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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시인이, 시가 필요하다. 빨간색의 이 시집이 보여준다. 아름다운 서정시가 시의 본질을 드러낸다. 시 하나하나 아름답고 함축적이어서 버릴 것이 없다. 동독에 살다가 서독으로 건너간 시인의 배경에서 지레 짐작하는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 같은 것 대신 작은 개인의 심성을 무시하고 전체를 강조하는 체제를 그저 따뜻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그러나 직접적이지 않게 비판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다. 왼쪽의 그의 열렬한 팬인 전영애 교수가 옮긴 우리말을 눈으로 보고 오른쪽에 있는 독일어 원문을 -비록 뜻은 정확히 모르지만- 소리내어 읽은 후 다시 왼쪽에 있는 우리말 번역본을 뜻을 생각하며 음미하는 순서로 읽었다. 비록 독일어 아는 단어도 거의 없고 읽는 법도 많이 잊었지만 시는 역시 소리내어 읽는 것과 눈으로 비슷한 단어들이 이루는 그림의 의미도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브레이트가 쓰는 '서정시'라는 단어와는 다른, 단어 그대로의 '서정시'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았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이렇게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깊은 성찰을 하는 사람이 있어 살아가는 보람이 있다. 아름다운 시들은 시인에게 감사하게 한다. 옮긴이와 시인의 인연에 대한 신문기사를 보고 읽어보자 작정했는데 천으로 감싸인 시집의 작고 단단한 모습도 좋았다.
정말 실린 모든 시가 좋았지만 이 시를 읽을 때는 눈물이 났다. <당부, 그대 발치에> 나보다 일찍 죽어요, 조금만 / 일찍 // 당신이/집으로 오는 길을/ 혼자 와야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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