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시즘에 대해서 설명한 책은 수없이 많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비판하기도하고, 또는 그러한 학살을 지지한 대중들의 심리상태를 연구하기도 한다. 또는 정치적인 면에서 어떻게 파시즘이 생겨날수 있었는지 고찰해보기도 한다. 각각의 연구는 모두 의미있다. 그것은 파시즘이라는 하나의 정치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 지금 우리가 다시는 파시즘이라는 괴물을 불러들이지 않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연구들이다. 여기 파시즘이 휘몰아치던 시대를 살아간 막스 피카르트가 있다. 그는 여느 학자들이 정치, 사회현상으로서의 파시즘을 주로 연구하는것과는 달리 파시즘을 만들어냈고 파시즘을 받아들인 나치와 대중들의 치밀한 심리분석을 시도한다. 그의 연구는 특히 나치에 대해서 맹종하고 철저하게 받아들인 대중들의 심리를 비판하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피카르트는 파시즘이라는 현상을 한마디로 맥락없음이라는 상태로 이해한다. 그것은 역사의 연속이 아니었고 역사의 단절일 뿐이었다고 단언한다. 모든것은 과거의 원인에 의해서 결과가 있고 또 그것이 이유가되어서 다른일이 일어나는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히틀러의 나치와 독일 대중들은 바로 그런 맥락을 상실해 버렸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맥락이 없기 때문에 순간에만 집착하게 되고 세계를 연속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에 히틀러라는 또다른 맥락을 상실한 아무것도 아닌-피카르트는 히틀러를 無라고 표현한다. 인물이 비집고 들어와 역사를 단절시키고 고함같은 언어가 되지 못하는 연설만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고 비판한다. 맥락을 상실한 나치와 독일대중은 자신이 한 일도 기억하지 않는다. 클래식을 들으면서 대량학살을 자인하고 명화를 감상하면서 전쟁을 준비한다. 사회적인 맥락을 상실과 함께 인간 내부의 맥락도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피카르트는 이렇게 맥락이 사라져버린 인간을 만들어낸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로 라디오를 꼽는다. 라디오를 듣는 사람은 정보를 흡수하고 세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세계각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라디오 편집자의 입맛에 따라 열거한 것에 불과하고 그러한 맥락의 상실은 히틀러와 독일 대중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맥락의 상실은 결국 국가사회주의라는 괴물을 만들어냈고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서야 그 끝을 볼 수 있었다. 이책은 물론 파시즘과 독일대중에 대한 탁월한 해석을 제시하지만 그것보다 이책이 지금도 가치를 가질수 있는 이유는 지금 우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라디오가 맥락을 끊어낸것과 비교하면 TV와 인터넷이 점령한 지금의 현대사회는 얼마만큼의 맥락을 유지하고 있는가. 또 역사를 연속적으로 바라볼수 있는 시야를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 피카르트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결코 긍정적인 대답을 할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파시즘의 위협은 항상 우리안에 있음을 알고 끊어져버린 맥락과 뒤죽박죽된 내면을 정리하는것은 여점히 중요한 과제가 될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