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작가분이 어떤식으로 결말을 낼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떤 결말을 지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암시를 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 13권입니다. 마키의 진로결정(?), 코코네와 낯을 가리는 마키와의 만남등의 에피소드도 좋지만 이번 회는 주유소 할아버지와 알파와의 이야기가 메인 에피소드인 듯한 느낌이 듭니다.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는 사람 유독, 이번 권에서는 강조되고 있습니다. 강조라해도 카페알파니 그저 몇번 이야기가 더 나온게 전부죠.^^ 징그럽게 여유작작한 작품이지만 역시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쓸쓸한듯하면서 따뜻한 세기말적 냄새가 나는 13권이었습니다. 굳이 추천하지 않아도 팬분들은 전부 구입하시겠죠.^^ |
|
알파는 점점 동글동글 귀여워지는 가운데(웃음) 유유자적한 이 작품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계속 카페 알파와의 만남을 기다려 오는 동안 이 작품의 인상은 조금씩 달라진 것 같다. 처음에는 잔잔하면서도 편안하고 '빨라야만 살아남는다'며 끊임없이 협박하는 현실과는 아예 반대로 가는 듯한 느릿느릿한 분위기에 심취했었고, 아홉권을 내리 읽고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행복감(과 일말의 묘한 그늘)에 사로잡혔지만, 13권까지 오는 동안 편안함보다는 처연함이 좀 더 커졌다고나 할까. 예전만큼 행복하게만 볼 수는 없게 된 것도 사실이다. 쓸쓸하고 황량한 가운데 가끔 느껴지는 음산함은 왠지 알아서는 안 될 무언가(혹 그것은 알파가 존재하게 된 계기 자체일지도 모른다)가 있을 것만 같은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든가 하는 것은 예전부터 느껴왔지만, 이제는 그 단계를 지나 마치 나도 이 멸망해가는 세상에 함께 앉아 손쓸 바 없는 미래를 관조하며 지내는 듯한 처연함이 더 켜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13권에서 이렇다 할 만한 커다란 이벤트도 없었고 이제 어떤 사실이 더 밝혀져도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 같지는 않지만, 오히려 알파의 기원이나 각지의 알 수 없는 물체들에 대한 존재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알파를 비롯한 로봇들의 삶 자체에 관심이 간다. 가끔은 아무도 오지 않는(혹은 남아있지 않은) 세상에서 코코네와 조용히 카페를 꾸려가는 알파의 모습이 어쩐지 이 작품의 마지막이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122화인 '수박의 날'에 이르러서는 그 '알파의 수명이 무한하다면 언젠가는 홀로 남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다소 구체화시켜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런 쓸쓸함이 단지 아쉬움이나 슬픔이 아닌 편안한 체념 같은 것으로 다가오는 것이 때론 놀랍다.(이 부분에서 괜히 '그 아이는 천년이나 걸려 진정한 외로움을 알게 되었습니다'같은 나레이션이 떠오른 것도 적어 둔다) 예전처럼 알파의 미소를 기분좋게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 미소를 보며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해 오는 기묘한 서글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카페 알파>를 보면서 느끼는 또다른 행복감이다. 이건 말 그대로 복잡하고도 묘하기 그지없는 감정인지라, 내 글재주론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