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간 하버드에서 과학사(史)를 가르쳤던 저자가 작고하기 2주전에 남긴 책이라 한다. (왜 "유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무언가 숨겨진 비의가 담겨져있을꺼란 생각이 자꾸 드는지 모르겠다.) 수의 탄생과 기원전 2천년 전의 이집트에서의 전쟁포로나 노획물에 대한 기록등을 통해 수의 이용이 어떠했는지를 소개한다. 그리고 피라미드 돌들이 어떻게 운반되었을지에 대한 설명도 있었는데 돌을 감쌀 수 있을 정도로 큰 원형 틀을 만들어 돌에 낀 후 굴렸을 꺼라고 한다. (괭장히 그럴싸한 설명이었다) 그러나 17세기 이전에는 현재와 같은 숫자의 이용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다윗왕의 재앙을 두려워한 유럽인들은 정부에 의한 통계 기록을 거부하였다고 하며, 이는 식민지 시대의 미국에까지도 유효했다고 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서구인들의 수에 대한 이용과 서구에서의 수의 활용과 발전만을 다루었다. 아라비아 숫자와 인도에서의 영(0)의 개념, 그리고 몽고인의 대제국 운영에 통계 기법을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여느 서구인들 답게 별 코멘트를 달지 않았다. 어쨌든 서구인의 통계-여기서의 통계는 인구조사 등의 통계를 의미한다- 에 두려움이 극복된 것은 아마도 17세기 이후의 합리주의, 경험주의 등의 철학과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상품과 인력과 부의 이동이 잦아진 결과로 보인다. 그리하여 현재 우리가 통계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고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8-19세기 부터이며 책의 많은 부분은 통계학의 확립에 기여한 케틀레이, 선구적인 사용자인 제퍼슨과 프랭클린, 그리고 나이팅게일 등이 어떻게 통계를 이해했고, 도구로 활용했는가를 재밌는 일화들과 함께 설명해 주고 있다. 더불어 컴퓨터의 발전에 이런 통계적인 숫자의 범람에 의한 자동 계산의 필요성- 그래서 최초의 자동 계산기를 만들었다는 베비지의 얘기도 나오고..- 때문이라고 한다. 인류 문명의 역사를 대충 한 5000년 정도로 볼때 현재와 같은 보편적 교육시스템이 갖춰지고, 사회전반에 합리주의와 경혐주의 따위가 만연한 것은 불과 2~3백년에 불과한게 아닌가 싶다. 불과 2~3백년 만에 사회가 이렇게 엄청스럽게 변하고, 부는 증가하고, 인구도 증가하고... 출산율은 떨어지고, 인간의 수명도 급격히 증가하고, 세상의 변화는 너무나 빠르고, 어제의 기술이 오늘은 박물관의 추억의 물품으로 전시되는 사회가 되었다. 항상 마음과 머리를 새로운 지식의 통로가 되도록 관리하지 않는다면 -즉 새로운 지식이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적셔주지 못한다면- 곧 세상을 뒤쫓기에 급급한 신세가 되지 않을까 싶다.(이것이 이 책을 읽은 후 내린 결론이라면 좀 생뚱맞나?) |
|
2009년 12월
과학사의 대가가 남긴 숫자 이야기. 인지하던 인지하지 못하던 우리는 숫자에 둘러 쌓여 산다. 개인의 능력을 가늠하는 것으로 종종 용인되는 연봉도 숫자이고 자동차의 고급 여부도 배기량이라는 숫자로 표시된다. 무서운 거식증의 원인이기도 한 다이어트도 체중이라는 숫자에서 시작한다. 처음 이 책을 주문한 이유는 절판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어렵게 구한 '천재들의 주사위'를 읽던 중에 통계학의 역사나 개관을 조망할 수 있는 책들을 몇권 더 구해보려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통계사 책은 아니다. 통계, 확률 등 보다 더 근원적인 숫자가 우리의 모든 일상에 적극적으로 도입된 배경과 그 의미를 간단하고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숫자에 중독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00년전에 시작되었다는 저자의 설명은 숫자를 빼고는 어떠한 일들도 규정할 수 없는 현재의 우리에게는 다소 놀라운 사실이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숫자를 일상으로 만든 수많은 선지자들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게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낸 숫자들이 바야흐로 이 세상을 새로운 '디지털' 정보의 시대로 끌고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숫자의 이면에 있는 진리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려고 일상에서 노력하는 것이 이 책을 유작으로 남긴 저자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생각하는 삶의 또 하나의 지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 수의 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