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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눈 내리던 겨울 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눈 오는 날’을 들었다. 아마츄어 같기도 한 풋풋한 목소리와 포근한 멜로디. 물론 그날 밤의 기분과 이불 속의 따뜻한 온기가 이 노래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날이나 동물원의 노래를 듣는 기분을 이 젊은 청년들이 선사해 주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기쁘고 고마웠다. 간간히 라디오에서 노래를 들은 걸 제외하곤 2집 앨범 작업에만 몰두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었다. 1집의 산뜻한 느낌을 2집의 과도한 변화로 망쳐버리는 몇몇 예가 있었기 때문에 이 솜씨 좋은 소년들도 재주를 너무 부리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 하지만 그건 과우에 불과했다. 역시 재주소년들은 그대로의 재주와 따뜻한 정서, 그리고 사람을 달뜨게 만드는 멜로디를 좀 더 업시켜서 돌아왔으니 말이다.
첫 번째 곡에 연주곡을 넣는 앨범 구성은 특히나 최근에 많이 보이는 경향이다. 경쾌하게, 그러나 절대 가볍지 않은 질감으로 유쾌한 59초를 만들어낸 연주곡이었다. 그리고 다음 곡의 제목이기도 한 ‘피스’를 모두가 함께 외치며 부드럽게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센스... 좋았다. 최소한 그들의 첫 번째 곡으론 ‘Love &’는 훌륭했다.
왜 이 유쾌한 연주곡의 제목이 ‘Peace!’일까? 전 곡의 따뜻한 느낌을 그대로 이어오되 다음 곡인 <이분단 셋째="" 줄="">의 느낌까지도 그대로 가져가는 곡이었다. 가을밤에 들으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기분이 느껴지는 곡이랄까? 경쾌한 기타 리듬이 인상적이었던 곡이다.
학창 시절의 느낌이 잘 살아난 재미난 노랫말이 재주소년들의 입을 빌어 상큼하게 태어났다. 발랄하고 경쾌한 멜로디와 강약을 잘 조절한 편곡이 즐거운 기분을 한층 더 살려주었던
‘이분단 셋째 줄’ 특히나 중반의 ‘볼이 빨개져’라는 가사가 몇 번 반복되면서 시디가 튄 게 아닐까 하는 걱정과 의도적인 구성이라는 결과가 만나 더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새로운 세계’는 거창한 제목이 따뜻한 곡을 포근히 감싸준 곡이었다. 유쾌하기만 했던 앞의 세 곡에 진지한 고민까지 얹어져 감히 현실 고민형 노랫말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나치게 무겁지 않게 가져간 멜로디와 사색적인 노랫말이 잘 어우러져 제목처럼 새로운 세계가 탄생했다. 노랫말처럼 두려워하지 말라는 그들의 다짐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준 곡이었다.
한여름으로 돌아온 기분을 맛볼 수 있었던 ‘방갈로’ 어느 이국 도시의 방갈로 한 켠에서 기타를 튕기며 편안하게 널부러져 있는 소년들의 모습이 떠올라 살풋 웃음 지어지는 발랄한 곡이었다. 다정한 코러스가 따뜻한 노랫말을 만나 달뜬 기분을 조금 가라앉혀 주었다. 근데 재주소년들이 너무 따뜻해져서 나타난 거 아냐?
‘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낯설었어’는 앞의 곡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제목이었다. 이제야 1집에서 보여준 조금은 처량맞은 소년들이 나타나는 걸까? 차분한 인트로와 진지한 가사. 그리고 함께 차분해진 목소리까지... 게다가 고조되었던 기분을 조금은 가라앉혀 주는 재주소년들의 선택. 탁월했다. 중반부의 격정적인 멜로디와 자그맣게 속삭이는 부분까지... 한 곡 안에 드라마틱한 모든 요소가 잘 녹아든 곡이었다.
‘잠시 스쳐갈 뿐’ 차분하게 울리는 멜로디와 힘을 완전히 뺀 듯한 목소리... 축축 늘어뜨린 창법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다 후반부의 격정적인 연주로 상반된 느낌을 선사하는 특이한 곡이었다. 초반부의 상큼한 봄 분위기의 곡들과는 다른 중반부의 곡 구성이 욕심 많은 재주소년의 의도라면... 성공적이었다. 섬세한 소년들의 감성이 차분하게 전달되었으니 말이다.
‘봄비가 내리는 제주시청 어느 모퉁이의 자취방에서... ’는 제목 그대로의 느낌을 잘 살려낸 연주곡이었다. 탁탁 두드리는 빗소리와 함께 촉촉한 느낌이 잘 살아 있는 곡이었다.
‘피스’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노래가 시작될 시점에서 제목을 재빠르게 알려주는 서비스가 ‘Take 1’에도 계속되었다. 관조적인 느낌의 가사가 진지하고 묵직하게 다가왔다. 차분할 때는 차분하게, 발랄할 때는 발랄하게 느낌을 잘 살려낸 가사와 멜로디의 조화가 흥미로웠다.
‘마음의 지도’ 제목 자체로도 흥미로웠다. 유난히 비와 밤, 마음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은데, 시간의 흐름과 함께 감정의 변화, 기억의 변화까지 담담하고 솔직하게 내뱉고 있는 곡이었다. 누군가에게 말하듯 자신의 심정을 읊조리는 가사와 창법이 나이를 먹은 재주소년들의 심정을 잘 대변해주는 듯도 했다.
‘루시아나’는 앞의 곡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우는 듯 흐느끼는 목소리와 기괴한 소리까지 사이델릭한 느낌을 주는 곡이었다. 종교적 색채도 느껴지고... 왠지 따뜻한 온돌방에 누워 있다 잠시 창문을 열어 찬 바람을 쐬는 기분이 들었달까? 그래도 신선했던 곡... 그 효과음은 조금 무서웠지만...
‘여름밤’이 주는 느낌은 어떨까? 재주소년은 여름밤을 달짝하고 감미롭게 만들어냈다. 어딘가에선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수줍은 소년소녀가 몰래 손을 맞잡는 느낌마저 주는 곡이었다.
그리고 차분한 분위기로 재탄생한 ‘이분단 셋째 줄’은 앞의 곡과는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좀 더 내성적인 소년의 분위기라고 하면 맞는 표현일까? 같은 가사와 같은 곡 구성인데 어쩜 이렇게 다른 건지...
‘노란수첩’은 앞의 곡인 ‘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낯설었어’를 다른 시점에서 표현하고 있는 곡이었다. 좀 더 경쾌하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기본 느낌은 그대로 살려낸 곡이었다.
‘겨울의 첫날’은 밝고 경쾌했던 초반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앨범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가사가 차분히 전진하는 멜로디와 어우러져 즐거운 기운을 뽑아냈다. 이게 벌써 마지막 곡일까 하는 아쉬움마저 전해 주는 곡이었다.
15곡이 쉴새없이 전해졌던 44분은 따뜻하고 가슴 설레는 시간이었다. 너무도 짧게 느껴졌던 게 유일한 단점이랄까? 다시 돌아온 재주소년들의 재주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고, 그들의 따뜻한 감성 역시 그대로 살아 있었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변신으로 팬들을 당황시키지도 않았고... 기존의 장점을 승화시켜 돌아온 그들의 귀환이 반가운 건 이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1집과 2집을 교차시켜 쉴새없이 듣다 보면 재주소년들이 한뼘 더 컸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세 번째 음반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인상깊은구절] 기승전결이 잘 살아 있는 앨범 전체! 단 한 곡만 듣고 재주소년을 만났다 하지 말자구요...이분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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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아져서 불편해졌다고 한다면, '뭐, 이런 이상한 사람이 있어?'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나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다. 라디오에서 처음 들었던 "이분단 셋째줄"은 무척 귀엽게 느껴졌다. 재주소년에 딱 맞는 순수하고 풋풋한 느낌. 그래서 2집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렸다. 노래는 음반이 나오기 한 주 전부터 라디오 방송에서 들을 수 있었다. 재주소년의 두번째 음반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고 그만큼 관심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무엇이든 첫번째보다 두번째가 더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첫번째에 좋은 말을 들었다면 더 그럴 것이라고 본다. 처음에는 뭣 모르고 했다가 두번째에서는 더 좋게 하려고 애쓴다. 그런 면에서 많이 애쓴 흔적이 보인다. 함께 한 사람도 많다. 그것을 보고 반가워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제목을 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들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가을이 들어간 제목은 없다. 가을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있다. 내가 가을을 느낀 것은 "루시아나"다. 음악이 스산하고 쓸쓸한 것이……. 그리고 "노란수첩"도 조금, 이것은 은행잎과 같기 때문이다.(억지스럽나?) 처음에는 '불편하다' 이런 말을 썼는데, 소년들 나이에 맞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20대 초반인데, 지금은 발랄하게 사는 게 좋다고 본다. 때묻지 않은 마음으로……. 어쩌면 소년들이 가진 발랄함과 밝음에 질투를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이랄까? 밝음이 내게도 물들었으면 좋겠다. 사람들 마음이 평화롭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라고 지었다고 한다. 봄비 소리를 듣고 지난 여름밤을 생각하며 가을의 스산함은 톱연주로 느끼고, 겨울의 첫날도 만나보기 바란다. 희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