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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식이 작동하지 않는 민족주의는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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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나치 독일의 압제에서 벗어난 전후 프랑스나 네덜란드에서는 점령군이었던 독일군과 사랑에 빠졌던 여성들에 대한 학대와 테러가 연이어졌다. 또한 이들 사이에서 (부적절하게) 태어난 아이들 역시 ‘독일놈’, ‘독일놈의 자식’, ‘수치스러운 아이’, ‘매춘녀의 아이’ 등으로 불렸다. 이 여성들이 겪었던 고통과 멸시는 헤아릴 수 없었다. 압제당했던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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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나치 독일의 압제에서 벗어난 전후 프랑스나 네덜란드에서는 점령군이었던 독일군과 사랑에 빠졌던 여성들에 대한 학대와 테러가 연이어졌다또한 이들 사이에서 (부적절하게) 태어난 아이들 역시 ‘독일놈’, ‘독일놈의 자식’, ‘수치스러운 아이’, ‘매춘녀의 아이’ 등으로 불렸다. 이 여성들이 겪었던 고통과 멸시는 헤아릴 수 없었다. 압제당했던 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면서도 피해자들의 분노의 대상으로 평생을 숨죽여 살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니지만 희생자로 살 수밖에 없던 저주 받은가혹한 운명의 삶을 살아야했기 때문이다. 조국을 배신하지 않았고 독일에 정치적으로 협조하지도 않았으나 적군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그 어느 쪽에서도 보호받지도 관심받지도 못했다.[i]

일제 강점기를 경험했던 우리에게도 이와 유사한 역사가 있다. 압제국의 국민이었다는 이유로 늘 음지에서 살아야했던 소위 일본인 처말이다. 전성태의 이 소설은 일본인 처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성태는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해국 출신의 피해자들. 나는 이분들의 삶의 처지와 조건을 지켜보면서 민족주의 문제를 고민하곤 했다. 그건 한일전 축구 경기를 관람하듯 명쾌한 것은 아니었다. 애국주의와 자민족 중심주의, 국가와 개인, 과거와 현재가 한데 뒤섞여버리는 불가해한 체험을 하게 했다. 아직 그 고민은 진행 중이다. 다만 우리 존재 내부에 존재하는 이 불가해한 사고를 불편하지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주의도 타자와 대화하는 방식 중 하나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정당화 뒤에는 일본인 처와 같은 역사적 결락도 따르게 마련이다. 여기에 이르면 민족주의는 내부의 문제가 된다. 나는 우리의 민족주의에 극복해야 할 어떤 괄호가 남아 있다면 바로 내적 성찰이라 믿는다. 자의식이 작동하지 않는 민족주의는 괴물이다(5).

 

민족주의라는 틀에 갇혀 있을 때 우리가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일본인 처문제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우리가 내적 성찰을 통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게 작가의 지적이다. 자의식이 작동하지 않는 민족주의는 괴물이기 때문에.

 

작가의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읽어간다면, 가해자-피해자 도식으로 인해 우리가 놓쳤던 많은 부분들, 혹은 당연시했던 많은 부분들에 대해 성찰하고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거시적인 담론들에 휘둘리며 놓쳤던 미시적인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테고.

그리고설령 이런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이 작품은 그 자체로 담담하고 간결한 울림을 준다. ‘역사라는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로 읽어도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가 전성태에 대해 갖고 있던 신뢰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작품.

엄마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굽이굽이마다 망각할 만한 게 별로 없었어. 그 기억을 다 가슴에 담아둬야 하니 견딜 수가 없지. 운명이라는 게 다 내 것이 아니었어. 단 하나 내 것인 것은 내 영혼의 자율성이야. 정직하게 대면하지 않으면 쉬 부서질 영혼의 자율성이야. 너처럼 세상이 날 부도덕하다고 말하겠지. 그러나 세상의 많은 도덕은 인간의 영혼을 지키려고 태어났어. 그런데 의외로 영혼을 상실한 게 많단다. 도덕이 영혼의 세계에 있지 않고 정치적 도구로 추락해버렸어. 세상에 진정한 도덕이 있다면 나의 삶이 이랬을까?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누가 누구를 치고 그랬을까? 제 상처만 들여다보면 영혼이 죽게 돼. 또 남의 상처만 바라보면 역시 영혼이 죽게 돼(206).

 



[i] 이와 관련해서는 국내에 번역된 <저주받은 아이들이라는 책의 일독을 권한다.


 



YES마니아 : 로얄 c*****g 2011.10.17. 신고 공감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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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일본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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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일본인처"에 대해서 이책을 읽고 처음으로 알았다. 지금은 한국남자와 일본여자가 결혼해도 당연시 되었으며, 하지만 일본이 패망후, 한국남자와 결혼한 "재한일본인처" 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했으며, 그들의 생활은 과연 어떠했을까? 일본이 패망후 , 보통의 일본사람이라면, 본국으로 돌아갈려고 하는게 보편적이나, "에이코" 자기가 좋아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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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일본인처"에 대해서 이책을 읽고 처음으로 알았다. 지금은 한국남자와 일본여자가 결혼해도 당연시 되었으며, 하지만 일본이 패망후, 한국남자와 결혼한 "재한일본인처" 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했으며, 그들의 생활은 과연 어떠했을까? 일본이 패망후 , 보통의 일본사람이라면, 본국으로 돌아갈려고 하는게 보편적이나, "에이코" 자기가 좋아하는 한국남자(김성태)와 만나 임신한 상태에서 자기 조국인 일본을 버리고?, 한국에 밀항선을 타고 와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며, 한국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YES마니아 : 골드 b******6 2005.11.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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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조합 = 일본인 + 여자 = 한국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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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처, 너무나도 생소한 용어이다. 일본인이고 그것도 여자인 신분으로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엄청나게 힘들었을 것 같다. 소설을 보면서 역사를 배우고, 또 하나의 소수자인 일본인처에 대해서 배운다.    소설의 구성는 전성태 작가에 비해서 조금 헐거운 느낌이다. 일본에서 게이샤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을 좀 해 보았고, 사마센이라는 악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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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 처, 너무나도 생소한 용어이다. 일본인이고 그것도 여자인 신분으로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엄청나게 힘들었을 것 같다. 소설을 보면서 역사를 배우고, 또 하나의 소수자인 일본인처에 대해서 배운다.

 

 소설의 구성는 전성태 작가에 비해서 조금 헐거운 느낌이다. 일본에서 게이샤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을 좀 해 보았고, 사마센이라는 악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역시 의미를 잘 모르기는 하지만, 가야금이라고 해야 될까. 

 

 게이샤의 준비과정에서 최고차에서 그만두었지만, 고집이 세고, 자부심이 있는 존재로 나오는 것이 좋은데, 역시 한국에 오게 되는 과정이 허술하긴 하다. 그리고 일본에서 이발사의 딸로 고충을 겪은 내용과 기품있는 게이샤에서 공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소설같다고 하나보다.

 

 앞에 억지 같은 말을 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국 현대사를 다시 한번 읽어 보는 것 같다. 해방전의 전라도의 모습과, 징용간 조선인 근로자와 일본인 여자와 결혼하는 과정이 잘 나온다. 남자가 군대가서 부족한 시절이였던 것이다. 사실 일본이 내지이고, 조선이 반도인 시절, 국경이 있지도 않고 차별만 있었을 뿐인데. 2차 대전 이후 완전 단절이라는 것을 겪고, 다시 38선에 의한 완전 단절을 한번 더 겪는다. 그리고 한국전쟁. 아 숨차다.

 

 이 소설은 한국 현대사를 지나가고 있다. 크게는 일본인 처에 대한 차별과 멸시를 다루고 있고, 다음에는 한국 정권 수뇌부와 미군정을 비꼬고 있다. 그리고 청계천과 세운상가 근처의 서울의 뒷 모습도 보이고 있다. 또 하나의 모습이다.

 

 다시 돌아가서 이 소설의 기본 골격은 남녀관계와 모정에 대한 것일 것이다. 물론 여자들간의 우정이 큰 부분이 있다. 하여튼 남녀관계에서 어떤 사랑을 할까의 문제인 것 같다. 첫번째 남자는 멋지지만 멀리있고, 두번째 남자는 정이 많지만 격이 맞지 않다. 그리고 자기 아래에 있는 불쌍한 남자를 품에 안는다. 결국 고향 같은 두번째 남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지만, 아쉽고 여하간 슬프다.

 

 모정에 대해서도, 아이에게 잘 하는 것은 엄마의 정성이 아닐까 한다. 엄마의 마음을 가장 잘 느끼고, 그만큼 아이가 잘 성장하지 않을까 한다. 엄마의 마음에 따라 아이의 감성이 자라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소설에서 엄마와 아들의 감정선이 좀 다른 것 같다. 그래도 사랑하는 관계였고, 장례식에서 당연히 아들이 엄마를 좋아할 줄 알았다.

 

 뭔가 조금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조금더 다듬어야 되지 않을까, 독자로서 한번 생각해본다. 결론으로 한국에 남아있는 일본인 처에 대한 소설이다. 여자로서 그리고 일본인으로서의 어려움을 소설을 통해 잘 알 수 있었고, 그리고 한국의 현대사를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z******g 2010.12.3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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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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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된 도서군요. 그래도 한때는 문학소녀 였으며 문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데 전성태라는 우리 작가를 이제야 알아봤습니다. 책으로 접한 것이 아니라 극단 歌音의 한양레파토리 공연장에서 공연된 "여자 이발사"를 보았습니다. 보는 내내 여자도, 남자도, 한국사람도 일본사람도 아닌 한 사람으로 공연장에서 2시간을 '에이코'라는 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제 가슴 시작과 끝이 어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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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된 도서군요. 그래도 한때는 문학소녀 였으며 문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데 전성태라는 우리 작가를 이제야 알아봤습니다.

책으로 접한 것이 아니라 극단 歌音의 한양레파토리 공연장에서 공연된 "여자 이발사"를 보았습니다. 보는 내내 여자도, 남자도, 한국사람도 일본사람도 아닌 한 사람으로 공연장에서 2시간을 '에이코'라는 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제 가슴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먹먹해져서 공연이 끝나고도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독문학을 전공하는 있는 제가 요즘 독문학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는 지금 문학의 힘 문학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여기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문학이라는 것은 그 문학을 통해 타인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구나 여기게 되었습니다.

왜 내가 그다지도 관념적이고 어려운 독일 문학을 하면서 번뇌하고 가끔은 망상해야 하는지 고는 하던 차 전성태 작가의 여자이발사를 만나서 다시 한 번 나의 학문의 길에 박차를 가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이렇게 살아서 쓸쓸한게 아니라 쓸쓸한게 좋아서 이렇게 산것입니다.'

2. 출처를 넣어주세요. ex) 234page, 4번 트랙<사랑해>, <브리짓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의 대사
전성태 작가님 감사합니다.

 

     

7*****a 2013.10.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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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이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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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개울가에서 우리 함께 눈같이 하얀 몸을 씻었지.   마음도 서서히 물결에 씻기고, 내 머리를 풀어주던 당신의 손길.   당신은 이제 나를 기억하지 않겠지만, 난 당신을 잊지 못하네.       사미센을 켜는 손이 있다.   쪽창으로 내다보이는 것은 어두운 길.   길 위를 지나는 여러 발목들,   그 위로 솟아있을 집들과 또 그 위로 흐르는 달, 이국의 달.   눈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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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개울가에서 우리 함께 눈같이 하얀 몸을 씻었지.

  마음도 서서히 물결에 씻기고, 내 머리를 풀어주던 당신의 손길.

  당신은 이제 나를 기억하지 않겠지만, 난 당신을 잊지 못하네.

 

 

  사미센을 켜는 손이 있다.

  쪽창으로 내다보이는 것은 어두운 길.

  길 위를 지나는 여러 발목들,

  그 위로 솟아있을 집들과 또 그 위로 흐르는 달, 이국의 달.

  눈을 감으면 눈꺼풀 안쪽으로 나부끼는 벚꽃의 흩날림.

  재잘거리는 동무의 목소리.

 

  그러나 이곳은 먼나라, 조선. 나는 조선에 사는 일본여자라네.

 

 

  쇠락한 염전 마을, 연고없이 쓸쓸히 죽은 한 노인의 집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낡은 노인의 집 벽에는 먼지를 뒤집어 쓰고 걸린 한장의 갈빛 사진이 있다.

  그 속에는 우락부락한 몸에 슬픈 눈은 한 조선인 사내가 있고,

  다리를 저는 한 아이가 있다.

 

  그리고 한 여인, 에이코.

  기모노를 입고 머리를 올린, 검은 묘피의 사미센을 들고 선

  붉은 입술을 벌리면 새벽 바람처럼 뼈로 스미는 게이샤의 노래가 흐르는 여인.

 

  이 이야기는 그 여인에 관한 슬픈 삽화다.

 

 

  일제 해방기,

  고운 손으로 사미센을 켜고 붉은 입술로 노래하던 여인 에이코는

  조선남자 김태수를 만나 그녀의 꿈을 버린다.

 

  부푼 배를 안고 낯선 조선땅의 척박한 부두에 도착한 에이코.

  하지만 조선에 처자식이 있다는 편지와 함께 김태수는 사라져버린다.

 

  비릿한 내음 가득한 그 차가운 타국의 부두에서

  그녀는 조선인의 씨가 만든 아이 정호를 낳고,

  그녀의 곁에서 평생 그녀의 인생을 바라보며 지키는 남자 이진식을 만난다.

 

  아이와 함께 곧 돌아갈거라 믿었던 바다 건너 일본땅은

  해방으로 인해 갈수없는 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낯선 땅 조선에서 에이꼬는 죄없이 죄지는 왜년이 되고 만다.

 

 

  어지러운 시대는 개인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해방 이후, 한국에 남겨졌던 재한일본인 처들을 조명한 이야기.

  항상 일본땅에서의 조선인들의 회한만을 바라보다

  바다 건너편 조선땅에 남겨진 일본 여인의 처연한 삶의 이야기를 만나니

  그녀의 깊숙한 그리움이 애잔한 마음이 머릿 속을 감돌았다.

 

  조선의 여인도, 일본의 여인도 될 수 없는 슬픈 여자.

  끝없이 밀어내고 끝없이 상처주는 땅을 떠날 수도 없는 여자...

 

  그녀가 떠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멀고 먼 길, 저승이다.

 

  짠내가 가득한 염전마을, 그 마을의 풍경너머 

  애잔한 사미센 선율이 들리는 것만 같은 소설, 여자 이발사.

 

 

 

 

   



s*****e 2009.12.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