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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제가 한번 읊어보겠습니다. 이그제큐티브, IDAS, 에어스캔, 론코, DSL, MPRI, 벡텔, 스타빌코, 에이비언트, 시크리츠, 수호이, ICI, PAE, 샌드라인, 메케, 마인데크, SCS, 다인코프, 하트그룹, 사라센, 큐빅, 알파, 레브단, 오가라, BDM, 다인코프, SAIC, 게이블 앤드 와이어리스, 부즈앨런 해밀턴.............(너무 많아 다 못 적겠습니다.) 이것들이 이 책에 등장하는 전쟁대행사들입니다. 말 그대로 국가를 대신해 전쟁을 해주는 전쟁대행주식회사입니다. 경영학 전공서적을 뒤적이다보면 '마이클 포터'라는 이름과 자주 만납니다. 이분의 유명한 모델 중 '산업구조분석'이란 것이 있습니다. 한 산업이 처한 경쟁환경을 분석할 때 굉장히 유용한 모델인데요. 기존 경쟁자의 입장에서나 새로운 시장참가자의 입장에서나 전략을 세우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데이타가 이 모델에서 나온다해도 과언이 아니죠. 제가 뜬금없이 마이클 포터를 들먹이는 이유는, 국가의 공적영역인 이 '전쟁'이라는 하나의 '용역'이 이미 거대한 산업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어디 상상이나 해봤겠습니까. 역시 돈을 벌려면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는 포터의 모델에다가 수많은 전쟁대행사들을 놓고 이 시장을 분석해보았습니다. 어처구니없지만, 결과는 희망적입니다. 만일 이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뛰어들어야 합니다. 이 산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미 다소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무시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수요는 넘쳐납니다. 지구상에서 전쟁은 끊이지 않습니다. 이 시장은 성장가능성이 무궁한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하나씩 볼까요. 직접적인 교전활동에 올인하는 회사가 있는가하면, 군사훈련에 경쟁우위가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정찰과 첩보에 우위가 있는 회사가 있는가하면, 지뢰만 전문적으로 제거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서비스는 다양합니다. 전투기 편대와 조종사, 그리고 정비사와 지휘관까지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회사가 있으니까요. 그뿐인가요, 왕족만 전담으로 보호해주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새로운 진입자는 틈새시장을 노려야 합니다. 정통성을 가진 정부와만 계약한다는 이 바닥의 도덕성 정도는 무시해도 좋습니다. 전쟁대행사를 구하지 못한 숱한 내전국들의 반군이 존재합니다. 계약서만 내밀면 기다렸다는 듯이 사인해 줄 겁니다. 그러니 설마 회사가 망하기야 하겠습니까. 직원들을 어떻게 구하냐구요. 걱정 붙들어 매세요. 지금 세계 군대는 대부분 구조조정 중입니다. 퇴역군인도 넘쳐납니다. 그 열악한 군인월급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연봉이 지급되는데,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왕년에 군대에서 한가닥 했던 군인들, 줄을 섭니다. 물론 신문에 떳떳하게 구인광고는 낼 수 없겠지만 말이죠.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제가 좀 빈정댔습니다.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전쟁대행이라는 엄연한 산업을 분석한 책입니다. 이 산업의 특성상 모든 경영활동은 철저한 보안속에서 이뤄집니다. 그러니 이처럼 방대한 정보를 모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 책의 의의는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애정을 갖고 이 책을 읽을 수 없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저자의 논조엔(논조라고 할 것도 없지만) 철저히 도덕적 성찰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와, 어쩌면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나같은 사람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철저히 자본주의 입장에서 심지어 저자는 이 산업의 성공을 빌고 있는 듯도 합니다. 이 책에 대해 쓰자니, 할 말이 너무 많을 것 같기도 하고, 또 할 말이 하나도 없을 것 같기도 해서 좀 망설였습니다. 쓰고 보니, 역시 정작 해야할 말은 하나도 못 한 기분입다. '인간'이란 종에 대해 실망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전쟁대행주식회사를 고안해낼 머리가 있다면, 어째서 평화대행주식회사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걸까요. 이런 바보같은 질문을 하는 제게 제가 답변합니다. "그것도 모르냐? 그야 물론 돈이 안되기 때문이지." 아무튼, 이것이 2005년 지구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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