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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주일 전에 구입한 책이다. 그 책을 이제서야 읽었느냐고 물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3년 전에 구입한 책이 아직도 책꽂이에서 잠을 자는 것이 허다한 나로서는 이례적으로 빨리 읽은 책 중에 하나이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내가 이 책을 알게 되어서 읽기까지 한 것도 인연이 아닌가 싶다. 학창 시절에 읽었던 빅토리아 여왕의 소녀시절 일기가 생각이 나서 문학사상 출판사에서 펴낸 궁중일기 시리즈 중에 안나 커윈의 『빅토리아 여왕』을 읽었고, 그 책을 통하여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외국인이 선덕여왕의 공주 시절 이야기를 일기체로 꾸몄다는 것이 신기했다. 『빅토리아 여왕』에 대한 인상도 좋았기에 이 책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구입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만나게 된 이 책에서 무엇을 느꼈던가? 내가 받은 인상을 몇 가지만 적어 보겠다.
첫째, 외국인이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선덕 여왕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이면서 신라의 황금기를 연 주역이기도 하다. 또한 지귀설화, 세 가지 예언, 김유신 장군의 여동생을 살린 이야기 등을 통해 한국인에게는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가 빅토리아 여왕같이 세계제국을 건설한 것도 아니니 외국인의 관심을 끌 만한 대상은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작가가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것은 아주 드문 예라고 생각한다.
둘째, 작품의 형식이 재미있었다. 공주시절의 선덕 여왕이 쓴 일기 형식이라니…. 사춘기에 접어든 선덕 공주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자장과의 연정을 보면서, 나치의 박해를 피해 숨어 살던 열세 살의 안네가 피터와 나누던 로맨스가 떠올랐다.
물론 선덕 여왕과 자장이 어린 시절의 벗이자 연인이었다는 것은 작가의 상상이다. 사서에 나타난 자장율사는 진골 출신의 귀족으로 불교에 귀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통도사를 창건하고 금강계단을 세웠으며, 전국 각처에 10여 개의 사찰을 건립하는 등 많은 설화가 얽혀 있다. 불교문화가 융성했던 선덕여왕 시기에 그는 이 땅에 불교가 뿌리를 내리게 한 주역 중에 한 명이다. 그런 자장율사가 선덕 여왕의 어린 시절 연인이었고, 그런 인연으로 여왕의 비호를 받았다는 설정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는가? 외국인인 저자가 거기까지 상정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셋째, 작품으로서의 문학성도 훌륭했다. 왕자를 생산하지 못한 어머니 마야부인은 왕비 자리에서 물러나 출가를 하고, 승만 부인이 계비로 들어온다. 또한 중국 사신 방인(허구적인 인물)은 여왕의 출현은 고음에 전례가 없다면서 선덕의 왕위 계승을 방해한다. 저자는 그로 인한 선덕여왕의 고뇌를 바리공주 설화와 연계시키며 신라 여왕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지나친 비약인지 모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연상되었다. 그녀는 부친과 모친의 연이은 비극과 개인적으로 겪은 어려움들 속에서 지도자로서 정체성을 찾으며 끝내 최고 통치자에 올랐다. 박대통령이 선덕여왕 같이 후세에 사랑을 받는 업적을 남길지, 그 반대의 과정을 걷게 될 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권좌에 오르는 과정에서만은 공통점이 느껴졌다.
한국의 공주를 주인공으로 하면서 세인의 관심을 끈 작품으로 권비영의 『덕혜옹주』가 있다. 덕혜옹주의 생애에 대해 주목하고 그녀의 생애를 추적하여 재구성한 뒤 『덕혜희』라는 평전을 쓴 사람은 일본인 혼마 야스코다. 권비영의 작품은 혼마 야스코의 평전에서 일정 부분 도움을 받았다는 지적도 있다. 혼마 야스코가 한국인보다 먼저 덕혜옹주의 삶에 관심을 가졌듯이, 선덕 여왕의 공주 시절을 다룬 이 작품도 『덕혜옹주』와 같이 세인의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