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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책을 들었다. <때론 아내의 방에 나와 닮은 도둑이 든다> 당차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나와 닮은 도둑을 끌어 냈을까? 어떤 이야기로 시작할지 내심 궁금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니, 어려웠다.
만일 안정호 소설을 읽는다면 당신은 아마도 작가가 창조한 그토록 낯설고 당혹스러운 세계의 끝없는 시작과 시작 없는 끝에서 주저하다가 결국 멈춰 설지도 모른다.
총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때론 아내의 방에 나와 닮은 도둑이 든다>는 그들이 말하는 그로데스크(기괴함)적 글들이 자유분방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이하면서도 섬뜩하고, 기묘하면서도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그의 책은 여타, 다른 소설들과는 어딘가 좀 다르다.
현실과 꿈, 믿음과 기적의 전복, 안성호 소설의 전복적 상상력은 수면의 동심원을 그리면서 점점 확산된다. (……) 「육식」에서처럼 채식주의라는 문명의 세련된 삶의 방식이 육식보다 얼마나 더 위선적이며 폭력적인가를 폭로하는 방식으로 무늬를 이루기도 한다. (_281)
그의 차분한 문체는 단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비해 너무도 수월하게 읽혀 ‘난 제대로 읽고 있는 건가’ 더 헷갈렸다. 아마 해설이 없었다면 계속 헛돌았을 것이다. 눈으로만 글을 읽는 꼴이 되어버렸겠지. 해설이 없이도 분명히 알 수 있었던 건, 그의 책에서 우리들은 한없이 충동적이고 감정적이라는 것. 또 이면의 살인에서는 그 누구보다 이성적 일수 없다는 것. 과연 이런 것들이 책에서만 존재하는 감정일까? 상황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기가 믿고 바라보는 현실을 현실로 착각하며 겨우 살아가고 있을 때, 소수의 누군가는 삶의 극한에 이르면서 그 현실이 결국 환영현실이며 허위의 문명임을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_288)
껄끄러웠다. 쓰레기 더미에서 살아가며, 인간과 짐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들을 여실히 보여주는 「섬」을 읽으며, ‘아. 인간이 이렇게까지 떨어질 수 있을까’ 부인하고 싶은 순간들도,
살인, 성적욕구, 생리 현상들이 가감 없이 보여졌기에 웬만하면 청소년들이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디스토피아적 글ㅡ 곧, 현실이 된다 하더라도 마치 미래의 일 일거라 방관 할 수 있는 글들ㅡ이 아닌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글들은 뭔가 읽고 나서도 시원치 않으니까.
그래도 좋은 작가를 만난 것 같다. 어렵긴 했지만, 잘 읽히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쓴 책을 몇 권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거짓을 진실로 믿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의 본질을 날것으로 그려 냈던 그의 다른 글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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