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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티와 거리미술 : 벽을 타고 세상과 소통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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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티와 거리미술 : 벽을 타고 세상과 소통한 예술>은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현상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 책입니다. 대형서점에서 ‘그라피티’로 검색을 하면 7~8권 정도의 결과물이 뜨는데, 절판 도서를 제외하면 일러스트나 컬러링 관련 도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소개글을 보니, 본서가 본격 그라피티 관련 서적으로서는 최초로 국내에 번역된 책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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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티와 거리미술 : 벽을 타고 세상과 소통한 예술>은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현상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 책입니다. 대형서점에서 ‘그라피티’로 검색을 하면 7~8권 정도의 결과물이 뜨는데, 절판 도서를 제외하면 일러스트나 컬러링 관련 도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소개글을 보니, 본서가 본격 그라피티 관련 서적으로서는 최초로 국내에 번역된 책이라고 합니다.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미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그라피티에 관해 이전부터 알고 싶었던 궁금점들을 풀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흔히 그라피티와 힙합은 세트로 묶여서 취급되고는 하는데, 그라피티를 흑인문화의 범주에 넣어 분류해도 무방할지? 또는, 최근 녹사평역에 그려진 지하철 벽화를 진정한 의미의 그라피티라 부를 수 있는지? 낙산공원 이화마을이나 동피랑 마을의 벽화를 거리미술이라 칭해도 될지? 등... 정리되지 않은 개념 탓에 생기는 아리송한 의문들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표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표지는 브라운 톤의 흑백사진인데, 티셔츠에 버뮤다 팬츠 차림을 한 흑인의 머리 위로 화분이 떨어지고, 그 아찔한 순간을 아연히 바라보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내러티브하게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창가에서 떨어지는 화분과 놀란 표정의 아주머니는 벽면에 그려진 그라피티 작품이고, 그 밑으로 흑인청년이 유유히 지나가는 평화로운 사진임을 알 수 있죠. 원서 표지는 <스케이트보더는 그라피티다 Skateboarders Are Graffiti>라는 제목의 그라피티였는데, 바뀐 표지가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원서 표지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다면, 아마 진열대에 놓인 이 책에 눈길도 주지 못한 채 지나쳐버렸을지도 몰라요.


이 책에는 그라피티의 현황과 쟁점, 역사가 포괄적으로 담겨있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 각 장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과 기억해두고픈 내용을 중심으로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1장은 그라피티와 후기그라피티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라피티는 시그니처 그라피티 라이팅으로부터 출발합니다만, 초기의 작가들은 일반대중과의 소통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이 해석하기 어려운 시각적 기호들로 자신들만의 세상을 구축함으로써 주류문화 관객이 자신들의 작업에 다가서는 것을 거부했다고 해요. 후기 그라피티(거리미술)는 전기와 달리 표현양식이 훨씬 다양해집니다. 기존 그라피티의 가장 큰 특징이던 문자에만 의존하지 않는 대신 다양한 도상과 추상, 상징을 사용합니다. 또한 스텐실이나 판화, 회화 등 다양한 조형미술 기법을 활용하여 폭넓은 대중에게 다가가 참여를 유도하는 점 역시 기존의 그라피티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2장에서는 그라피티의 역사에 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그라피티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뉴욕시의 전략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지하철 그라피티 근절시도는 2차에 접어들어서야 성공할 수 있었는데, 갖다 붙이기식 여론몰이의 효과적(좋든 나쁘든) 사용법을 보여줍니다. 어쨌든 이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어 지하철 그라피티 작가들은 결국 도심의 벽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힙합과 그라피티의 관련성이라든지 바스키아와 해링을 그라피티 작가로 분류해도 괜찮을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의견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3장에서는 거리미술과 공공미술의 차이를 정확히 짚어줍니다. 실린 작품들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마그다 사이예그라는 작가의 작품이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그녀는 뜨개질로 그라피티를 표현하는 작가인데, 자전거 고정대나 가로등대, 주차료징수기 등을 뜨개질 작품으로 감싸서 표현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공공영역에 대한 공격성은 비교적 낮을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실타래 폭격' 활동이 “그라피티의 저항적이며 지탄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의 정반대 길에 있다”는 대목에서는 조금 갸우뚱 했어요. 그라피티 활동을 뜨개질로 한다는 것 자체에서 이미 한 번 더 멋지게 꼬인 저항심리가 느껴졌거든요. 그것도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남성 누드조각을 다리토시로 장식하거나 지하도 광고판을 기하학적 무늬로 덮어버리는 행동은 꽤 풍자적이고 즐거운 느낌을 주더라구요.

 

4장은 후기 그라피티 미술의 장소와 공간에 대해 고찰한 장인데,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발췌해서 올려봅니다. 소비주의에 반대하고 공공영역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그라피티 작가들의 속내를 이해해 볼 수 있죠.

 

P.134
거리미술은 주류문화의 시각적 이미지와 공인된 공공미술 그리고 전통 미술사의 변방에서 도발적인 '도구'로서의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그것은 불법적 미술형식으로서 공공영역의 진정한 의미와 도시 곳곳에 만연한 상업주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건축물과 공공미술 프로젝트, 각종 기념비와 공식적 표지들에 지배를 받는 도시의 기반시설은 질서와 안정을 추구하며, 혼잡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형태의 광고물에 의해 보강된다. 기업은 색채와 빛, 화려한 디자인과 눈길을 사로잡는 슬로건, 압도적 크기의 광고물로 별 특성이 없던 도시 거리에 시각적으로 혼란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따라서 도시는 단지 사람들이 이동하고 생활하는 기능적 공간이 아니라 물건을 홍보하고 팔기 위한 전략적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도시의 시각문화에 들어선 '자발적' 예술은 신선하고 어떻게 보면 필수적인 저항 행위다.

 


마지막 장은 정통 미술사 연구의 테두리를 벗어나, 보다 광범위한 시각문화 연구의 관점에서 본 그라피티와 거리미술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소개한 작가( 미크로보, 뱅크시, 선더컷, 스운, 제이스 오스 제메오스, 닉 워커, 헤라쿠트...)와 작품들의 종합리뷰편이기도 합니다.

 

 

o******i 2015.07.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