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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는 미끌미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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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는 미끌미끌 한마리 언어의 물고기 같아요 손바닥 안에서 자꾸만 미끌거리는 것은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려 해요  손바닥을 미끄럽게 만들어 놓아요  하얀 거품을 방울방울 만들어놓으면서  그걸로 날아오르려 해요 어딘가로가본 적도 없는 허공뿐일까요 그걸로 일상을 뭉개버리려 해요   때론 비누가 손을 놓칠 것 같아요손가락은 계속 거품을 잡아 묶으려 해요모든 감각을 지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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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는 미끌미끌

 

한마리 언어의 물고기 같아요

손바닥 안에서 자꾸만 미끌거리는 것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려 해요

 

손바닥을 미끄럽게 만들어 놓아요

  하얀 거품을 방울방울 만들어놓으면서

  그걸로 날아오르려 해요 어딘가로

가본 적도 없는 허공뿐일까요

 

그걸로 일상을 뭉개버리려 해요

   때론 비누가 손을 놓칠 것 같아요

손가락은 계속 거품을 잡아 묶으려 해요

모든 감각을 지우고 숨어요

 

이제 더이상 비누를 장악할 수 없어요

비누는 앞으로 통제되지 않을 겁니다

어쩌지요 이 귀여운 지방산덩어리를

 

손바닥 안에서 살살 움직여요

  비누의 그대는 살살 다루어야 해요

 

p.40 / 41

고형렬 시집 ㅡ<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중에서


더이상 적확한 언어가 나오지 않을 때의 시인의 모습을

훔쳐보는 기분 ,

그냥 비누야 흔한 것일테지만 , 알지 않나 아주 사소한

미끌"로도 사방에 물이 튀고 비누가 튄다는 것

그런 일상스럼의 짜증도 넘어서 언어를 고를 순간들

생각을 고르는 순간들 ...

간절한 것이 비누였겠다 . 잡히지 않는 것들이...

잡았대도 그저 한 순간 거품과 같은 거란 거...

y*****7 2016.08.28. 신고 공감 1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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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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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위조지폐가 있다' 로 시작하는 <위조지페>를 읽으면서 깜작 놀랐다.내게도 실제로 1억원의 위조지페가 있기(?) 때문이다.몇해 전 이승환 공연장에서의 일.하늘에서 정신 없이 종이들이 내려왔다.그런데 그 종이는 1억원이라고 찍힌 위조지폐.즐거워 하며 그 돈(?)을 챙겨 왔고 지금까지 나는 그 돈을 버리지 않았다.그저 재미로만 생각했던 위조지페를 보며 시인은 몇겁의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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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위조지폐가 있다' 로 시작하는 <위조지페>를 읽으면서 깜작 놀랐다.내게도 실제로 1억원의 위조지페가 있기(?) 때문이다.몇해 전 이승환 공연장에서의 일.하늘에서 정신 없이 종이들이 내려왔다.그런데 그 종이는 1억원이라고 찍힌 위조지폐.즐거워 하며 그 돈(?)을 챙겨 왔고 지금까지 나는 그 돈을 버리지 않았다.그저 재미로만 생각했던 위조지페를 보며 시인은 몇겁의 너머를 생각했는지.혹은 너무 심한 상징이다 싶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나는 뭔가에 툭 하고 얻어 맞은 기분이 들 만큼 정신이 선명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위조지폐는 자신을 인식하지 않는다/어떤 희망적 예후이며 기이한 상징이며 의미라고/자신을 오해하지 않는다/위조지폐는 위조지폐 자체이기 때문이다/모든 평가와 가치가 무너진 뒤/이 지폐의 메타포는 불처럼 사라질 것/내 안에 정체불명의 생물체가 움직인다/위조지폐 속에 위조지폐가 있다.>「위조지폐」부분

 

대리만족이라도 하라는 나름의 퍼포먼스였을 게다.그리고 그것으로 만족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시를 읽으면서 순간 순간 요행을 바랐던 내 마음의 무언간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밀려 오는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이란. 그런가 하면 얼마전 읽은 <싯다르타>의 여운 덕분에 더 와락 공감할 수 있는 시도 있었다.아무리 좋은 말도,경험이 없다면 닿을 수 없는..그러나 반대로 비슷한 경험이 교감을 불러 오기도 한다.

 

<페인트칠한 검은 글자의 흰 표지판/참나무시드름병감염목입니다/건들지 마세요 영림서에서 연구 중입니다/선사시대 말을 하는 어느 가족의 순장/삭풍에 펄럭 하늘을 날려는 생목숨들/다른 종족의 생명의 같은 죽음의/검버섯도 없는 상한의 검은 목내이들/어디선가 목도소리 들려오고/주검은 저녁 산속 가파르게 솟아오른다/>「참나무시드름병감염목」부분

 

그저 앞만 보고 산을 오르는 이들도 있겠으나,쉬엄 쉬엄 산을 오르며 주변을 돌아보면 아름다운 풍광에도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하지만,내가 놀랐던 건 생각보다 죽어 있는 나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는 거다.그때 마다 묘한 기분이 들곤 했는데 <참나무시드름병감염목>을 읽으면서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시를 읽을 때는 이해하기 보다는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언제나 앞선다.그런데 이번 시집은 솔직히 어려웠다.서정적이란 느낌보다는 이지적인 느낌을 받은 탓에 그런 것 같다.그럼에도 다행이라면 정세훈의 '꿈꾸는 섬'이라는 노래 덕분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의 느낌을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시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지 마음 속에서만 복잡했었는데,정세훈의 목소리에서의 여러 색깔이.딱 이 시를 읽으며 내가 느낀 감정과 비슷했다는 것.특히 <빛을모아주세요>를 읽으면서 제일 강렬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도 고형렬 시인 하면 '화살'이란 시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시인을 알게 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나를 돌아보게 하는 반성의 거울 같은 역활을 하게 한 시라서 그렇다.

 


 

세상은 조용한데 누가  쏘았는지 모를 화살 하나가 책상 위에 떨어져 있다.

 

누가 나에게 화살을 쏜 것일까.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화살은 단단하고 짧고 검고 작았다. 새 깃털 끝에 촉은 검은 쇠

 

인간의 몸엔 얼마든지 박힐 것 같다.

 

나는 화살을 들고 서서 어떤 알지 못할 슬픔에 잠긴다.

 

 

 

심장에 박히는 닭똥만한 촉이 무서워진다. 숨이 막히고 심장이

 

아파왔다.

 

-혹 이것은 사람들이 대개, 장난삼아 하늘로 쏘는 화살이, 내

 

책상에 잘못 떨어진 것인지도 몰라!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중 「화살」 전문

w*******i 2015.05.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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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순간 장난감 ㅡ고형렬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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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순간 장난감 나를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요나를 당신의 이름 속에 묶으려 하지 말아요당신의 길이 있으면 당신 길을 가도록 하세요나를 끌어들이려고 하지 말아요우리는 너무 오래 서로의 이름을 불렀어요나의 이름을 혼돈 속으로 밀어 넣고 싶어요그리고 아직 분명한 건 아니지만당신에게도 어떤 망각이 필요한 것 같아요나는 필요를 버리고 싶은가봐요내가 어떤 미명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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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순간 장난감

 

나를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요

나를 당신의 이름 속에 묶으려 하지 말아요

당신의 길이 있으면 당신 길을 가도록 하세요

나를 끌어들이려고 하지 말아요

우리는 너무 오래 서로의 이름을 불렀어요

나의 이름을 혼돈 속으로 밀어 넣고 싶어요

그리고 아직 분명한 건 아니지만

당신에게도 어떤 망각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나는 필요를 버리고 싶은가봐요

내가 어떤 미명의 약속 외에 구름과 바람같은

또다른 아침의 꽃으로 왔다 할지라도

이제 우리는 만나기 전의 시간 속으로

돌아가봐야 해요 이 말도 잊어야 하지만 

현재가 아득한 과거의 현재이길 바라요

나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려 애쓰지 말아요

이제 당신은 나에게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나를 스스로 혼자 있게 놓아줘요

조용히 담 밑에서 햇살을 받게 해줘요

해가 지는 도시 , 서향의 한 정류장에서 나는

당신에게 너무 오래된 말을 하고 있어요

 

p. 52  /  53

고형렬 시집 <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중에서

 


 

 

새벽 마실 탓였을까... 잠을 취하려 먹은 수면제는 실패였고

두번째 알약마저 먹고선 몽유병자처럼 온 몸이 아프다고

방과 거실을 서성거린 새벽의 시간과 오전 ,

차라리 확실한 고통였더라면 뭐라고 표현할 수있는 고통였다면

좋았을 텐데 , 아주 미열처럼 기분 나쁜 그것 .

그것은 힘이 남아 돌아 내 머리 속에 방을 만들어 차지하곤

그 방에서 탕탕 못질을 하고 있었다 . 

걸음 하나에 못을 두번 , 팔 하나 휘저음에 못질 세번

이런식으로 ... 잠따위 자라는 어린애만 영양분처럼 필요한

것이라고 치부하려 애를 썼는데 시간은 웃기지마 ! 하고 웃네

나의 순간 장난감. 분명한 고통은 없다 .

모든게 함꼐 오고 함께 서서히 간다 .

단 하나의 증상이 아닌것처럼

 

 

y*****7 2016.08.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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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389-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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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의 시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시가 있었다. 바로 '시(市)는 죽었다' 한 두 번 읽었을 때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과 함께 줄기차게 뛰어가다 돌아본다암석 동굴의 도시 뒤쪽,우리가 뛰어온 곳은 앞이 아니었다.' 로 시작하는 이 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죽어 있는 도시처럼생명력이 없다 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점이 많이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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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의 시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시가 있었다.

바로 '시(市)는 죽었다'

 

한 두 번 읽었을 때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과 함께 줄기차게 뛰어가다 돌아본다

암석 동굴의 도시 뒤쪽,

우리가 뛰어온 곳은 앞이 아니었다.' 로 시작하는 이 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죽어 있는 도시처럼

생명력이 없다 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점이 많이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소 거부감이 들었다.

물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은

죽어있는 좀비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면서

또 살아간다. 죽으려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희망은 점점 사라져가는 이 시대이지만..

그 도시에서 사는 나는 희망을 찾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죽어가는 市속에서 詩人은 아니 작가는

파괴되어 가고 있다고 불행하다고 말하고 있따.

 

그러면서 마지막 그는 절규한다.

'모든 시가 죽기 전에 나의 시가 죽는다

죽음의 거리, 시는 책 속에서 절규한다.'라고....

e******4 2016.04.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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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채들이 우는 지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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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채들이 우는 지문의 기억허공의 그대가 살며시,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눈록들은 전율한다신이 툭,히말라야에 던져놓은 재규어돌이 발에 닿는 순간,눈이 열리고그 눈을 찢은 영혼은 갑자기 태어났다모래를 심장에 전하던 백만분의 찰나짧은 정강이 아래 봉합된 발바닥지평선과 대칭한 복부의 곡선과 음부그 안에 걸린 복잡한 장기들왜 그것들이 꼭 있어야만 했는가꽉 다문 입처럼 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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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채들이 우는 지문의 기억

허공의 그대가 살며시,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눈록들은 전율한다
신이 툭,히말라야에 던져놓은 재규어
돌이 발에 닿는 순간,눈이 열리고
그 눈을 찢은 영혼은 갑자기 태어났다
모래를 심장에 전하던 백만분의 찰나
짧은 정강이 아래 봉합된 발바닥
지평선과 대칭한 복부의 곡선과 음부
그 안에 걸린 복잡한 장기들
왜 그것들이 꼭 있어야만 했는가
꽉 다문 입처럼 강인한 항문의 괄약근
그 위를 뛰어가는 한주먹의 흰 돌들
만약 스스로 존재한다 할지라도
누가 저 재규어를 상상할 수 있을까
등골을 타고 성기를 가린 긴 꼬리
호랑가시나무 잎사귀가 뒤덮인 혓바닥
사뿐,검은 바람의 호명이 되던
헤아릴 수 없는 그 세월 ,몰록 흐른 뒤
지구 밖의 허공 속 벼락을 쥐고
공전궤도를 우두커니 서 있는 그림자
마지막 재규어는 지금 어디 있는가
살며시 지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아, 한묶음 꽃의 울음이 터져나왔다

p.98 /99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고형렬 시집 ㅡ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ㅡ

그것은 그러니까...
여린 가지의 꿈들이 순록과 사슴과 노루와
함께 꿈을 지고 이고 나르던 시절의 것이
아닐까
사람의 아들이 고난 속에
가시 밭 길 걷던 시절 보다 먼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서는
태초의 먼지와 흙과 탄소와 서로 엉키던 즈음에
전설같이
그 때는 하와도 재규어처럼 길고 관능이
넘쳤을 거며
아담은 마냥 자유로웠을 거라며
죄도 없고 벌도 없던 시간의 이야기 ...

그저 무엇도 아닌 자유였을 적이 아닐까

29.11.15.

나는 정말 나쁘다 ㅡ이 자괴감 ㅡ
차라리 그냥 아주 못되기만 했음 좋겠다.
아무것도 모르고...
나빠지고 싶어..아주 이기적이고 싶어.
미안하지 않고 싶어.

y*****7 2015.11.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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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의 문답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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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의 문답 시절눈 뒤에 다가가는 헤드라이트눈앞에 와 있는 고층 빌딩그 어느 눈도 그 어느 눈을 부르지 않는다그 어느 눈도 그 어느 눈을 막지 않는다아무도 부르지 않고 아무도 붙잡지 않는흰 침묵의 도시서로 사라지고 서로 지우는 상공사라진 것들이 어둠의 눈으로 휘돌아올 때나에겐 언제나 이런 화답만 남는다신혼 시절 파묻힌 눈보라가 기억나는 거니혼자 있던 어둠의 한낮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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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의 문답 시절

눈 뒤에 다가가는 헤드라이트
눈앞에 와 있는 고층 빌딩
그 어느 눈도 그 어느 눈을 부르지 않는다
그 어느 눈도 그 어느 눈을 막지 않는다

아무도 부르지 않고 아무도 붙잡지 않는
흰 침묵의 도시
서로 사라지고 서로 지우는 상공

사라진 것들이 어둠의 눈으로 휘돌아올 때
나에겐 언제나 이런 화답만 남는다

신혼 시절 파묻힌 눈보라가 기억나는 거니
혼자 있던 어둠의 한낮을 기억하는 거니
시단에 데뷔하던 날은 기억한단다

아득한 세월 속에
눈발은 눈발 밑에 눈발은 눈발 위에 눈발은
눈발 뒤에 눈발은 눈발 앞에 옆에
문답도 없이,
그의 나는 언제 다 사라질 것인가

p. 32 / 33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고형렬 시집 ㅡ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ㅡ
! !
눈은 소리없는 자연 상태의 그것이 아니다
육신을 가진 것으로 움직이는 것
그를 지켜보는 눈동자
주린 허기를 채워 줘야 하는 식구
일과 생업
시를 쓰는 일이 일인지 그저 자유인지
먹고사니즘에 고단한
시인의 일상이 물끄럼 보여서
발아하는 눈들이 째깍째깍 옥죄어 오는 순간이
너어무우도오
잘.
알겠어서 등이 다 시려 눈이 매웠다
핑 눈물이 도는 것도 사치
왜 내가 그를 이해하나
모를 일이다
29.11.15

y*****7 2015.11.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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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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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창비시선 389  고형렬 시집 고형렬 지음 창비 비가 올거라는 일기예보를 품고 아침부터 잔뜩 흐린 날씨이다. 자궁근종 탓에 만성 생리통에 시달리다 복강경 시술로 근종 제거와 자궁까지 몽땅 드러낸 철욱맘이 입원한 병원을 다녀오니 마음도 몸도 지쳐서 유독 힘이 들고 큰 딸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겠다고 와서 빈자리에서 수능문제집을 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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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창비시선 389  고형렬 시집

고형렬 지음

창비


비가 올거라는 일기예보를 품고 아침부터 잔뜩 흐린 날씨이다. 자궁근종 탓에 만성 생리통에 시달리다 복강경 시술로 근종 제거와 자궁까지 몽땅 드러낸 철욱맘이 입원한 병원을 다녀오니 마음도 몸도 지쳐서 유독 힘이 들고 큰 딸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겠다고 와서 빈자리에서 수능문제집을 풀고 있다. 지난 기말고사까지 독서실에 등록해서 시험공부를 하더니 집도 후끈후끈 찜통더위를 이길 수 없으니 도서관을 이용하겠다고 따라왔다.

소설책도 눈에 안들어오고, 며칠 전에 빌린 이 시집으로 눈도 마음도 풀어보리라는 기대감으로 함께 젖어본다. 창비시선 389권이란다. 자국 시인의 시집을 참 부지런하게도 출간해 냈구나 싶다. 등단 이후 줄곧 시적 갱신을 도모하며 독특한 발상과 어법으로 독자적인 시세계를 펼쳐온 중견 시인 고형렬의 열번째 시집이다. 고형렬 시인은 최근 2년간 전작 시집 <유리체를 통과하다>,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라는 시집을 통해서 왕성한 창작열을 보여주었다는 평이다. 2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모두 '풀과 아파트'를 비롯하여 68편의 시를 싣고 있으며 고 시인은 세계를 바라보는 예민한 투시력으로 어설픈 '깨달음보다는 느껴짐'의 시학을 펼쳐 보인다. 나는 이 시집을 통해서 쉬크하고 투박한 남정네의 말투를 느낀다.
불안과 혼돈의 세계에서 희망보다는 절망과 어둠을 통해서 길을 내고, 그 어둠 너머의 빛을 탐색하는 '회한과 좌절과 망연자실'의 '녹록지 않은 정서'와 비장한 감정들이 담긴 시편들이 심금을 울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것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끊임없는 물음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삶의 치열성과 시 쓰기에 대한 열정이라 하겠다.

딱히 시집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어떤 시에 매료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 성향에 맞는 시를 찾아내어 풍덩 시세계에 빠져들 수 없기는 하지만, 이 시집에서 몇 편을 골라내는 것도 아무튼 쉽지 않지만 눈에 띄는 시를 골라 보았다.


  다시 오이를 올리며

    

  뒤란엔 정말 조금씩 사랑이 자란다


가느다란 줄기 위에 아까운 시간이 피어나온다

   줄기 안에서 귀여운 귀는 말려 있다

소리를 따르는 햇살을 따라, 장님의 눈은 손바닥이

된다. 오므리다 몰래 말없음표의

   길이 된다.


언제나 고비를 넘기고 탈주하지 않는다

   엄마 배 속에서 정해진 길을 가기에

익을 땐 앗, 그래! 같이 탄성하고 같이 깨무는 것

청색 데옥시리보핵산의

                          푸른 비린내,

물속에 물이 덩굴지는 향기가 있어서

   나도 다시 뒤란에서 손장난을 시작한다

   그래서 어른도 조금씩 다시 자라고

눈 속에선 아픈 싹이 썩은 눈을 밀고 돋아나온다


'고형렬'이라는 시인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나는 |발문|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그의 모습을 발견해보려 한다. 또 다른 시인인 박형준의 글을 빌려서 그의 선생님인 시인을 소개받는 느낌이랄까? 그러면서 시인 뿐 만 아니라 시 자체에 대해서 너무나 무심하게 살아온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문인들과는 아무런 교류없는 일반인으로서 그들의 시에서 나와의 단 한 점의 연관성이라도 찾아보려는 시도랄까? 몸부림이랄까?

2015.7.23.(목)  두뽀사리~

i***2 2015.07.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