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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생망국의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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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에서는 ‘서생망국’ 이라는 말이 있다. 글만 읽은 서생들에게 국가권력을 주었다가 이상론만 앞세우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경우를 가리키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명나라의 건문제와 왕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서생으로서 유일하게 황위 찬탈에 성공한 가짜 군자 왕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제목과는 달리 왕망의 이야기 보다는 그의 찬탈이 가능하게 된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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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에서는 서생망국이라는 말이 있다. 글만 읽은 서생들에게 국가권력을 주었다가 이상론만 앞세우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경우를 가리키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명나라의 건문제와 왕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서생으로서 유일하게 황위 찬탈에 성공한 가짜 군자 왕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제목과는 달리 왕망의 이야기 보다는 그의 찬탈이 가능하게 된 사상적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당시 별다를 바 없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비판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찌보면 본말이 전도되어 있는 듯 하지만 의외로 읽는 재미가 있다.

속된 유학자들과 얼치기 법가들에 대한 저자의 공격이 아주 신선하고, 이를 한국의 정치와 사회의 비판에 접목시킨 부분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는데, 최규하로부터 대통령 자리를 선양받은 전두환을 예로 들기도 했다. 왕망시기에 일어난 변란을 도표로 정리한 것도 돋보이는데, 이렇게 많은 반란이 일어났나? 싶을 정도로 왕망의 신나라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왕망과 겹쳐 보이는 인물은 남베트남의 첫 대통령 고 딘 지엠 이었다. 그도 왕망처럼 정권을 잡기까지는 능수능란한 권모술수를 보여주었지만 정권을 잡고 나서는 자기기만에 빠지고 자신의 신앙인 가톨릭에만 빠져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만다. 왕망 역시 교묘한 권모술수로 황위 찬탈에는 성공하지만 집권하고 나서는 심각한 자기기만과 모순에 가득한 조치만 남발하다가 사실상 자멸하고 말았다.

 

중국사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선양극’. 그 선양극의 원조인 왕망. 그를 처음로 조명하는 것만으로도 일독의 가치는 충분한 책이라 하겠다.


w*******2 2015.05.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왕망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 주소를 보다 《왕망 - 명분과 속임수 사이》
"왕망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 주소를 보다 《왕망 - 명분과 속임수 사이》" 내용보기
"법가식 개혁의 목표는 부국강병이지 민의 행복이 아니다. 부국강병을 통한 정복전의 승리로 더 많은 영토와 자원을 획득해 지배층의 이익을 늘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가식 개혁에 성공한 국가는 계속 팽창 정책을 추구하다가 더 강한 상대를 만나 처참하게 멸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 p.80 "권력 장악은 술수로 가능하지만 권력 유지는 업적 달성으로 가능한 것인데, 왕망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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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가식 개혁의 목표는 부국강병이지 민의 행복이 아니다. 부국강병을 통한 정복전의 승리로 더 많은 영토와 자원을 획득해 지배층의 이익을 늘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가식 개혁에 성공한 국가는 계속 팽창 정책을 추구하다가 더 강한 상대를 만나 처참하게 멸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 p.80


"권력 장악은 술수로 가능하지만 권력 유지는 업적 달성으로 가능한 것인데, 왕망은 오직 술수에만 매달렸다. 술수에 뛰어났고 공작 정치에 능가했지만 기본적으로 왕망은 운명론자였다." - p.179


"각종 선거 때마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공약을 내건다. 이는 부지런히 일하고 부지런히 일을 벌이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들이 어리석다면? 더욱이 집권한 당이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자들의 소굴이라면? 막상 현명한 자는 후보가 되기도, 당선되기도 어렵다." - p.212


왕망은 전한 말기의 정치가로, 중국 역사에서 최초로 선양의 형태로 황제가 되어 신나라를 세웠으나 실정이 반복되면서 전국에서 반란이 일어나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왕망에 대해서는 평가가 완전히 엇갈리는데, 권력에 눈먼 무능한 찬탈자라는 평가와 함께 한나라 말기의 사회적 모순을 개혁하려고 했으나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간 이상주의자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사실 그의 정책은 냉철하게 말해서 이상주의는 커녕,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탁상공론에 가까운 것들이었습니다. 민심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토지개혁과 화폐개혁, 노비 해방을 단행했지만 단지 의욕만 앞세웠을 뿐 방법은 졸속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익을 본 자는 백성이 아니라 정권과 결탁한 소수의 기득 세력들이었고 오히려 백성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식 정책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수단이 좋지 못하다면 그건 아니한만 못합니다.

왕망은 겉으로는 겸손했지만 속으로는 독선적이고 오만했으며 간언하는 자는 엄한 벌을 주었습니다. 자신의 기대와 달리 지지도가 나날이 떨어지자 더욱 아집에 사로잡혀 반대 세력을 탄압하고 자신을 신격화하며 국민의 눈을 돌리기 위해 무리한 전쟁을 벌였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무오류의 존재라고 여기기에 "나는 옳으니 남이 틀린 것"라는 식으로 자기를 합리화하고 책임을 남에게 돌리며 주변의 입을 막았습니다. 왕망의 정권이 오래 가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의 몰락은 단순히 기득세력의 저항에 부딪쳤기 때문이 아니라 왕망 자신의 부조리함과 모순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또한 왕망은 김일성이나 후세인, 카타피 등 수많은 독재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이필드에서 나온 신작도서 《왕망 - 명분과 속임수 사이》는 왕망이라는 2천년 전의 실패한 중국 정치가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의 자화상을 말하는 책입니다.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부터 진 시황의 천하통일, 한나라의 건국, 그리고 왕망의 찬탈과 실패까지 그들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어떠했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 200여 페이지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하고자 하는 말은 마지막 20페이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왕망에 대해 "성군 이데올로기에 매달렸던 가식적인 정치인"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그런 왕망같은 인물들이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판에 넘쳐나고 있으며 그렇게 될 수 있는 것 또한 바로 국민들이 여전히 구시대적인 "성군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은 전제왕정 시대의 군주와 다를 바 없으며 "백마탄 성군"만 나타나면 국민들의 팍팍한 삶도 하루 아침에 해결해 주리라 기대한다는 것이죠.

이는 꽤나 냉철한 지적인데, 원래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란 국민의 대표일 뿐 무소불위의 권력이 허용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정치가들은 어떤 정책을 추진 할 때 대화와 설득을 거쳐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며 국민은 권력자들이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그렇지 못합니다. 정치가들은 일단 선거에만 이기고 나면 다음 선거까지는 전제군주처럼 행동하고 대화는 없이 독선적으로 자기 생각을 밀어붙입니다. 걸리적 거리는 세력은 국가 권력을 앞세워 탄압합니다. 국민들은 정치가들의 행태를 입으로만 비난할 뿐 묵인합니다. 근래 와서 강자의 "갑질"이 국민적 이슈가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갑질이 남아 있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수천년간 이어져온 지배의 문화가 워낙 뿌리깊다보니 무의식 중에 익숙한 것이죠. 경제적 성장은 보고 베낌으로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정작 인간 본연의 성장은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서구가 민주주의를 정착하는데 수백년의 시간이 걸렸듯, 우리나 중국, 일본 등도 같은 시간이 걸려야 비로소 정착이 되겠지요.


결론부에서 저자 개인의 정치 철학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한쪽으로 편향된 면이 없잖아 있지만, 해박한 지식에 기반한 본문과 토막 상식 등은 충분히 흥미롭고 읽어볼 만 합니다. 왕망 개인은 그다지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라도 중국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a*****1 2015.06.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