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년 전 내한했던 엔야가 SBS의 천박한(!?) 쇼프로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시종일관 무뚝뚝하고 거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엔야였다. 그런데 이영자씨가 자기도 엔야 스타일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서 이소라의 '난 행복해'를 불러대는 것이었다. 결국 엔야는 '당신은 가수가 되지 않는 것이 좋겠다'라는 짤막한 대답만 내뱉은 채 계속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아마 요란하고 산만한 우리나라의 쇼프로가 정서에 안맞았던가 보다. 어쨌든 그 방송을 보고 뮤직비디오에서보다 더 늙어보이고 깐깐해 보이던, 아줌마같던 엔야에 좀 실망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음악은 여전히 무척 좋아한다. 베토벤은 달빛을 볼 수 없는 소녀를 위해 '월광 소나타'를 작곡했다는 일화가 있다. 마찬가지로 출렁이는 강물을 직접 볼 수 없는 사람들은 엔야의 'Orinoco Flow'를 들으며 오리노코 강의 물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모 냉장고 광고음악으로 쓰였던 'Marble Halls'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다.(그 광고에서는 조수미씨가 불런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곡, 마치 '엑스-파일' 버전의 러브스토리에 쓰일 법한 곡이다. 그런데 베스트 선정의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앨범에 수록된 열여섯곡 중 아무리 찾아봐도 베스트라고 할 수 있는 곡은 절반정도밖에 안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