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좀 뜸하긴 해도 순정 만화라면 어디 가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많이 읽었는데 로맨스 소설 독자 경력은 일천하다.
도서관에서 로맨스 소설은 신청을 받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어느날 가봤더니 정리를 하는지 로맨스 소설이 잔뜩 쌓아져있었다. 괜히 들춰보고 하다가 이 책의 작가 후기에 특이하게 하나님 운운하는 글이 있어서 빌려왔다. 작가가 독실하신 것 같던데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로맨스 소설을 어떻게 풀어내셨나 궁금하기도 했고. 기왕이면 하나라도 더 기독교적인 베이스가 깔린 책을 읽고 싶기도 했다. 그렇다 나는 2% 아니 98%가 부족하긴 해도 크리스쳔이다.
자수를 직업으로 하는 여주는 어느날 뮤직비디오를 보고 남주에게 반하다시피 하게 된다. 그리고 뮤지컬 배우인 남주가 출연하는 공연의 의상을 맡게 되어 만남을 가진다. 하지만 어쩌다 꼬이고 꼬인 첫만남에 남주는 여주에게 비호감을 갖게 되고. 벌어진 일을 무마하느라 여주에게 반했느니 어쨌느니 거짓말까지 하게 된다. 여주는 마냥 좋고 어찌어찌해서 그렇게 애매한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데. 여주는 솔직하고 다혈질 성격이라 사랑을 숨기지 못하고 남주에게 퍼붓는 스타일. 남주는 다른 여자를 4년간 사랑해오고 있음에도 그런 여주에게 자꾸만 끌리게 되는데 그 호감이 절정에 달할 무렵 여주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블라블라블라.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지루한 부분도 거의 없고 전개의 늘어짐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아주 스피디한 전개는 아니더라도 군더더기도 없는 느낌이고 뮤지컬 세계를 배경으로 설정한 것도 흥미로웠다.
딱히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가 있는건 아니지만 <그들이 사는 세상>에 싸가지 피디로 나온 엄기준 씨가 멋있었기에 남주에 대입해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싸움으로 시작하고 나중에도 계속 싸우는 남주와 여주의 연애, 솔직다혈 여주, 뭔가 야성적인 매력이 있는 남주, 그외 상처받은 공주님 조연, 비열한 남조연, 거짓으로 시작한 연애 등 살짝 전형적이고 재미있는 요소가 군데군데 잔뜩 포진되어 있다.
장르 특유의 손발이 오그라들고 내가 다 부끄러워지는 장면들이 별로 없어서 좋았다. 과도한 감정의 남발이라거나 실제로는 못할 대사들이나 뭐 그런거. 솔직히 로맨스소설은 매우 유치할 꺼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거나 작위적이고 자극적,비윤리적 전개도 없어서 좋았다. 그럼에도 심심하거나 밍밍하지 않고. 아주까지는 아니지만 제목이나 여주의 일처럼 아기자기하고 은은하게 예쁜 느낌?
여주가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보기에) 매력이 적다는게 아쉬웠는데 원래 또 순정만화 여주들이 다 그런 법이니까 뭐. 그리고 또 사실 여주가 매력있을 필요도 없다. 순정만화나 로맨스 소설의 꽃은 자고로 남자주인공인법. 계속 건전하던 소설이었는데 막판에 가서 쫌 너무 야한 장면이 나와서 그건 좀 아쉬웠다. 묘사가 너무 구체적이어서. 그래도 다른 로맨스 소설에 비하면 여주가 굉장히 올바르고ㅋ 건전하다. 보통은 그냥 잘텐데. 아예 <동침한 다음날>로부터 시작하는 로맨스소설도 고.
등장인물들의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로맨스 소설을 보면 등장인물들의 연령대가 대부분 그쯤이더라. 주 독자 대상이 그 연령대인건가? 난 잘 모르는데 로맨스 소설 마지막 페이지 보면 의외로 30대 초반인 작가가 많던데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여고~여대생이 많이 읽는 줄 알았는데 그거랑 상관없이 연령대를 그렇게 잡는건가? 여튼
이 소설을 계기로 <눈과마음>이라는 출판사를 알게 되었는데 검색해보니 로맨스 분야에서 꽤 유명한 것 같더니. 유명한 지수현 씨의 소설도 보이고.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많이 읽어봐야지 결심. 이 작가의 다른 소설이 없어서 아쉽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