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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온 편지는 나치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결코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다. 터무니없이 밝고 정열적인 아빠 라슬로와 천진함과 조숙함을 동시에 갖춘 아들 페터가 둘이 알콩달콩 즐겁게 사는 이야기가 책의 상당부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줄거리를 따라가다보면 나치에 대한 고발이 중간 중간 눈에 걸린다. 전면적으로 반 나치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독특한 부자의 일상을 통해 독자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유태인이 악독하다고 배운 페터에게 사실은 죽은 엄마가 유태인이었다고 말해주는 장면. 그리고 언제나 냉정하기만 했던 할아버지가 라슬로를 대신하여 페터에게 정열적인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을 알아채는 장면은 가슴 깊이 남는 이 책의 명장면이다.
이 책만을 보면 나치가 뭐가 나쁜건지 왜 느닷없이 전쟁이 일어났는지 사전지식이 없는 아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최악으로 치달아가는 당시의 시대에서, 사람은 끝까지 무엇을 잃지 말아야하는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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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아픔은 있다.
당연히 그 나라, 그 시대를 살아내는 사람들도 아픔을 겪는다.
하지만, 똑같은 아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디어 내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얼마전에 종영된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예전과는 다르게 일제말기와 6.25를 겪어낸 사람들의 이념문제에 대해 굉장히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아픈 과거를 돌아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이제는 많이 편안해졌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이 책 [베를린에서 온 편지]를 읽게 되었다.
[베를린에서 온 편지]는 2차 세계대전과 유태인 학살이라는 아픔을 견뎌야 했던 헝가리의 삼대-할아버지와 그의 아들 라슬로, 그리고 라슬로의 아들 페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안정적이면서도 권위적인, 그러나 자식과 손자를 향한 드러내지 않는 진한 사랑을 보여주는 할아버지와 가슴속의 뜨거운 열정과 자유분방함을 고스란히 행동으로 드러내는, 고뇌하는 휴머니스트 라슬로, 그리고 아버지를 너무나 사랑하는, 또한 할아버지의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는 어린 페터.
유태인을 도우려다 죽음을 맞이하는 아들 라슬로 대신에 손주인 페터에게 라슬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편지를 써주었던 할아버지의 사랑이 책의 뒷부분에 차분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좋게 만들었던 것은 어두웠던 시대의 모습을 끔찍하고, 잔인하고, 우울하게 그려낸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겪어내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어 담담하게, 그리고 희망적으로 그려냈다는 것이다.
어디에든 희망은 있는 법이라고, 불행만이, 행복만이 따로 오는 것은 아니라고 넌지시 일러주는 듯했다.
고민이 많을 청소년기에 심각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꽤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깊은구절] 아주 나이가 많은, 현명한 여인이 있었다. 오래 살았고, 다양한 일을 겪었던 그녀는 낙관론자였다. 그녀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큰 불행은 항상 행복과 행복 사이에 끼어 있다고. 불행과 행복이 얼마나 큰지, 불행과 행복은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에게 머무는지,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