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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접한 건 그의 대표작 <인간 실격>을 통해서다. 제목이 특이해서 읽었다가 굉장히 어두운 소설의 분위기로 인해 글을 쓴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나서 별도로 검색까지 해봤던 기억이 난다. <인간실격>이라는 작품이 워낙 강렬하다보니 그의 다른 작품들도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책은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오토기조시'이다. '오토기조시'는 일본인들이 어려서부터 듣고 자란 설화를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와 비슷하다. 한마디로 재미난 옛날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읽다보면 중간에 한자도 많고 문장이 옛스러운 느낌이 강하지만, 다자이 오사무가 이런 책을? 할정도로 신선함과 그의 의외성을 발견할 수 있다. 뭐랄까... 능청스럽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 들정도로 이야기꾼으로서의 다자이 오사무의 상상력과 재치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들의 성향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있는데... 세상으로부터 한 발 물러서 있는 아웃사이더의 기질도 엿보인다. 현실과 동떨어져 혼자 겉도는 모습을 통해 한편으로는 다자이 오사무의 고독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1945년 3월 초에 집필하기 시작해 6월에 완성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전시중에 계속 울리는 경계경보에 방공호로 피난을 하기도 하고, 폭격으로 인해 자택이 파손되어 처가에서 소설의 일부가 쓰여지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다자이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전시 하에서 창작에 몰두하고자 했던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지금 뤼쉰의 센다이 시절을 다룬 장편을 쓰고 있습니다. 이제 열흘쯤 후면 마무리되겠지요. 이어서 「옛 이야기」라는 색다른 작업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달리 재미있는 일도 없으니, 오직 일뿐입니다." (P.212)
책의 내용은 태평양 전쟁의 말기에 공습을 피해 방공호로 대피한 가족에서 시작된다. 비좁은 방공호에 갇혀 있는 것을 답답해하는 딸아이를 달래기 위해 이야기 창작에 특출난 실력을 가진 아빠가 재밌게 전래동화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몇 작품의 경우는 우리에게도 친숙해서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일본 문학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가볍게 접근해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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