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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세상에 나올 때 분명 어떤 목적이 있을 것이다. 목적이 있다고 하면 괜히 아니꼬운 눈으로 보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좋은 의미보다는 뻔히 보이는 의도를 숨기려고 하는 듯한 솔직하지 못한 느낌 때문이었으리라. 나의 이 선입견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책을 만나면 별로 즐겁지가 않다. 그러나 나의 선입견을 깨면서 ''맞아, 목적 있는 게 왜 나빠? 좋은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책을 흥미롭게 보면서 그 목적이 우리에게 실행된다면 좋은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을 만나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 책 「바다로 돌아간 수달」이 바로 후자의 경우다.
표지에서 이 책은 ''우리 자연이 오염되고 훼손되면서 사라지고 있는 천연기념물 수달에게 어린이들이 관심을 갖도록 해주는 그림책''이라고 그 목적(?)을 밝히고 있다. 분명 창작 그림책과 재미난 것만을 선호하는 어린 독자들에게 쉽게 눈에 뜨이거나 관심갖게 되는 주제는 아닐지 모르겠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은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끌겠으나.) 그러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어른의 선입견으로 판단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배운다.
처음 이 책을 혼자서 봤을 때 의도는 좋은데 과연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수달 박사님 아빠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긴 하나 그것이 어필할 능력을 나의 취향과 시선에서 무시했다고 해야 할까. 그림을 중요시하는 나는 이 그림책에서 수달을 뺀 나머지 그림들, 특히 등장인물들의 그림이 몹시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에 그 영향이 많이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달랐다.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는 수달을 관찰하기 위해 생활도 그러한 우리 아빠, 수달 박사님에 대한 소개부터 그 아빠가 어떻게 처음 야생 수달의 사진을 찍게 되었는지, 그 긴 인내의 시간과 마침내 5년만에 수백 통의 필름을 버리면서 이룬 기쁨도 진지하게 따라온다. 엄마를 잃고 그물에 다리가 걸려 아빠 연구실로 오게 된 수달, 치료 후에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되는 상황과 그 생활을 통해 보여주는 수달의 모습, 그리고 마침내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기까지 책 속의 나와 달민이(수달 이름)와 함께 하는 것이다. 나도 은주 언니처럼 수달을 키워보고 싶다는 이루어질 수 없는 간절한 소망을 간직한 채 많은 사람들처럼 달민이가 무사히 바다로 돌아가 적응하는지 지켜보고 안도한다.
이러한 수달의 실제 사진이 너무 궁금하다고 왜 이 책에는 사진이 없냐고 하는 걸 보면 책 표지에서 말한 그 목적은 우리 딸에게 완벽하게 수행된 셈이다. 재밌게 보면서 수달의 진짜 모습을 궁금해 하는 것이 발전해 다음에 어디서건 수달의 이야기를 만나면 반가와 할 것이고 더 나아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는 수달의 사진뿐 아니라 실제로 청설모를 보듯 수달을 흔히 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을 확장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수달 박사님과 은주, 달민이의 이야기 외에도 중간중간 수달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이 있는 페이지들이 있어 지식의 깊이를 더해주기도 하고 수달과 관련된 옛 이야기(신라시대 혜통 스님과 수달)가 있어 흥미를 더해 주기도 한다. (딸은 이야기 자체를 흥미로워 했고 아들은 본론보다 이 부분을 더 신기해라 하며 재밌어 했다.)
이러한 상황이니 이 책이 나와서 우리에게 사라져 가는 천연기념물 수달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준 것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 세월 애정을 가지고 수달을 관찰하고 연구해 오신 박사님의 지식을 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들려 주셔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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