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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허락한 방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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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목적지는 애초부터 없었다. 그저 눈앞에 길이 펼쳐지기에 나는 걸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삶의 순간순간 내가 행한 선택들은 필연이라기 보다는 우연에 가깝다. 그 때 다른 선택을 내렸더라면 지금의 나는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끝난 후 하는 이런 후회만큼이나 헛된 것은 없으리라.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나와 비슷할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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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목적지는 애초부터 없었다. 그저 눈앞에 길이 펼쳐지기에 나는 걸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삶의 순간순간 내가 행한 선택들은 필연이라기 보다는 우연에 가깝다. 그 때 다른 선택을 내렸더라면 지금의 나는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끝난 후 하는 이런 후회만큼이나 헛된 것은 없으리라.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나와 비슷할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기에 그들은 모두 방랑자이다. 목적지 없이 걷는 사람들, 그들의 인생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판가름하는 것은 인생을 통해 얼마나 많은 부를 축적했느냐라기 보단 그 인생을 통해 한결같은 방향을 걸었느냐가 아닐지 싶다. 그런 면에서 김홍희 씨의 삶은 축복이었다. 낡은 카메라에 렌즈 달랑 하나, 자신에게 주어진 전부를 끌어안고 그는 낯선 일본 땅에 발을 디뎠다. 알게 모르게 느낄 수 있는 자신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들을 피해가며 그는 사진을 배웠고, 그 사진은 그의 방랑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었으니 말이다. 그의 사진 찍기는 정지된 피사체를 향해 들이댄 메스가 아니었다. 카메라를 들고 오갔던 세계에서 그가 만난 사람들, 그가 접한 인생들은 실로 다채로웠다. 이별의 순간, 좌절의 순간, 그래서 눈물밖에 흘릴 수 없는 순간을 그는 만났고, 그 어색함을 깨뜨린 것은 찰칵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그의 카메라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과 만나기 위해선 강해져야만 했고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만 했다. 지독하다 못해 기인이라도 되는 것 마냥 여겨지는 그의 스승의 기괴한 행동은 그를 단련시키기 위한 전초전이었을까. 인간에게 가장 떼어내기 힘든 정까지도 그의 스승은 매몰차게 밀어내었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훌훌 날아가버렸으니... 페이지를 수놓고 있는 변산 바다의 사진은 그의 방랑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밝음보다는 어두움이 주를 이루고 있는 세상, 아무도 걸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고요함을 깨뜨리고 그는 걸었고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금지된 곳만 같았던 바다는 그의 방문에 조금도 놀라지 않은 듯 아무런 꾸밈도 없이 그를 맞이한다. 끝이 없을 것만 같아 보이는 휑한 길 저편에 아주 작은 불빛이 보인다. '거기가 끝인가보다'를 사람들이 외칠 때 그는 말한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그의 오랜 방랑은 끝을 모른다. 아니, 이제 막 시작하려 들고 있는 것도 같다.
이달의 사락 q*****2 2005.10.15.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