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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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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에 처음으로 이 블로그에 독서 리뷰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벌써 76권의 책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쌓였습니다. 책 목록을 훑어 보니 제 취향은 참 종잡을 수 없습니다. 소설, 에세이, 경영, 경제, 인문, 사회, 과학, 요리,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열심히도 읽었네요. 앞으로도 이렇게 꾸준히 읽고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평생 남들 모르게 수십 개 이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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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3월에 처음으로 이 블로그에 독서 리뷰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벌써 76권의 책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쌓였습니다. 책 목록을 훑어 보니 제 취향은 참 종잡을 수 없습니다. 소설, 에세이, 경영, 경제, 인문, 사회, 과학, 요리,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열심히도 읽었네요. 앞으로도 이렇게 꾸준히 읽고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평생 남들 모르게 수십 개 이상의 블로그를 만들어 보았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된 것은 처음이라 쭉 가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아티스트를 인터뷰하고 미술시장과 전시회를 취재하러 간 출장이었지만, 나를 성장시킨 건 취재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취재 과정의 부산물들이었다. 머나먼 타국에서 자신을 만나러 온 기자에게 인터뷰이가 정선해 내놓은 말들, 그들이 보여주는 행위들은 잠시 인상적이지만 여운 깊은 감동을 남기기는 어렵다. 고급 레스토랑의 준비된 상차림보다 아주 배고팠던 날 길을 지나치다 포장마차에서 사 먹은 호떡 맛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인터뷰나 아트페어, 혹은 전시회보다는 그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겪은 일들에 초점을 맞추려 애썼다. (p.7)


 이번에 읽은 책은 곽아람 기자의 『미술 출장』입니다. 곽아람 기자는 전에 리뷰를 올렸던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의 저자입니다. 그 리뷰의 말미에 다음번엔 같은 저자의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를 읽겠다고 했는데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네요. 『미술 출장』은 저자가 신문사의 미술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작가들을 인터뷰하고 미술 전시 및 경매 현장을 취재했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책입니다. 미술에 대해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요, 위의 인용부에서 알 수 있듯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부분보다는 그 뒤쪽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잘 그리는' 작가를 좋아했다. 꼼꼼하고 정직하게 일하는 작가가 좋았다. 현대미술의 태반은 세 치 혀를 잘 놀린 결과이자, 사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트레이드마크인 그 '땡땡이 그림'이라니. 흰색 캔버스에 색색깔 동그라미를 찍은 그 그림들은 심지어 조수들이 그린다지 않는가. (p.18)


 사실 바로 위의 인용부가 이 책 전체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입니다. 물론 아름답고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들도 많지만, 때로는 굉장히 기이하고 난해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하죠. 이런 예술가들이 인정을 받고 엄청난 가격에 작품을 파는 것을 보면, 예술이란 건 다 사기라고 소리치고 싶어집니다. 특히 이 뒷담화의 주인공 데미안 허스트는 죽은 동물을 포름알데히드에 넣어 전시하는 작품들로 유명합니다. 삶과 죽음을 다루는 예술가라는데, '이름 참 잘 붙인다'는 꼬인 생각만 하곤 했죠. 책에 실린 인터뷰는 좋긴 했으나 아직 저의 이 꼬인 생각은 요지부동입니다.


 이 책에는 데미안 허스트 외에도 제프 쿤스, 프랭크 게리, 로버트 인디애나 등 세계적 예술가들과 함께한 인터뷰도 많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참 많습니다. 하지만 제게 가장 좋았던 부분은 크리스티의 경매사 안드레아 피우친스키의 인터뷰였습니다. 이 인터뷰는 애초에 예정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 더 좋았습니다. 원래 저자는 크리스티의 CEO를 인터뷰하러 홍콩에 갔는데, 급한 일로 CEO가 인터뷰를 취소해 버려 대안을 찾은 것이 바로 경매사, 안드레아 피우친스키였습니다. 당시 그녀는 크리스티 소속 국제 경매사 열다섯 명 중 '탑 5'에 꼽히는 인물이었다네요.


 경매사라는 직업 자체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합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경매장에서 경매를 주관하며 작품을 파는 역할을 하죠. 저도 경매 현장을 본 적이 전혀 없지만, 안드레아 피우친스키의 인터뷰를 통해 언젠가는 꼭 구경이라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경매장에서 사용하는 망치에 대한 뒷이야기도 정말 재미있었고요.


 단 한 번도 미술품 경매를 본 적이 없었던 나는 많은 것들이 궁금했다. 가장 궁금한 건 '망치'였다. 경매사의 망치를 영어로 'gavel'이라고 한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망치질하는 연습도 하나?"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그 질문에 안드레아는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그럼, 하지. 정확하고 절도 있는 망치 소리는 경매라는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니까. 망치 소리란 한 품목의 경매 종료를 알리는 신호야. 소리가 너무 크면 귀에 거슬리고, 너무 작으면 들리지 않지." 그녀는 "낯선 경매장에 서야 할 때는 단상의 재질과 걸맞은 망치 소리를 찾기 위해 녹음기를 돌려가며 연습한다"라고 덧붙였다. (p.59)


 책이나 영화를 통해 제가 전혀 알지 못했던 세상을 접하는 일은 정말 즐겁습니다. 그리고 『미술 출장』 역시 제게 그런 즐거움을 안겨준 책이었습니다. 덕분에 미술에 대한 다른 책들도 많이 찾아보게 되었어요. 미술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흥미만으로 제 삶의 폭을 확장하는 경험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소중한 행복입니다. 곽아람 기자의 다른 책들,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나 『그림이 그녀에게』는 또 어떨지 궁금합니다. 언젠가 리뷰를 쓸 수 있겠지요?

YES마니아 : 플래티넘 c***o 2019.07.2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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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현대미술 안내서이자 땀내 나는 밥벌이 현장
"친절한 현대미술 안내서이자 땀내 나는 밥벌이 현장" 내용보기
‘어릴 적 그 책’을 읽고 곽아람 작가의 팬이 됐다. 그래서 가끔씩 그가 일하는 신문사 홈페이지를 찾아가 그가 쓴 기사들을 찾아보곤 했다. 그 기사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왜냐하면 일반인이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나고, 일반인이 쉽게 가볼 수 없는 장소들을 찾아가 쓴 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로버트 인디애나, 데이미언 허스트와 같은 세계적 거장들을 만났고, 뉴욕 런던 홍콩
"친절한 현대미술 안내서이자 땀내 나는 밥벌이 현장" 내용보기

‘어릴 적 그 책’을 읽고 곽아람 작가의 팬이 됐다. 그래서 가끔씩 그가 일하는 신문사 홈페이지를 찾아가 그가 쓴 기사들을 찾아보곤 했다. 그 기사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왜냐하면 일반인이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나고, 일반인이 쉽게 가볼 수 없는 장소들을 찾아가 쓴 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로버트 인디애나, 데이미언 허스트와 같은 세계적 거장들을 만났고, 뉴욕 런던 홍콩 등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지를 누볐다. 기자란 직업은 이래서 좋겠구나, 부러웠다.


<미술출장>은 이 ‘우아한’ 기사 뒤에 가려진, 땀내 나는 에피소드의 묶음이다. 책 맨 뒷장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미술세계, 그곳은 내게 밥벌이의 현장이었다!”라고 적혀 있는데, 세 번째 에피소드 ‘크리스티 경매사의 망치’ 편을 읽고 ‘밥벌이의 현장’이란 말에 완전히 공감하게 됐다. 


경매회사 홍콩 크리스티 CEO를 인터뷰하러 홍콩으로 출장 갔지만 인터뷰가 펑크 나고 만다. 수화기 너머 부장은 쿨하게 말한다. “괜찮아. 대신 다른 사람 찾아내. 더 재미있는 사람으로.” 작가는 관계자들을 애걸과 협박으로 들볶아 간신히 ‘대타’로 톱 경매사를 인터뷰해 서울로 기사를 보낸다. 하지만 사태는 여기서 마무리되지 않는다. 부장은 경매사의 ‘망치’ 사진을 보내라고 주문하고, 이에 작가는 망치를 찾아 경매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같은 직장인으로서 이 코미디 같은 상황이 웃기면서도 짠했다.


비행기가 결항된 탓에 밤새 버스를 타고, 무리한 일정으로 감기몸살에 걸린 채 귀국행 비행기를 타고,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예술가 비위를 맞추느라 자존심은 살짝 접어놓고…. 겉으로는 화려하게만 보이는 미술 출장은, 가까이에서 보면 보통 사람들의 출장과 다를 게 없는 두려움 가득한 모험이고, 피곤한 여정이며, 그래도 몇 가지씩 배우게 되는 수양(修養)이다. 그래서 미술에 깊은 관심이나 지식이 없는 내게도 많은 공감과 위안을 주었다.


그래도 이 책은 여전히 ‘미술’ 출장이다. 당연히 아티스트, 아트월드에 대한 얘기가 많다. 덕분에 현대미술을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내게 좋은 길잡이가 돼줬다. 예를 들어 뉴욕 맨해튼 6번가에서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작품을 보며 나는 ‘이렇게 단순한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됐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나는 <미술출장>을 통해 비로소 인디애나가 ‘Love’ 유명세 때문에 오히려 상처 받고 벽지(僻地)의 섬에서 홀로 유폐에 가까운 삶을 살다 최근에야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고 일어난 침대를 그리는 진 마이어슨의 작품들은 ‘이게 대체 뭔가’ 싶었는데,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인천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네 살짜리 사내아이는, 난생처음 누워본 침대 위에서 시트로 온몸을 휘감고 데굴데굴 굴렀다. 바닥이 아닌 곳에서 잠자는 게 겁나 울고 소리 질렀던 그는 시트가 누에고치처럼 그의 몸을 꽁꽁 얽어맬 때쯤에야 잠들곤 했다. 어른이 되어 방문한 한국에서 포대기로 손자를 업고 가는 할머니를 보았을 때, 그는 시트에 포박되었을 때의 그 안정감이 어디에서 왔는지 비로소 깨달았다고 한다. - 193쪽


엽기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데이미언 허스트는 괴짜일 줄 알았는데, 곽아람 작가가 찍은 사진에서 그는 푸근하고 익살스런 아저씨였다. 제프 쿤스는 그의 작품처럼 블링블링한 아티스트일 것이라고 상상했었는데, 신세계 백화점 옥상에 놓인 자기 작품 앞에서 양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그는 어쩐지 비즈니스맨 같아 보였다. 엉뚱하면서 난해한 현대미술을 작가는 간단명료하게 정의한다. “196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주류로 떠오른 개념미술은 사물 자체보다는 사물이 환기시키는 정서를 ‘예술’로 여긴다.” 


유홍준 교수는 추천사에서 ‘저널리즘과 크리티시즘의 행복한 만남에서 이루어진 일종의 비평적 증언’이라고 이 책을 정의 내렸다. 이런 평가가 합당하게 다가오는 것은, 작가가 매번의 출장마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열두 가지 과업을 행하는 헤라클레스처럼 중간에 주저앉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출장 중 짬이 날 때마다 지긋지긋할(?) 법한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머리 식히는 작가가 미련해보이면서도 대단해 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리라.



YES마니아 : 플래티넘 r********t 2015.05.2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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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에세이라기 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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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에세이라기 보다는 미술 기자로 일하는 자의 기쁨과 고충, 그 뒷이야기를 나타내는 책이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게 출장이라면....전 가지 않겠습니다 ㅠㅠ 생각만해도 피곤한 상황들이 많지만 결국 인터뷰를 해내고야 마는(?)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었습니다.
"단순한 에세이라기 보다는" 내용보기
단순한 에세이라기 보다는 미술 기자로 일하는 자의 기쁨과 고충, 그 뒷이야기를 나타내는 책이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게 출장이라면....전 가지 않겠습니다 ㅠㅠ 생각만해도 피곤한 상황들이 많지만 결국 인터뷰를 해내고야 마는(?)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었습니다.
q********0 2025.07.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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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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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독자이자 미술광으로서 곽아람 기자의 글을 좋아했다. 이 책은 그토록 원하던 문화부에 배정된 기자가 녹록치 않은 미술 기사 작성 출장을 겪은 책이다. 이 책은 두 가지 내용으로 읽힌다. 하나는 현대 미술과 미술가 그리고 각종 전시 대한 기사와 비하인드를 다룬 내용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기자라는 업의 고단함과 지난함을 토로한 내용이다. 첫번째 이유로 책을 펼쳤다가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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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독자이자 미술광으로서 곽아람 기자의 글을 좋아했다. 이 책은 그토록 원하던 문화부에 배정된 기자가 녹록치 않은 미술 기사 작성 출장을 겪은 책이다. 이 책은 두 가지 내용으로 읽힌다. 하나는 현대 미술과 미술가 그리고 각종 전시 대한 기사와 비하인드를 다룬 내용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기자라는 업의 고단함과 지난함을 토로한 내용이다. 첫번째 이유로 책을 펼쳤다가 두번째 이유에 설복되고 책을 덮게 되는 책이다. 곽아람 기자의 또 다른 미술 저작을 기대하며...
t******8 2021.03.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