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익스피어가 지닌 강점은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에게 보편적인 감동을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이 원본의 형태로, 때로는 가공된 형태로 스크린에 옮겨지고 있다. 하지만 영국 사람들에게도 셰익스피어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영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이면서도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에서 풍기는 무게감에 주눅들고는 한다. 상황이 이럴진데,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어떠할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셰익스피어, 그리고 고전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고리타분함과 어려움에 그의 작품들을 쉽게 대하진 못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가 예외라고나 할까.) 이런 사람들을 위해 나온 책이 바로 <필름 셰익스피어>다. 이 책은 많은 저자들이 참여해 각자 세익스피어의 영화를 분석해주고 있다. 처음 부분에서는 셰익스피어의 같은 작품을 다르게 해석한 영화들을 비교해주고 있다. 소설이나 희곡을 스크린에 옮기는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감독의 해석이 들어가게 된다. 2장의 내용은 이러한 감독들의 다른 해석을 비교하며 셰익스피어를 소개하고 있다. 다음 장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영화화된 작품들을 개별적으로 살펴본다. 마지막 장에서는 변형된 형태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스크린에 담은 영화들을 살펴보면서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끝을 맺는다. 우선 이 책은 영화를 소개한다는 기분에서 가볍게 셰익스피어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셰익스피어를 친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히 독자들은 그 영화를 보고 싶어 하게 되고 셰익스피어가 주던 이름의 무게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셰익스피어에 관해 전혀 모르는 독자에게는 이 책이 셰익스피어를 만나게 해주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오랜 시간동안의 회의를 거쳐서 나왔다기보다는 급조되었다는 인상을 많이 준다. 좋은 소개서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영화와 셰익스피어를 연결하는데는 그다지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바로 그 이유다. 게다가 많은 저자들이 각각의 장을 서술하고 있는데, 챕터마다 필자의 전문성이나 글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일단 많은 챕터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내용 전달에 전체 분량의 1/3에서 절반에 가까운 분량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독자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내용은 아예 모른다면 책의 이해가 안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내용 설명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세한 내용 설명은 출‘발 비디오 여행’과 이 책이 지닌 차별성을 모호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더 나아가 이 책은 셰익스피어와 영화를 연결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하지만 일부 챕터는 영화 소개 프로에서 영화를 소개 해주듯, 내용 소개와 함께 장면 설명, 감독과 배우 설명 등 단순한 영화 설명에 그치는 부분이 있어서 아쉬웠다. 또한 영화와 희곡을 비교, 설명하는 부분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와 희곡의 차이에 착안하여 차이가 나오게 된 원인과 감독의 의도, 그리고 더 나아가 셰익스피어의 원작품이 지니고있는 강점이 이 영화에서 어떻게 살아났나 하는 등의 보다 깊이 있는 내용이 빠져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아쉬움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챕터도 있다.) 이 책이 대중들을 위한 것이라 해도 일단 이 책을 고르는 독자라면 어느 정도 셰익스피어와 그의 희곡을 영화로 만든 작품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놓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챕터 수를 줄이거나 작품 수를 줄이더라도 좀 더 셰익스피어의 몇몇 작품을 분석하는 식이 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지니지 않은 매우 훌륭한 챕터도 있었다. 우선 한창호와 듀나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과 <햄릿>장은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영화를 잘 연결시킨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다른 감독들이 만든 셰익스피어 영화의 차이점에 주목하여 각 영화만이 갖고 있는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 또한 이러한 특성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원작이 갖고 있는 의미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밖에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와 <베니스의 상인>장 역시 영화와 원작의 차이에 주목해 영화가 갖는 의미와 원작이 갖는 의미를 잘 설명해주었다. |
| 난 누가 나와서 저 영화좋아~ 라고 말하는 단계에서 한단계는 더 나가보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보면 정말 좋을꺼예요. 광고를 보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책값이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소장가치 역시 있는 책이구요.이 책을 보고나면 세익스피어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눈이 한단계 올라간 자신을 만날수 있을꺼예요~ 학교에서 이 책으로 수업을 만들면 얼마나 좋은까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몇안되는 책입니다. 평소에 세익스피어에게 관심이 있었거나 혹은 인도대륙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던 세익스피어에게 적대적 호기심이라도 있었던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겠죠? 저도 후자쪽의 호기심이 사실 조금 더 컸습니다~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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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가판대에서 계속 사보다가 올해 들어 <씨네21>을 정기 구독하고 있다. 다 동네 책방이 사라진 것 때문이다. 직장과 집 사이를 차로 출근하는 나로서는 지하철역에 그리 갈 일이 많지 않고, 그래서 경기도에는 조금 늦게 배달되는 <씨네21> 정기 구독보다는 직접 사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어져 버렸다. 어쨌든 <필름 셰익스피어>는 정기 구독자 선물로 받은 책이다. 그동안 그냥 쌓아놓고 있다가 '셰익스피어'라는 이름 때문에 묵혀두고 있었는데, 꽤 즐거운 책이다. 프로스페로 : 여흥은 다 끝났어.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 배우들은 모두 요정들일세. 이젠 대기 속으로, 그래, 엷은 대기 속으로 사라져버렸지. 이 대지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환상의 세계처럼, 저 구름 위에 솟은 탑도, 호사스러운 궁전도, 장엄한 신전도, 이 거대한 지구도. 그래, 지구상의 삼라만상이 마침내 녹아서 지금 사라져버린 환상처럼 흔적도 남기지 않는 걸세. 우리는 인간의 꿈과 같은 것으로 되어 있고 이 허망한 인생은 긴 잠으로 막을 내리게 되지. (본문 pp.334~335, <템페스트> 4막 1장의 재인용) 이 책은 책의 제목처럼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 형태로 재창조된 '세익스피어'에 대해 다루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저자들이 자신의 관점으로 셰익스피어 영화에 대해 접근하고 있는 이 책에서는, 프랑코 제피릴리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현대적인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왜 급진적인 텍스트인지 분석되고(한창호), 로렌스 올리비에와 케네스 브래너의 서로 다른 <햄릿>의 장단점이 논의 되며(듀나), 오손 웰즈가 어떻게 독창적으로 셰익스피어 영화를 찍었는지(홍성남)와 피터 그리너웨이에 의해서 <템페스트>가 가상/현실의 경계를 새로운 미학으로 무너뜨렸는지(진중권) 그리고 구스 반 산트가 <아이다호>로 어떻게 세익스피어의 텍스트를 훌륭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었는지 심지어는 세익스피어가 어떻게 10대 하이틴 로맨스 영화로 변용되는지에 대한 글(임옥희)까지 풍성한 접근법이 돋보인다. 나 역시 '셰익스피어'는 이름만 알 뿐이지 한 없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지는 인물이었는데, 이렇게 거꾸로 영화로 변용되고 현대화되었는지 최근의 영화들을 통해 살펴보니 한층 친근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사실, 이 책은 하나의 일관된 텍스트라기 보다는 다양한 저자들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벌이는 일종의 사유의 집합이라고 보는 것이 적당하다. 그러다보니 깊이를 추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오히려 이런 다양한 시선이 늘 골치아픈 대상에 대한 자유로운 사유와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어떤 점에서 셰익스피어는 전복적이기도 하고 또 어떤 점에서는 보수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셰익스피어라는 작가의 위대성이 드러난다. 한마디로 셰익스피어는 다층적 해석이 열려있는 작가이며,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접근은 현대의 관객들에게 셰익스피어에 대한 독해를 즐거운 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