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모! 나는 어른들이 정말 미워. 어떻게 자기 애기도 막 버리냐? 철현이 봐 봐.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나는 우리 엄마는 안 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정말 실망했어. 그러니까 고모가 알아봐 주지 마. 지민이 형 애기 입양 보내는 거 안 된다 그래.” 고모는 계속 커피만 마시며 한참 생각하다 대답했다. “사실은 어른들도 겁나서 그래. 아주 힘들 것 같은 일 앞에서 쪼그라드는 거, 우선 피하고 싶은 거. 어른들이나 애들이나 비슷하거든. 앞으로의 일이 불안하고, 걱정되고, 무섭고. 누구나 조금씩은 그래. 그런데 그거 심해지면,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장래’ 때문에 ‘지금’을 못 살지. 어쩌면 우린 늘 지금이라는 장래를 살고 있는데도 말이야. 가끔 그렇게 중요한 기간을 잊어버려서 그렇지, 네가 말하는 어른들도 안 그러고 싶은데 그런 사람이 휠씬 많을걸.” (174 - 175쪽) 주인공 동준이가 새벽에 가출했다가 고모 집에 들러 지민이 형 애기를 입양 보내지 말라고 하소연하는 장면입니다. 사실 지민이 형은 동준이의 우상이었는데 여자 친구에게 임신을 시키고 가출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를 입양시켜야 한다고 말해 동준이를 실망시킵니다. 동준이는 입양의 아픔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로 입양되었다가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부모를 찾겠다고 온 철현이랑 지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노르웨이의 철현이네 가족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철현이 형이 마약 같은 거 하는 것을 말리다 양엄마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그 괴로움을 이기지 못해 형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상심한 늙은 양아빠는 병에 들었고요. 그리하여 철현이는 친부모를 찾으려고 온 것입니다. 난마와도 같이 풀 수 없을 것 같은 일들. 게다가 동준이는 수두까지 걸립니다. 그렇더라도 우리의 동준이는 수두를 이겨내듯이 지금, 장래를, 스스로 잘 이겨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