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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극비평가이자 대중음악 평론가로서, 악독하고도 신랄한 격문의 주인공인 이 아일랜드 독설가가 제시하는 견해는, 확실히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비범함이 있었다.
바그너 최고 권위자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작가의 오만함이야말로 이 책을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라이트 모티브가 된다. 천재의 독주를 쫓는 후학들의 몽매한 두뇌는 현란함의 장벽을 넘어 몰입을 위한 과도한 노력으로 인해 매순간 심각한 장애를 일으킨다. 하물며 복문과 거듭되는 반의에 온갖 수식어까지 연이어지는 끝없는 화려체와 꽈배기같이 이어지는 만연체의 문장들은 위대한 장서의 정복욕에 찬물을 끼얹는 듯 눈꺼풀의 압박을 가져오기에 더할나위없이 충분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바그너보다 훨씬 더 깊은, 아마 바그너 자신도 몰랐음이 확실한 이 심오한 사상의 달변들이 다분히 쇼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의도적 장치임을 파악하게 되는 순간 어쩌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해 버릴지도 모르는 이 해설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고집스런 수염처럼 건방지고 불손한 작가의 과시욕은 마지막 구절까지 이어진다.
그리하여 바보들의 비웃음 따위 이웃집 개가 짖는 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해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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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나가는 개도 들어 보았을 법한 유명한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해설서이다.
아까 지나가던 그 개가 또 들었을 법한 이름이 반지의 제왕이다. 영국작가 톨킨의 소설이자, 잭슨 감독의 판타지 영화이다. 그 개는 알고 있었다 해도 나는 몰랐던 게 바로 니벨룽의 반지이다. 그럼 바그너와 반지의 제왕과 니벨룽의 반지는 어떤 관계인가. 니벨룽의 반지 작곡가가 바로 바그너이다. 그럼 반지의 제왕과는? 아무 상관없다.
어느날 텔레비전에서 묘한 외화 같은 것을 하길래 뭐야 이건, 그러면서 잠시 시선을 멈추었었다. 뭔가 판타지적인 냄새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분을 보았을까, 잠시뒤에 친절하게 자막이 나왔는데 제목이 바로 니벨룽의 반지였다. 그때 나는 이런 뭐야 개짝퉁, 그러면서 채널을 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지의 제왕을 알았던 나의 태도였다. 무식이 하늘로 치솟아 제우스의 똥구녕에 닿을 노릇이었지만 그게 몇 십년전 얘기가 아니라서 더 애통하다. 그렇다. 굳이 반지의 제왕과 니벨룽의 반지의 공통점을 찾으라하면 둘 다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무식의 늪에서 완전하게 탈출했다고는 볼 수 없는 나로서 일단 난장이가 기어나오고, 지크프리트니, 라그나로크니, 발퀴레니, 괜시리 멋진 이름들이 등장하면 일단 북유럽 신화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등장인물들 보다 약간 이름이 더 아크로바틱하다.
또 그렇다. 이게 뭐냐면 일단 북유럽 신화에 대해 약간의 사전지식이 있어주면 좋고,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오페라를 한 번쯤 보아주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법한 내용이다. 북유럽 신화를 한 번쯤 읽어주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오페라를 한 번쯤 보아주는 것은 약간의 고통이 뒤따른다고 한다. 장장 4일에 걸쳐 15시간 주구장창인 것도 그렇거니와 이미 경험을 한 지인의 말에 따르면 그 중 절반은 공수부대 천리행군에 맞먹는 극기 상태를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은 다시 입대한 줄 알았다고 했다. -에이, 설마.- 그런 사람을 위해서인지 영화도 있다고는 하나, 뭐 아직은 딱히.
어쨌든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되는 바그너의 오페라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버나드 쇼가 해설을 했다. 서문에 나오는 이 할배 말이 이렇다. 니벨룽의 반지에 대해 대사가 따분하고 재미없으며 뭔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불손한 속물들을 보고 분개하는 사람들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여기서 버나드 쇼가 말하는 불손한 속물의 범주에는 공수부대를 운운했던 내 선배도 포함될 것이다. 나? 나야 뭐 보지도 못했는데 뭐. 하여튼 독설가 버나드쇼 할배는 이런 책을 써낼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정도 밖에 없을테니 그 정도는 알아두라고 말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나는 골때리네 이 영감, 이라 생각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솔직히 뭔 말인지 잘모르겠다. 아아, 나도 불손한 인간? 일단 북유럽 신화와 오페라를 접해 보지못한 나로서는 버나드쇼가 말하는 장면들을 떠올릴수 없었다.- 이럴줄 알았다면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지 말껄!- 간신히 이해 할수 있었던 것은 오페라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에 버나드 쇼의 생각을 써 놓은 부분이었는데 오페라의 신화를 당시의 시대상에 맞추어 비판하는 부분이었다. 바로 이 부분이 재미있다. 버나드 쇼가 극작가이자 비평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역사적 기록으로도 그리 말한다. 지구인중 가장 오만 불손한 종족 가운데 한 명일 것이라고. 그 말이 전달해주듯 완전 신랄함 꼭대기에서 춤을 춘다. 사회주의적인 시각에서 풀어나간 이야기들은 그 내용면에 있어 인문서 같은 느낌믈 주지만 문장면에서는 완전 꼬장 할아버지 내지는 악동 같은 느낌을 준다. 좋게 말하면 재기발랄이고 나쁘게 말하면 눈에 뵈는 게 없는 영감처럼 거침없이 글을 써내려갔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책을 덮고 난 후에 니벨룽의 반지에 대한 관심보다 조지 버나드 쇼라는 아일랜드 할배한테 급 관심이 생겨 버렸다.
오페라의 설명에 대한 부분은 갸우뚱 정도, 노래에 대한 설명에서는 살짝 졸아주다가, 버나드 쇼 영감님의 개인 생각에 돌입하면서 몰입 무한질주, 뭐 이런 식의 반복이다. 하여간 이 영감님 워낙 호통치듯 말씀을 하셔서 뻥이라도 믿을만큼 그렇다. 어쨌든 클래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언제 들어도 듣게 될 음악이고, 보게 될 오페라일테니 아마, 그때 또다시 이 책을 펴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보다 버나드 쇼 할아버지의 다른 책을 먼저 찾게 될 것은 분명하다.
아참, 니벨룽겐의 반지라고 알고 계시는 분들을 위한 잘난 척. 겐(-gen)은 독일어로 '의' 를 나타낸다고 하니 "니벨룽겐 반지" 또는 "니벨룽의 반지" 가 맞다고 할수 있겠다. |
| 바그너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바그너의 악극에 대해 배운 이후 바그너의 음악들을 부분적으로 듣기는 했지만, 그의 음악에 대해 제대로 접해본 적은 없었다. 그의 음악은 유명하기만 할 뿐 도무지 우리와 친근해지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는 바그너에 대한 자료나 정보가 없었었다. 이번에 번역되어 나온 이 책은 바그너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주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유명한 작가이면서도 음악에 대한 조애가 깊은 버나드 쇼가 저술한 이 책은 일정한 깊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의 현학적이고 자만심에 가득찬 문장은 읽기에 거북한 단점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