이들이 외로움에 지쳐 밤거리로 뛰어 나가지 않으려면..... 그들과 같은 시대에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엄마로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는 게 무섭다. |
| 어찌어찌하여 선물받게 된 책입니다. 꼭 선물받은 책이라서가 아니라 이 책은 정말 리뷰를 쓰고 싶었죠. 정말로 제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에. 그래서 언어로, 문자로 꼭 뭔가 남기고 싶던 책이었어요.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도 책을 다 읽은지 석달 정도가 지난 후에야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자판을 두드리려고 하면 돌덩이가 앉은 듯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담담하게 쓰지를 못 하겠더군요. 제가 엄마라서 그래요. 그것도 자주 평상심을 잃고 울컥 흥분하는데다 마음약한 엄마라서. 진우 때문에 그랬어요. 제 아이가 진우하고 너무 비슷했기 때문에, 진우가 겪었던 일을 제 아이도 겪었기 때문에 못난 어미 마음에 자꾸 감정이입이 되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글로 바꾸기가 힘들더군요. 아이가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얘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리고나서 리뷰를 쓰고 싶었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책은 매번 간택받는데 실패하고 말았어요. 생각같아서는 이거 읽어 봐 하며 내밀고 싶지만 그런 건 되도록 안 하기 때문에 그저 아이의 손끝만 쳐다보고 있었죠. 그러다가 아이가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것도 말이죠, 체육 시간을 오랜만에 자유 시간으로 했는데 축구하자고 모이는 대부분의 남자 아이들을 피해서 정글짐 쪽에서 몇 아이들과 놀다가 정글짐 철봉에 실수로 머리를 부딪쳐서 혹도 나고 눈물 자국도 번진 안경을 한 다음에 읽었어요. 공도 몇 번 잡지 못 하고, 걸핏하면 너 때문에 ~~했다고 하는 소리도 듣기 싫어서 축구하기 싫었는데, 그렇지만 정글짐에서 놀기는 싫었는데, 머리에 혹까지 나니까 아프기도 하고 울적해서 눈물이 나더래요. 울기 싫은데 자꾸만 눈물이 찔끔찔끔 나더래요. 남자애들도 여자애들처럼 피구나 하면 좋겠는데 그건 맘대로 안 되더래요. 이 녀석 꿈이 축구 선수였거든요. 2002년을 겪은 남자 아이들이 다 그렇듯이. 그런데 어느새 그게 축구해설자로 바뀌어 있었어요. 진우만큼이나 이 녀석도 축구 책은 닥치는대로 다 읽었을 거여요. 작년초까지는 축구 클럽을 다니면서 소위 체육 과외씩이나 받았는데도 도저히 실전으로는 못 쫓아 가던걸요. 같은 클럽 아이들도 점점 제 아이와 같은 팀을 하는 건 슬슬 피하고. 제 아이에게 위안이 되는 건 하승이였어요. 그리고 민주도. 안나는 많이 불쌍해서 위안이 되는 건 아니고 많이 안스럽대요. 책이 좋은 건 이래서인가봐요. 제 아이가 하승이나 민주 같은 아이들의 속내를 어디에서 들어 보겠어요? 진우에게 너무 많이 공감하는 아이 때문에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다른 아이들 이야기에 재미있어하고, 우리 반 누구같다고 이야기하는 아이에게 저는 사람 수 만큼 외로움도 있다는 걸 가르쳐 준 기분이었어요. 아이가 말하기를, 진우는 자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대요. 자기는 인터넷도 잘 못 하고 축구도 잘 못 하지만, 자기 반 아이들은 이렇게 축구에만 관심있는 건 아니래요. 진우네 반 아이들도 사실 축구에만 관심있는 건 아닌데 진우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거래요. 그러니까 진우도 축구 시간에만 외로우면 좋겠다는군요. 그리고 다른 시간에는 자기가 잘 하는 걸 실컷 하면 된대요. 자기도 체육 시간에만 부끄럽고 화나고 그렇대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게임 이야기만 해서 심심하기도 하지만 자기가 아이들이 모르는 새로운 이야기를 해 주면 잘 들어 주곤 한다는군요. 바보같은 엄마가 그동안 괜히 혼자 돌덩이를 안고 살았던 걸까요? 그랬던 것 같아요. 아이 나름대로 도망가고 싶은 부분도 자랑하고 싶은 부분도 다 끌어 안고 잘 해 나가고 있었는데, 아이는 자기 안에서 제법 잘 소화해 나가고 있었는데 욕심많은 엄마만 끙끙 앓고 있었나봐요. 욕심이 많으면 이래서 괴롭고 또 외로운가봐요. 네 아이들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이 되어 재미있었어요. 민주의 생일에 하승이가 못 온 이유가 사실 궁금했는데 바로 뒤에 그 이야기가 나오니 재미있고, 진우에게 하승이가 이야기를 해 주는 것도 어쩐지 특별한 맛이 있었어요. 아이도 사실 이야기 전체보다는 이 부분을 제일 마음에 들어 하던걸요. 엄마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돌덩이를 앉고 애처로운 마음으로 읽었던 책이어요. 아이의 입장에서는 다른 아이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었구요. |
|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아이들이 있었다.. '혼자 쓸쓸히 생일을 맞이해 우울한 민주'에선 맞벌이 부모님 사이에서 혼자 외로이 크고 있는 산하라는 친구..그 친구는 18번이 "심심해"이라고 한다. 엄마는 아침 일찍 눈 뜨기 전에 출근하고 안 계시고 아빠는 주무신단다..그래서 자기가 아빠를 깨우는데 그러면 아빠는 또 바쁘게 출근하시고, 혼자 학교에 갔다가 자신을 돌봐주는 아파트 같은 층..이모(아줌마가 아니라 이모라 부른다)한테 가서 엄마가 오시는 저녁까지 기다린다..어느 날, 이 친구가 엄마에게 "동생 좀 낳아주세요"했더니 엄마는 키워줄 사람이 없어서 안된다고 하셨다 한다..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고...동생이라도 있다면 훨씬 외롭지 않을 텐데..게다가 부모님이 집에 텔레비전을 없애버려서 친구들이 미르가온 이야기를 해도 알아들을 수 없다고 한다..참...민주를 보니 그 친구가 생각난다..어쩜 혼자인 우리 아이도 초등학생이 되면 심심해..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여기에서 민주는 강아지를 선물 받는 해결점을 얻지만, 정말 뭐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사회적인 시스템이 잘 가춰졌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미운 오리 새끼 취급받는 게 너무 싫은 하승'이의 모습에서도 한 친구가 떠올랐다. 그 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데 4학년인 형이 있고 밑으로 5살된 남동생이 있다. 그 친구네 집에 가면 마치 엄마가 투사가 되어야 한다는 기분이 든다..끼인 둘째인 이 친구는 그래서 나름의 살아남을 방법을 터득했다. 형은 첫째 라는 이유로 온갖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동생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거의 양보를 해야하고 관심 밖일 수 밖에..그래서 투정 덩어리다..이런 친구는 절대 화를 내거나 꾸중을 하며 다루어선 절대 안된다..말로 살살 달래고 이겨내고 너도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자꾸 하고 관심을 끊임없이 가져주어야 한다....하승이가 터득한 공책에 편지쓰는 방법을 이 친구에게 권해보면 과연 어떻게 변화될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모두 외로움이라는 것을 터득해 버리면 참 쓸쓸해질 것 같다. 어울리며 살아가야 제맛인게 세상이듯이 아이들의 말에 행동에 귀를 기울이고 맞짱구쳐줄 수 있는 어른들이 세상에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부모님이든,,,선생님이든...옆집 아줌마든...가게 주인이든...누구든지 아이들에게는 조그만 관심이 곧 힘이 된다는 것을 세삼스레 깨닫는다... 이 책을 당사자인 아이들에게 읽게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참 궁금해진다... 아이들에게 다시 읽게 한 후, 다시 후속 리뷰를 달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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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님(홍준희님)의 소개로 작은박물관이란 출판사로부터 범경화님의 성장동화 "외로울 땐 외롭다고 말해"를 읽을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추석 전에 기쁨으로 받은 선물이었지만 가을 운동회를 준비하는 관계로 지금에야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은박물관에서 기획한 마음을 여는 성장동화 두번째 이야기는 외로움을 소재로 한 이야기입니다. 첫번째 이야기가 하루님(홍준희님)의 "나도 자존심 있어!"란 책으로 누구에게나 있지만 어느 누구도 어린 아이들의 자존심을 크게 관심 가져주지 않기에 이 책의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보면 외로움은 누구나 한번 쯤은 겪게 되고 초등학생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 책의 4명의 주인공과 같은 어린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혼자 쓸쓸히 생일을 맞이해 우울해 하는 민주를 보면서 저의 제자들을 떠 올려 보았습니다. 민주처럼 소라도 형제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중국집을 하는 부모님이 매일 저녁 늦게 올 때면 혼자 집을 지키는 것이 겁이 나고 두려워서 항상 부모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부모님이 늦게 오실 때면 무척이나 겁이 났다고 하던 말을 들었습니다. 민주처럼 소라도 부모님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형제가 없고 외동딸이었기에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 아이가 혼자 있는 외로움을 그렇게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잘 모릅니다. 어른들도 혼자 있는 외로움을 느끼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핵가족 시대의 오늘을 살고 있는 많은 어린 친구들이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적 빈곤을 경험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랑과 관심 그리고 그들과 함께 대화하고 함께 있어 줄 시간과 부모님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외로움을 지니고 살아가는 어린 친구들에게 엄마닭이 병아리를 품고 있는 그 따뜻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라는 이유로 형과 동생 사이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받는 하승이도 등장합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하승이가 돈 100만원을 모아 가출을 하려고 계획하는 모습은 단순히 어린 아이의 장난으로만 볼 수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승이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누군가와 비교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원합니다. 어른들의 좀 더 따듯한 배려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많은 책을 읽어 선생님과 친구들로 부터 똑똑하다고 인정받는 진우에게도 외로움이 있습니다. 남들이 다 좋아하고 즐겁고 신나게 뛰며 하는 축구를 진우는 잘하지 못합니다. 차라리 책을 읽으며 혼자 있고 싶어합니다. 이런 진우의 모습을 학교에서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똑똑하면서 운동을 잘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책만 좋아해서 쉬는 시간, 수업시간, 밥 먹는 시간에도 책을 읽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문제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진우의 선생님처럼 저 또한 그런 제자들을 일부러 체육시간이나 쉬는 시간 친구들과 함께 운동할 때 데려 나갔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아이들은 더욱더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남들처럼 축구를 잘하지 못했지만 선생님과 같은 팀에서 축구할 수 있게 하고, 그 아이에게 공을 주어 찰 기회를 주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한 번이라도 잘하게 될 때 친구들과 함께 축하해 주고 용기도 주었습니다. 운동이라면 그토록 싫어하던 제자 중의 한명이 중학교에 가서 학교 마라톤 대회에 나가 1등을 했다는 말을 얼마전 들었습니다. 그 아이의 어머니가 무척이나 기뻐하시는 모습이 저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낯선 외국 땅으로 입양되어 양부모님 밑에서 살아가는 안나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모습을 생각하였습니다. 외국으로의 입양 세계 1위라는 불명예가 왜 그렇게 마음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TV 프로그램 속에서 친 부모님을 찾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성인이 되어 한국 땅을 방문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그토록 염원하던 어머니를 만나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입양되어 낯선 외국 땅에서 말이 통하지 않고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리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았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자기를 버린 나라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그 모습을 생각하면 그들의 외로움이란 쉽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귀한 선물을 받고도 20여일이란 시간이 흘러 이 책을 읽고 소중한 이야기를 생각해 보게 되어 작은박물관과 하루님께 죄송한 마음을 가집니다.
2005. 10. 6. 늦은 시각. 해솔샘. [인상깊은구절] "이런, 세상에. 아이고, 딱해라. 어린것이......." "할미가 깜빡했다. 미안하구나. 전화했더니 받지를 않는다고 가 보라고 해서 왔더니 세상에, 애가 생일인지도 모르고 출장이 다 뭐냐. 어미라는 게. 원." |
| 초등4학년...사춘기의 전단계쯤...이때쯤이면 서서히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로든 사람들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내주위에 사람이 있건 없건 그런건 상관이 없다. 중요한건 내가 외로움을 느낀다는것 자체이니까. 내 아이들이나 내 아이들의 친구들이 이 책을 읽어보고 외로움을 스스로 털어내는 지혜를 얻었으면 좋겠다. 아무도 생일을 기억해주지 않아서 혼자 생일을 맞게 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민주, 중간에 둘째로 끼여 사랑과 관심을 덜 받는다고 생각하는 하승, 운동엔 잼병인 진우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갖고 느끼는 외로움, 입양아로 살면서 그들과 다른 외모나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안나. 모두가 조금씩 다른 외로움을 느끼지만 지혜롭게 그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간다.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자기의 감정을 어떻게든 표현해서 알려한다는것인데 내 아이들은 어떤 일로 힘들어 하는지 세심히 살펴보게 된다. 아이는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아둔한 엄마가 눈치채지 못하는것은 아닌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