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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아닌 삶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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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라는 곳에 대한 대단한 호기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가 보고 싶은 땅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는 마음에, 가장 끌린 것은 헤밍웨이가 극찬한 산문이라는 말에 이 책을 읽어 본 것인데.   평탄한 삶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 아프리카에 살면서,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었던 여자 작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생각난다 싶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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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라는 곳에 대한 대단한 호기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가 보고 싶은 땅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는 마음에, 가장 끌린 것은 헤밍웨이가 극찬한 산문이라는 말에 이 책을 읽어 본 것인데.

 

평탄한 삶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 아프리카에 살면서,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었던 여자 작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생각난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정말 관련이 있었다. 이 책의 작가와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남편 사이에 밀접한 관련(애인이 아니라 동료로서)이 있는 것이었으니. 게다가 로버트 레드포드로 등장했던 인물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서늘하기까지 했고.(그 영화가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는 것을 또 잊고 있었다.) 

 

여행과 삶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여행을 삶처럼 누리는 사람도 있고, 삶을 여행처럼 보내는 사람도 있을 텐데, 여행도 삶도 어중간하기만 해서 항상 다른 한 쪽을 기웃거리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작가에 대한 내 마음이 그러하다.

 

작가는 아프리카에서는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지루함과 따분함조차 기꺼이 받아들이는 나에게는 그 말이 그리 매력적으로 들리지는 않으나, 아프리카에 대한 동경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제법 근사할 것 같다.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자라서 그 경험을 글로 풀어 보여 주는 일의 가치와 고마움에 대해 생각을 또 해 보고.

 

우리말로 번역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의 생각과 표현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실린 사진이 흑백이어서 그건 좀 아쉬웠고.  

 

15

세상엔 많은 아프리카가 있다. 아프리카에 관한 책의 수만큼 많은 아프리카가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 관한 책은 당신이 죽을 때까지 틈날 때마다 읽어도 다 못 읽을 만큼 많다. 아프리카에 관해 새로 책을 쓴 사람은 자기가 쓴 내용이 이전에 누가 쓴 것과도 다른 새로운 내용이라고 뿌듯해 할 테지만, 아프리카의 또 다른 모습을 본 사람들에게 아마도 그 내용은 별로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31

진보의 본질적 요소는 시간이고, 우리로선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35-36

사람은 그가 어디에 있건, 다른 어떤 곳, 더 넓은 곳의 소식을 알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니 빅토리아 니안자의 습지에서 죽어가는 사람도 내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보다 이생에서 최근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더 관심이 있지. 죽음이 힘든 건 실은 이 때문이다. 호기심이 충족되지 못해서...

 

81

인간에게는 참 별난 시각이 있다.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을 억압하는 것은 끔찍한 일로 여기면서도, 자연과 훨씬 가까운 동물의 자연적 습성은 인간 이성(눈에 보이는 것만큼 이성적이지 않은 때도 왕왕 있는 아주 특이한)의 경계 안에 가두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156

자기가 살고 사랑하고 자신의 모든 과거가 서려 있는 곳을 떠나야 한다면 절대 지체하지 말고, 다시는 뒤돌아보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떠나라고. 단 한 시간이라도 당신이 기억하는 그 시간이 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결코 생각하지 말라고. 왜냐하면 그건 죽었으니까. 지나간 시간은 안전한 시간으로, 극복한 시간으로 보인다. 반면 미래는 멀리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구름 속에 살아 있다. 구름은 당신이 그 안으로 들어감에 따라 맑게 걷힌다.

 

179-180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은 남을 돕는 것을 배운다. 사람들은 그들이 베푼 그리고 언젠가 돌려달라고 청할지도 모를 작은 호의들을 모든 예금통장으로 살아간다. 인간이 거의 안 살다시피 하는 나라에서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신앙의 명령이라기보다는 생존의 법칙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춘다. 언젠가는 그가 나를 위해 그래 줄 날이 올지도 모른다.

 

290

조종사의 손에 들린 지도는 다른 인간에 대한 그의 믿음의 증거물이다. 그것은 신임과 신뢰의 상징이다. 지도는 여느 인쇄물이 아니다. 모호하고 교묘한 단어들에 지나지 않는 것을 담고 있는, 그것을 가장 미더워하는 독자조차(어쩌면 그 제작자마저도) 마음 한 구석에선 의심을 풀지 말아야만 하는 인쇄물과 다르다.

지도는 “나를 신중하게 읽고, 주의해서 나를 따라와. 나를 의심하지 마. 나는 네 손바닥 안의 지구야. 내가 없으면 넌 길 잃은 외톨이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진짜로 그렇다. 어떤 고약한 존재의 지시로 이 세상에서 모든 지도가 파손되거나 사라진다면, 모든 사람은 다시 장님이 될 것이며, 모든 도시는 다른 도시에게 낯선 존재가 될 것이며, 모든 표지물은 무를 가리키는 의미 없는 푯말이 될 것이다.

 

324

아프리카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에게 아프리카는 결코 같은 모습이 아니다. 아프리카는 변화의 땅이 아니다. 분위기의 땅이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한없이 다양하다. 아프리카는 변덕스럽지 않다. 그러나 그 땅은 단지 인간만이 아니라 인류를 낳았고, 도시만 아니라 문명을 키워냈기 때문에-그리고 그것들이 죽는 것을, 그리고 새로운 것들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아프리카는 무덤덤하고, 무심하고, 따뜻하고, 냉소적이고, 너무 많은 지혜에 진저리난 존재이다.

 

337

생의 끄트머리에 가서 볼 때, 자기 자신보다 남에 대해 더 잘 아는 수가 있다. 사람은 외로움을 지우려고 분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지켜보는 법을 배우지만, 자기 자신은 지켜보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트럼프 카드를 섞거나, 개하고 놀 때, 사람은 자기 자신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외로움에 대한 혐오는 살고자 하는 욕망만큼이나 자연스럽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다른 사람은 어떤지 알기 위해 굳이 애써 알파벳을 만들지도, 동물적인 소리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단어라는 것을 다듬어내지도, 대륙을 건너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프리카를 날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12.04.30. 신고 공감 1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