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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서전에 갔다가 싼 가격에 지른 책들 중 하나인데 이제 읽게 되었다. '책벌레를 고발하다'라는 구미가 당기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인데도 자꾸 손이 안갔던 이유는 표지 가득 자리잡고 있는 벌레 그림 때문이 아니었을까. 책을 다 읽은 지금까지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책의 적'이란 무슨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책을 훼손하는 존재들을 말한다. 불, 물, 가스와 열기, 먼지와 무관심, 무지와 편견, 책을 먹는 좀, 해로운 동물들, 제책사, 서적 수집광, 하인과 아이들이라는 10가지의 책의 적을 제시하고 있다. 내용 한 구절 한 구절이 정말 책을 사랑하고 책과 가까이 있었던 사람만이 쓸 수 있을 것 같은 내용이다. 때로는 고집스럽고 편집증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생겨난 과학주의가 책 저변에 깔려있다. 책벌레가 책을 파먹은 방향과 크기를 분석한다든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증거로 제시하는 등의 방법이 그렇다. 이런 서술 방법은 저자의 글에 대해 신뢰감을 갖게 해준다. 책의 적들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갖게 한다. 물리적으로 책을 훼손하는 적들도 있지만 가장 의미심장한 적은 '서적 수집광'이 아닌가 한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온전한 책을 접할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종이책의 죽음을 예견했다. 하지만 인간은 육체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소유하고 손으로 만지면서 책을 읽고 싶어한다. 여전히 종이책은 e-book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한 10가지 책의 적에 더해야할 책의 적들이 생겼다. 컴퓨터, TV, 영화, 공연 등 볼거리가 넘쳐나는 현대에 책을 읽는데에는 크나큰 용기가 필요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