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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사: 방법과 사례>(한국구술사연구회,2005)_하나의 '인간'을 옮긴다는 것
"<구술사: 방법과 사례>(한국구술사연구회,2005)_하나의 '인간'을 옮긴다는 것" 내용보기
<구술사: 방법과 사례> (한국구술사연구회, 2005) - 하나의 ‘인간’을 옮긴다는 것 -   1. 들어가며  이 책은 구술사의 의의와 진행단계별 상세한 참고사항,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저자들의 경험담이 잘 정리되어 있어 두께에 비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역시 구술사료 수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면담자와 구술자 간에 이루어지는 인간성에 대한 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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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사: 방법과 사례> (한국구술사연구회, 2005)


- 하나의 ‘인간’을 옮긴다는 것 -


 


1. 들어가며


 이 책은 구술사의 의의와 진행단계별 상세한 참고사항,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저자들의 경험담이 잘 정리되어 있어 두께에 비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역시 구술사료 수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면담자와 구술자 간에 이루어지는 인간성에 대한 상호 믿음과 존중감이었다. 책에 소개된 많은 내용들은 비단 구술사 뿐만 아니라 심층 면접이나 포커스 인터뷰 등 연구대상과의 대화가 필요한 모든 질적연구 방법론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만한 것들이었다. 연구 대상을 선정하고 방법론을 결정하고 준비과정을 거치고 연구를 진행하고, 정리, 분석하는 과정까지 일목요연한 흐름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고려와 이해심이 필요한지, 연구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글의 내용은 면담자에게 필요한 것이 연구자로서의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마음씨라는 것, 그리고 그 다음이 ‘열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만들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배운 많은 방법론들을 실제로 활용해 보는 ‘경험’을 통한 학습 과정일 것이다. 

  

2. 본문 내용


제 1부 구술사와 구술자료


 구술사는 과거의 기억을 말로 회상한 것을 연구의 주된 자료로 활용하는 역사연구이며 생애사(life-history), 자기보고서(self-report), 개인적 서술(personal narrative), 생애 이야기(life-story), 구술전기(oral biography), 회상기(memoir), 심층면접(in-depth-interview)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구술자료(Oral History Archives)란 ‘연구를 위해 심층면접(interview)을 통해 얻은 자료’로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억이나 개인적인 회고 등을 수집한 결과물이다. 구술사의 역사는 인류가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부터 시작된다. 기억을 위해 다양한 상징과 은유가 사용되었고, 서사시나 노랫말의 형태로 전승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성경’을 비롯해 유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4대 종교의 경전은 구술사료에 기반한 산물이다. 그러나 현대 역사서술에서 구술사의 위치는 문헌사로 대치되었다. 그 가장 큰 요인은 종이 및 인쇄술의 발전이다. 이것은 실증사학에도 영향을 주어서 사학자들은 물화된 객관성에 빠져들었다. 이리하여 구술전통은 아카데미 사학에서 방출되었고 이후 설화, 민요, 음유시, 소설, 전기 형태로 잔존하게 되었다.

 미쉘레가 구술사료를 이용하여 ‘프랑스혁명사’를 서술한 것을 계기로 구술 전통이 부활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엥겔스의 <영국노동계급의 상태> 등으로 구술 전통은 사회운동과 결합하여 민중의 삶의 현장으로 다가가기도 했다. 20세기 들어서 문헌사료 중심의 역사서술이 역사 주체를 제한하고, 다양하고 풍부한 사실을 간과한 점이 강조되면서 공식기록과 거대담론에 대한 회의가 일어나게 되고 구술사가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구술사가 다시 아카데미 역사학으로 되돌아 온 것은 매체 및 기기의 발전을 비롯하여 인류학과 민속학 등 관련 학문의 성장, 각국 사회통합의 필요성이라고 할 수 있다. 휴대용 녹음기기의 대중화라는 기술의 발전으로 구술사료의 수집이 용이해진 것이다. 한편 연구자들은 사료를 통해 민중을 연구대상에서, 또 나아가 역사의 주체로 인식하게 되었다. 인종문제, 노동문제, 이념문제 등 각국의 사회 현안을 구술사료 수집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 역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1948년 컬럼비아 대학 구술사연구소가 설립되고 1967년에 미국구술사연합회가 설립되는 등 20세기의 ‘구술사’는 미국 사회과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발전하게 되었다. 또한 국가 차원의 자료수집 작업이 이루어졌다. 미국에서는 구술사료수집과정을 통해 흑인노예와 노동자, 소작인과 실업자 등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구술사료수집사업은 사회통합에 일정한 기여를 하게 되어다. 톰슨의 <영국노동계급의 형성>, 이탈리아 포르텔리를 비롯해 헝가리, 러시아, 싱가포르 등의 나라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구술사 전통이 발전해 왔다. 이처럼 구술사는 인류학이나 민속학 등 민족적·인종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학문적인 역할을 점차 인정받고 있다.

 구술자료의 성격은 3가지가 있는데 우선, 구어로 말해짐으로써 구술자의 성별 및 환경은 물론 개인의 언어 행위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구술성, 둘째,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회상을 통해 현재로 불러내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주관성 및 개인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술자와 면담자간의 공동작업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그래서 면담자의 역할이 더욱 중시되는데 면담자는 구술자를 자료원으로만 여기지 말아야 한다. 면담을 할 때 구술자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서까지 역사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며 인간의 심성과 감정을 중시하는 존중과 배려의 마음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술자료는 이렇게 학문분야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점점 증대하고 있으며 일상사 연구는 물론이고 미시사, 심성사, 생애사, 생활사 연구 등 ‘새로운 역사 쓰기’에서도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구술사료의 효용성은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구술사료란 역사적 기록을 남기지 못한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역사’ 혹은 ‘역사의 민주화’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문헌사료만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사실에 대해 대체가 가능하다. 셋째, 구술사료는 동일한 사실의 경우, 문헌사료에 대한 분석 및 이해를 더욱 촉진한다. 넷째, 문헌사료 및 사진자료 등 관련 자료의 공개 및 발굴을 촉진한다. 이러한 효용성의 가치를 인정받아 구술사는 여성사, 노동사, 정치사, 사회사, 한국사 등의 학문의 발달에 역사적으로 더욱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술기록관(Oral History Archive)은 구술사료를 보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사료수집기획에서 수집, 보존, 활용까지 구술사료 관리의 모든 것을 담당하는 곳이다. 구술기록관은 보존보다는 수집에 더 큰 비중을 두며 구술을 전담하는 구술사료 기록관리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매체가 종이가 아니므로 적절한 온도와 습도 등 적정한 환경에서 자료를 보존해야 한다. 저자가 권장하는 것은 지역 특성에 따라, 주제에 따라 매뉴스크립트 보관소나 주제별 기록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구술기록관은 사료의 수집과 보존, 관리를 통해 인간의 미래를 위한 역사적 유산을 남기는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가치를 갖는다.

 기록관리전문가(Archivist)는 어떤 주제의 사료를 수집해야 하는가 하는 기획에서부터 예산확보, 연구목록 작성, 중복수집여부 확인, 적절한 구술자 및 면담자 찾기, 면담자 교육, 수집 작업 진행, 평가·보존·활용 방안 마련 및 실행 등 전체 과정을 담당해야 한다. 구술자료 전담 기록관리전문가에게는 역사연구자로서 구술사가의 자질을 갖추어야 하며 자료의 보존방안운용에 대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기록관을 운영하는 관리자의 역할 역시 요구된다.

 구술사료 수집의 네 단계는 기획, 수집(실행), 정리 및 분류, 활용이다. 그 중에서 기획 작업은 1)입장 및 범위 설정, 2)분석, 3)설계, 4)평가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주제를 선정할 때는 구술사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주제이면서, 지역별 특성·학문적 필요성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구술자의 확정은 구술자의 동의를 얻은 후에 가능해지므로, 기획단계가 아닌 실행단계에서 해야 할 작업이다. 구술사료는 구술자와 면담자간의 공동작업이고 면담자의 수준과 능력에 따라 구술자료의 질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으며 양자 간 권력은 면담자, 즉 ‘듣는 사람’이 갖는다. 면담자를 선정할 때는 직접 수집, 공모, 의뢰 등의 방법이 있으며 각 방법에 따른 장단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구술자와 면담자의 친분 관계가 연구에 도움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연구 성격에 맞는 기획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면담자는 면담 전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치고 구술자의 동의를 구하고 구술자를 확정하며 구술자가 구술을 꺼려할 경우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면담주제목록을 점검한 후에는 구술자와의 예비접촉을 시도한다. 이때 구술자와의 라포를 형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면담 장소는 구술자의 집이 가장 적당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록에 필요한 장비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녹음 장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약속을 확실하게 잡아서 시간을 낭비하거나 구술자의 신뢰를 무너뜨리게 하지 않도록 한다. 구술사료수집은 면담자의 자기 성찰이 필요하고 구술자의 카타르시스와 트라우마로부터의 해방을 이끈다는 측면에서 인간적인 교감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책에서는 이 밖에도 질문할 때 지켜야 할 방법, 면담 장소에서 지켜야 할 사항, 조심해야 할 것 등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이어지고 있다. 면담이 끝나고 난 이후에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면담 상황을 기록하고 녹음·녹화자료를 정리해야 한다. 자료이용공개 허가서, 공개여부 검토의견서를 작성하고 이후 구술자에 대한 보상도 마음을 나타내는 한도 내에서 정성껏 하는 것이 좋다.

 구술사료는 다양한 목적에 의해 수집되기 때문에 관리의 목적과 방법 역시 다양하다. 구술사료의 관리방안은 정리(arrangement), 기술(description), 보존(preservation), 이용(use)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구술사료는 분류된 주제와 주제에 해당하는 구술내용이 담긴 매체가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정리는 논리적인 분류와 물리적인 분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기술의 목적은 이용자가 소장 기록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구술사료의 저장방식을 디지털화하는 방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구술사료는 다양한 매체에 담겨있기 때문에 그것을 담는 매체에 따라 다른 보존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카세트테이프는 일정하게 낮은 온도에서 보존할 것, 습도를 피할 것, 냉장실을 활용할 것, 여러 매체에 이전하여 보관할 것 등과 같은 방법들이 있다. 보존담당 아키비스트는 정기적으로 보존된 구술사료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구술사료의 열람은 기관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기록관리의 목적은 활용하는 것보다는 잘 보존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사료보존기관은 목록집과 같은 도구서를 작성하거나 간행물을 발간하는 것, 연구과제지원과 심포지엄 개최 등의 연구사업을 운영하는 것 등의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제 2부 구술사료 만들기


 이 부분은 책의 저자들이 그동안 구술사료 수집 작업을 했던 경험들에 대한 진술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위안부 할머니를 인터뷰한 일본인 연구자의 기술 부분(‘할머니와 나의 작은 목소리: 전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증언’의 정치학의 완성 과정’)이 흥미로웠는데 이 연구자의 경우 우연치 않게 연구대상과의 접촉을 먼저 하고 나서 문제의식을 갖게 되는 순서를 겪었음을 보여준다. 그러한 과정에서 1차적으로 ‘언어’소통의 어려움, ‘국적’과 연령의 차이에서 오는 감정의 괴리 등으로 인해 고민을 하게 되고, 연구 과정에서 구술자 중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시게 되면서 ‘살아 있는 사람’과의 인터뷰, 인터뷰 후의 대상자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경험으로서 구술자의 삶에 개입하게 되는 행위의 과정에 대해 느낀 다양한 감정들이 와 닿았다. 오랄히스토리는 기술하면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구술자와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가는 작업이라는 저자의 표현이 구술사료 수집 연구의 가장 어려운 점이자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지점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3. 나오며


 책의 후반부에서 구술사에 대한 저자들의 경험담이 반복되는 듯한 인상을 받거나 지나치게 상세하게 기술되고 있어 읽는 동안 약간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으나 아무리 이렇게 자세하게 책에서 읽은 내용이더라도 실전에서 바로 활용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현재 기말과제를 위해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서도 이 책에 제시된 여러 검증 항목들을 참고해서 반성할 부분이 많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구술사료 수집 작업이 힘들고 고단한 만큼 연구대상으로 누구를 선정하느냐, 구술자와 어떻게 교감하고 서로를 비추어 보고 마음을 치료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느냐에 따라 다른 방법론들보다도 더욱 보람 있고 의미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구술자가 아닌 면담자에게 여전히 역사 기술의 권력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그러한 문제점은 다양한 구술사료의 보존과 활용 방법 하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접근하고 가치를 재생산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환경에서 점차 합의점을 찾아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질적방법 연구자에게 요구되는 윤리성과 성찰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듯 하다. 하지만 그런 만큼 구술‘생애사’는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방법론이기도 하다.

s*****e 2008.11.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