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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동안의 일
우리는 밤이 낮처럼 환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오래전 사람들이 밤에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아무 제약 없이 할 수 있다.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실내에서는 밤과 낮이 구분이 없다. 이 때 갑작스레 발생하는 정전은 매우 특별한 이벤트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정전이 발생되면 동네는 축제 분위기다. 사람들은 바깥으로 나와 떠들고 시험을 앞둔 아이들은 잠시의 일탈이 즐겁다. 그러나 가구 같은 두 사람. 이제 어둠 속 그대 나 사이에는 흔들리는 촛불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남자는 어둠속에 내밀었던 서로의 속내가 생활에 변화를 주기를 바랐다. 여자는 흔들리는 촛불 앞에서 의식을 치르듯 작은 진실들을 꺼집어 냈고, 남자의 그것도 보여달라고 했다. 남자는 그 정전 속의 진실게임이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기를 바랐고, 여자는 깊은 상처와 함께 관계를 떨쳐내기 위한 정리가 되기를 바랐다.
그 부부가 처음부터 서로에게 가구였던 건 아니었다. 만삭이 될 때까지 여자의 배 속에서 싹을 틔어왔던 새 생명의 급작스런 상실은 그 부부를 가구로 만들었다. 며칠동안 예고된 저녁 시간의 깜깜한 정전이 가구 같던 두 사람 서랍을 열었다. 깜깜한 어둠속에 촛불이 오래된 가구의 손잡이를 더듬어 문을 열고 가구 속 더 어두운 상실의 슬픔을 어루만졌다. 진실 게임이 익숙해 질 무렵, 이제 가구가 아닌 사랑이 되어 서로의 몸과 마음을 생명으로 다른 수 있음을 기대하게 되었을 때 정전은 끝이 난다. 일탈도 끝난다. 진실 게임도. 어둠속에 촛불처럼 흔들리던 작은 기대도. 끝이 난다.
예고되었던 정전의 밤은 예상보다 일찍 끝나고,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는 그 정전 기간동안 그녀에게 품었던 실낱같은 희망이 얼마나 헛되었는지를 알고 깊이 분노한다. 그래서, 그는 비밀을 털어 놓는다. 그녀의 깊고 아픈 상처 뒤에는 마치 반전처럼 그 남자가 그녀를 향한 애정과 배려로 무덤까지 혼자 가져가려 했던 비밀 아닌 비밀이 있었다. 배 속에 있을 때까지는 숨쉬었던 아기가 세상에 나왔을 때는 이미 꺼져 버린 생명이었을 때 그는 그 죽은 아기의 시체를 혼자서 품에 안았다. 그리고 직접 묻었다. 그는 이미 상실로 넋이 나간 아내에게 모든 일은 이미 끝나 있었다고 말하고 실재했던 싸늘한 아기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내를 사랑했기에, 그는 아기의 죽음이 추상적인 것이 아님을 혼자서만 확인하고, 그 죽음의 실존적 슬픔을 혼자만 감당했다.
정전, 전기의 공급이 강제성이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차단 역시 자유롭다. 불을 끄면 다시 세상은 어두워진다. 아내는 조용히 불을 껐다. 아-- 작은 탄성이 나왔다. 내가 읽는 좀파 라히리의 첫번째 단편이다. 두고두고 길게 여운으로 남을 짧은 단편..
*내가 읽은 책은 지금은 절판된 2001년 동아일보사 판이다. |
| 이국에서 이국사람과 결혼해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먼 아일랜드에서 이따금씩 편지를 적어보내오는 그 친구는 한국적 상황, 그 어떤 단점들을 끔찍하게 싫어했지만, 한국어가 못 견디게 그리워질 때가 있다고 했다. 이 책은 그 친구에게 선물할 만한 책을 고르던 끝에 발견!한 책이다. 발견!이라면 조금 우습게 들리겠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줌파라히라'라는 이름을 가진 뱅갈 출신의 작가가 쓴 소설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적어도 이런 우연과 필연이 겹쳐 있는 것이다. 퓰리처 수상작으로 장편이 아닌 단편집이 선정되는 경우는 이례적인 것이라 했다. 무슨무슨 상에 근거해 언론이 뭐라고 부풀리는 대로 작품을 골라 읽는 것은 지양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는 그냥 흘려 듣고, 역자 후기부터 찾아 읽었다. 그리고 작품마다 뒤적여 신뢰할만 한가, 돈 주고 사 읽을 만한가, 이국에 사는 내 친구의 삶에 적어도 어떤 울림이 될만한 진정성이 있는가 살펴보았다. 다행히 역자 후기에는 이 책에 대한 광고성 멘트라고는 볼 수 없는 이런 종류의 글이 쓰여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집 앞에 나무 그늘이 있으면 딱 좋겠는데, 아쉽게도 나무가 집 뒤에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무를 집 앞으로 옮겨 올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문학은 집을 허물어 나무 뒤로 가는 파격을 취해야 한다...이런 효과를 가리켜 이당취수라 하는데....이 책의 단편에는 이런 이당취수의 풍모가 있는 듯하다.--- 나는 이 책을 들고 카운터로 갔다. 수상을 알리는 레벨을 벗겨내고 이 책에 몰입했다. 이 책 속에는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내가 가장 감동적으로 읽었던 단편은 마지막에 실린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대륙'이었다. 생활의 이야기들을 풀어가는 작가의 안목이 대단했다. 주제의 깊이, 인물의 형상화,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 모두가 감동적이었다. 이 마지막 단편은 바로 이민생활을 다룬 것이었다. 이민 생활이 달 착륙보다 근사한 이슈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새로운 세계에서 30년을 머문 사람의 여행 거리, 해온 그 모든 식사, 잠잤던 방 등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떤 것이리라고 생각된다는 이 마지막 구절을 일었을 때 나는 소박하지만 각자의 인생에는 모두 위대한 궤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이 책은 인생을 시들하게 바라보고 있는 나를 설득했고, 그 감화력이 나는 좋았다. 그래서 이 책이 아일랜드에 있는 내 친구에게 근사하고, 따뜻한 추억이 되리라고 나는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섣부른 위로가 아닌, 따뜻한 감화력! 줌파라히리의 다른 소설을 앞으로 만나 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책의 감동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일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진실은 통한다고, 나는 나와 같은 독자들과 함께 믿고 싶다. |
| 나는 이 책을 한 라디오 방송국의 책 소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짧은 단편이 어우러져 있는 이 책은 많은 상을 받았다. 좀처럼 젊은 작가에게 큰 상을 안기지 않는 미국에서 말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받을만 하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얼핏보면 미국에서 살아가는 인도계 이민자의 삶을 다룬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읽어보면 모든 글이 목적이 현대사회에서 잃어버린 그 무엇을 찾으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상실감을 저자는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 살면서 자신의 고국이의 역사는 모른채 미국의 역사를 자시의 것으로 교육받는 모습을 보면서는 왠지 남의 일같지 않게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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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말한 바 있듯이 권위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은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니키이다. (가끔씩 기대를 어긋날 수도 있겠지만 영화보단 덜 하다) 오랫만에 퓰리처상 수상작을 검색하던 중 눈에 띄는 책이 [축복받은 집]이다. 매우 드물게 단편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는데 작가의 나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 두번 의외였다. 한편으론 내가 작가의 나이가 되었을 땐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란 생각과 함께... * 잠시동안의 일 * 첫 아이의 유산으로 멀어진 한 부부가 몇 일간의 저녁시간에 정전이 되는 시간동안 몇 년만에 열린 대화를 통해서 극복해 간다는 이야기이다. 가까운 듯 하면서도 세련된 문체로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기대를 하게 되는 작품이다. * 섹시(SESY) * 형부가 바람을 피우는 한 여자와 직장 동료인 미란다. 미란다의 애인은 어느 상점에서 우연히 만난 유부남이다. 미란다의 애인인 데브는 영화보는 내내 키스를 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그녀의 아파트에서 자고 새벽에 집으로 간다. 형부가 바람을 피워대는 바람에 언니를 달래느라 미란다의 바로 옆에서 하루에 몇시간씩 전화를 하여도 미란다는 자기 애인과의 사이에 별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어느 날 그 동료의 언니의 아이를 잠시동안 맡아주게 되는데 그 어린 남자아이가 미란다에게 '섹시'하단 말을 한다. 미란다는 데브에게 그런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에게 섹시하단 말이 무슨 뜻인줄 아느냐고 묻자...엄마에게 들었단다. 그래.. 아이의 엄마는 들어오지 않는 남편과 통화를 한다. 그 여자가 어디가 좋아? 섹시해? 그러면서 울부짖음을 아이는 들었을 것이다. 수화기 건너편의 아이의 아빠는 다그쳐 울부짖는 아이의 엄마에게 그래. 섹시해 했을 것이고... 날마다 퉁퉁부어있는 엄마의 눈을 봤을 것이고... 아이는 여자에게 섹시하다고 말하는 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마음속 깊이깊이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아빠가 엄마에게 한 짓. 엄마아닌 다른 사람에게 '섹시하다'말하며 엄마의 눈을 왕개구리 눈으로 만들어 버린.. 미란다는 그렇게 데브를 정리한다. 데브의 아내와 자신을 데브에게 지금처럼 취급받는 건 옳지 못한 일이라 생각하며.. * 질병의 통역사 * ▒ 아직 서른이 되지 않았지만, 남편도 아이도 사랑하지 않고 이미 인생에 진력이 나 버린 그 여인을. ▒ 카파시 씨는 다스 부인이 그처럼 사소하고 흔해빠진 비밀을 자신에게 통역해 달라고 부탁해 온 것에 모욕을 느꼈다. ---- page 115 그래..모든 사람의 애정사는 당사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사소하고 흔해빠진 이야기일 것이다. * 진짜 수위(두르완) * 내가 변해감으로 익히 소중한 것을 내버려두거나 팽계쳐 버린 것이 있었을까.... 있었을 것이다. * 축복받은 집 * 겨우 넉 달 전에 만나서 결혼한 지 두 달 째인 트윙클과 산지브. 시간이 정말 우습게 느껴진다. 함께 했던 18개월 동안 왜 결혼하지 못했을까.. 내가 27살이 아니기 때문에? 난 왜 두달동안 만난 사람과 결혼하지 혹은 결혼 할 수 없는걸까..? * 비비 할다르의 치료기 * 책엔 무슨 병인지 병명은 언급되지 않지만 비비는 간질을 앓고 있었던 듯 하다. 아직도 확실하게 치료방법이 없는... 그래서인지 그 횡측한 병을 앓고 잃는 비비가 가족들에겐 짐이 되어버리고 결국엔 버림받게 된다. 하지만 따뜻한 이웃들에게 간간히 도움을 받지만 가족에 대한 버림받은 상처는 가족들에 의해 갇혀지 옥상에서 스스로 나오려하지 않는다. 몇 개월 뒤 이웃들에게 그녀는 임신 4개월인 상태로 발견되고 이웃들의 보살핌으로 출산을 하게 되고 육아도 할 수 있게된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모를 병은 자연스레 치유가 된다. 그러기에 그녀를 범한 범인을 밝혀내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줌파 라히리의 이 단편들을 하나씩 읽어낼 때마다 맥이 풀려서 이어서 두편을 읽지 못하였다. 단편 하나마다 긴 호흡이 필요했던 것이다. 복잡하지 않은 단어로 독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9개의 단편마다 자신의 부모의 조국인 '인도'가 빠지지 않고 등장해서 좀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나의 두꺼운 장편도 아니고..) 억지스런 면인 것같아서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하였다. 자신이 태어나지도, 일상을 살아 보지도 않은 인도에 그렇게 각별한 애정이 있나 싶다. 그렇다고 인도계 미국인의 삶을 그렸다기엔 많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
| 읽은지 상당히 오래된 책인데 친구에게 추천했다가 품절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빨리 어디서든 다시 나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리뷰를 쓴다. 외국 작가의 단편은 추리 소설 빼고는 많이 읽지 않는 편인데 우연히 읽게 된 이 책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소설을 통해 다른 나라에 대해 알게 된다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국적을 불문하고 통하는 감정의 흐름을 느꼈다.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을 읽고났을 때의 쓸쓸한 느낌, 그러면서도 부드럽고 다정한 기운이 느껴지는, 힘과 섬세함이 함께 있는 소설이다. 완소 소설집. 이 작가의 다음 장편 이름 뒤에 숨은 사랑도 아주 좋았지만 '축복받은 집' 쪽이 얘기가 많아서인가, 나는 이 책이 훨씬 더 좋았다. |
| 이 젊은 여성의 글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짧지만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고, 유머감각도 있으며 생생하다. 각 작품마다 작품성에 차이가 있을 법도 한데, 그렇지도 않다. 이 짧은 소설집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인도계 여성이지만, 교육은 미국에서 받은, 그래서 두가지 문화 사이에서 갈등하고 조화를 이루어낸 자기 자신의 삶이 묻어나는 이 소설들은 인도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어쩌면 다양한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미국이라는 나라ㅡ를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민 1세대가 겪었을 갈등들, 외로움, 낯선 곳에의 적응 문제, 주류가 아닌 사람들의 삶에 대한 관심 등 작가의 시선은 늘 변두리에 머문다. 그녀의 시선이 차갑지 않고 따뜻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아마도 그녀의 가족들과 그녀가 속한 민족에 대한 시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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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은 일반적인'재미있다'혹은 '잘 썼구나' 가 아니라 '고마은 책이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가정에서의 일상들로 인해 헐떡거리고, 가족들이 나를 조금씩 떼어내어 삶을 꾸리고 있다는 피해 의식에 시달리고 있는 나에게 이책은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수 있는 여백을 나의 마음에 마련해 주었다. 개인적으로 처음과 마지막의 "잠시 동안의 일"과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대륙'이 좋았다.
우리의 감각적인 눈에 "보임"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보이지 않는" 부분도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공유하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나의 이기심을 애써 보이지 않는 부분의 진실을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는것은 아닌지...... 개인적으로 책을 앞뒤를 메우고 있는 책의 해설부분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난 역자 후기를 3페이지정도로 마무리 한것도 맘에 든다. 번역도 깔끔하고 간결하다. [인상깊은구절] "기억하세요" 말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부부가 남남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또 놀라면서. 나의 아들은 언제나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크로프트 부인의 나이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낸 집세가 너무 소액이라는 사실에 놀라는 것이다.1866년 에 태어난 여자의 눈에 달 착륙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어었던 것처럼. 그런 소액의 집세는 아들에게 상상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나는 아들의 눈에서 지구의 절반 저 너머를 향해 도악하던 나의 야망을 본다. 몇년안에 아들은 졸업을 하고 누구의 도움없이 혼자서 자신의 길을 개적하리라. 하지만 아들에게 아직 아버지가 살아 있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 가는 따뜻하고 강인한 어머니가 있아는 사실은 나를 위로해 준다. 아들이 낙감할 때마다, 아버지도 세대륙을 건너뛰며 살아 남았는데 네가 극복하지 못할 일은 이세상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 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