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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와 다른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음. 주의) 지금 보면 특수촬영도 그렇고, 여러 가지 면에서 어설픈 점이 많이 보일 것 같다. 그런데 이 점을 좀 떠올릴 필요가 있다. 미학적 완성도라는 건, 세월의 침식을 받아도 쉬 변하지 않는다. 수백 년을 두고 감상되는 이른바 고전의 경우, 아직까지도 인류가 미처 그 본질에 대해 명확히 캐치하지 못한 내재적인 수학적 구조미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지성과 감성에 공히 피로도를 안기지 않는다고 본다. 반면 당대에는 큰 인기를 끌었어도 현재는 물론 근접한 시대에서조차 곧 잊히고 만 통속물의 경우 근본적 차원의 형식미를 보통 간과한 채 요란한 겉치장에만 신경 쓴다는 게 공통점이다. 흔히 '반전식상증'을 이야기하지만, 이게 현대 스크립터들이 유독 약삭빠르고 영악해져 이런 테크닉을 구사하기 시작한 게 아니고, 이미 부르주아 대중 문화의 극성기부터 보편적이다 싶은 유행의 일종이었다. 나는 아역에 있어서도, 많은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호감을 보일 만한 피처에 대해선, 시대에 따라 많은 변천이 존재한다고 느끼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빛나는 두 소년 주연배우들의 경우, 요즘 같으면 어디서 캐스팅 제의가 오기도 쉽지 않은 그런 조건이지 않을까(심지어 당대에도, 배리 레빈슨 같이 제 욕심을 충분히 살린 화면구성, 연기구현을 챙기는 감독이라서 그나마 이들을 쓴 거라 추측-과연 IMDb에 보면 이들의 이후 행적은 보이지 않는다)? 여하튼, 화면이나 배우의 연기 등에서 뭔가 어색한 점 눈에 많이 띄겠지만, 이 아동용 오락물의 의외로 만만찮은 미학적 성취에는, 그런 빛바랜 세월의 더께를 뚫고, 오늘날에까지 단지 추억 환기의 매개물 이상으로 강한 힘을 발산하는 불가사의한 자장이 분명 존재한다.
참 이 작품은 바로 현재에 활동하고 있는 많은 연출자들에게 의식의 깊은 곳까지 끼친 영향이 많이도 남아 있다 싶기도 하다. 당장 BBC 셜록에서의 시즌2의 2화 '배스커빌..'만 해도, 싱겁게도 약품에 의한 할루시네이션 효과의 화소를 써먹고 있는데, 물론 환각의 트릭(트릭이라고도 할 수 없는 반칙일 경우가 많지만)은 심지어 도일 경의 시대 이전에도 흔히 쓰이던 장치이겠으나, 가장 직접적인 숏컷으로 영향을 준 쏘스라고 하면 이 영화를 드는 데에 많은 이가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키큰 홈즈와 키작은 왓슨(원전에는 이런 암시가 없고 다만 장신의 호리호리한 체형을 한 홈즈만 언급할 뿐이다)의 모티브도 아마 이 영화가 최초로 일반에 도입한 이미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이 리치의 09년작만 해도, 당장 그 도입부의 밀교 인신 공희 장면이 뭐 이 영화에서 직통으로 받은 영향의 흔적이며, 차라리 오마쥬에 가까운 수고였다(참고로 범인 블랙우드 경[마크 스트롱 분]이 연행되면서 고귀한 혈통의 자신에게 경칭을 하라니 뭐니 떠드는 건 도일 원전의 '붉은머리 리그'에서 존 클레이[그레나다 시리즈에서는 팀 매키너니가 독특하게 소화함]의 액션을 파슈티쥬한 것이겠음).
모리아티 교수와의 악연이 어디서 비롯했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근거 부여 뿐 아니라, 왜 홈즈가 평생 독신으로 지내게 되었는지도 익살스럽기까지 한(뭐 그 사연에는 웃음과는 아주 거리가 먼 비극이 깔려 있지만) 배경을 꾸며 내고 있는 이 영화는, 과연 저이에게도 유년시절이라는 게 있었을까 싶은 이성과 논리의 화신, funny old header1)의 어린 시절이란 대체 어땠을까의 자연스러운 궁금증에 대해, 창조적인 스토리의 고안, 미친 과학자의 좌절과 결국 동심에 의해 짧은 현실화를 맛보는 그의 꿈-공포스러운 邪敎의식-모함과 부당한 단죄, 이어지는 빈디케이션과 악당과의 최후의 듀얼 등등 개별적으로는 진부한 엘리먼트 여럿을 맛깔나게 엮은 동화적 내러티브의 성공적 구연으로 그 해답을 부여한다. 요즘엔, 아이들(유난히 유행에 민감한)에게가 아닌, 이 영화 개봉 시절에 다시 못 돌아올 유년을 보낸 층에게, 각별히 어필하는 문화재격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문화적 혜택 못 받고 자란 맹탕에게는 해당 사항 없음).
1) 드라마 셜록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말은 "그 오래된 별난 머리 안에 무슨 생각이 오가는지 우리가 어찌 알겠니?" 하는, 셜록을 두고 이르는 헛슨 부인의 대사('벨그레이비아의 스캔들')에서 내가 따 와 살짝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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