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는 순간 현실과 상상의 장막에 휩싸여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옮겨지는 착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작품 하나가 끝나고 또 다른 작품이 시작되면 나는 다시 전혀 예측되지 않는 의식의 전개에 올라타 있었다.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여성에게 새겨진 속박된 이미지와 강요된 역할들에 매몰되어 자유의지를 무력하게 억압당한다. 스스로의 몸 안에 갇힌 채 질식하다 분출되는 존재의 몸부림은 자신을 분해하거나 괴멸시킨다. 이 기괴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들은 오락거리를 넘어서 작가가 우리에게 건네주는 처절한 깨우침의 목소리이다. 각자의 색이 분명하고 대단한 이 작품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마거릿 애트위드의 <환상 혹은 영혼의 여행>, 타나나리브 듀의 <댄스>, 실라 콜러의 <시드니> 이다. 인간의 몸 안에 들어간 달팽이의 의식. 일상을 사는 이 여성의 몸에 갇힌 나는 왜 영위하고 싶지 않은 삶에 순응해야 하나? 나는 애초에 사람이었던가? 나는 정신분열 일으켜 스스로를 달팽이라고 인식하는가? 인간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싶어 하는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 티나나리브 듀의 <댄스> 할머니를 돌보다 젊음을 삭제당하고 40대가 된 주인공. 그녀의 삶은 타인을 위해 희생됐다. 그 돌봄의 역할에서 달아날 순 없었던 걸까? 할머니가 사망한 뒤 시작된 몸의 춤. 의지가 도난당한 채 움직이는 이 행위는 주인공의 뼈와 근육을 부서트리고 파괴하려 한다. • 실라 콜러의 <시드니> 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느라 집안 노동에 온 하루를 보내는 주인공. 어느 날 나타난 중년의 의사에게 급작스러운 청혼을 받고 결혼하게 된다. 그녀에게 허락된 건 꽃병에 꽃을 꽂는 일일 뿐. 의사가 필요한 건 그녀의 살아 숨 쉬는 육체였을까. - 문학수첩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
* 서평단 이벤트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조이스 캐럴 오츠가 기획과 편집을 맡고 열다섯 명의 여성 작가가 참여한 이 앤솔로지는, 처음에는 페미니즘적 메시지와 장르적 쾌감을 적당히 버무려낸 작품집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은 여성의 몸이라는 낯선 장소를 집요하게 탐색하는 이야기들에 더 가깝다. 본문에 앞선 엮은이의 서문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하피, 고르곤, 메두사에 이르기까지 신화 속 여성 괴물들에 대한 오츠의 분석은 매우 날카롭다. 메두사는 원래 아름다운 인간 여성이었으나 아테나의 신전에서 포세이돈에게 강간당한 뒤, 가부장제적 논리에 따라 처벌받아 괴물이 되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처벌받는 기묘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성은 아름다워야 하지만 바로 그 아름다움 때문에 벌을 받을 수도 있으며, 결혼이라는 제도 바깥에 놓인 여성은 더욱 취약하다는 것을 오츠는 여러 사례와 함께 분명하게 짚어낸다. 수록된 열다섯 편의 소설은 저마다 다른 층위와 방식으로 여성의 신체를 다룬다. 분해되고, 뒤틀리고, 다른 존재와 뒤섞이는 몸들에 대해. 그것은 단순히 독자에게 충격을 주기 위한 설정이 아니며, 너무 익숙해서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던 몸의 감각을 다시 낯설게 만드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단편이 읽는 내내 불편하고, 때로는 묘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호러 소설 앤솔로지이지만 무섭다는 감정보다는 이상하다는 감각이 더 오래 남는다고 해야 할까. 늘 나와 함께하던 몸이 낯설어지는 순간, 세계 전체가 뒤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에이미 라브리의 <육안 해부학>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열다섯 편 중에서 유일하게 남성이 화자로 등장하는 이 작품은, 연애 관계에서 매번 외면당하는 의대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해부용 시체에 가하는 폭력과 그 결과를 섬뜩하게 그려낸다. 여성의 신체를 외부에서 대상화하고 소비하는 관념이 어떻게 일상 속에 뿌리내리는지를 간접적으로, 그러나 선명하게 드러낸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앤솔로지라는 특성상 모든 작품이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작품별 몰입도, 완성도에 편차가 있지만 열다섯 편의 작품들 중에서 내 취향에 맞는 단편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호러 장르 특유의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재미에만 그치지 않고, 소설을 다 읽은 후에도 내 몸을 새삼스레 의식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오래도록 기억에 각인될 것이다. 여성의 몸이 사회적 시선과 가부장제적 규범 속에서 어떻게 통제되고 대상화되는지 한 번쯤 고민해본 독자라면 충분히 깊게 공명하며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이다. |
|
📚<조각나고 찢긴,> -여성 바디호러 앤솔러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교육과 글쓰기는 남성이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그 글의 소재는 주로 여성이었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여성은 주로 약함, 순종적, 요구되는 아름다움, 허영심등이 가득한 존재로 쓰여져있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신체 또한 전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하였다. <엮은이의 서문>이 인상깊다. 아테나 여신의 신전에서 메두사가 포세이돈에게 강간당했으나, 가부장제의 방식에 따라 피해자에게 벌을 내려 아름다웠던 메두사가 고르곤으로 변모되었고, 그 뒤로 머리에서 뱀이 꿈틀대는 괴물이 되었다는 것. 이는 아름다워야 하면서도 그 때문에 벌을 받을 수 있으며, 결혼이라는 보호막 밖에서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여성성의 틀에 저항하는 여성에게 내려진 궁극의 형벌이 화형이라는 것에서 마녀라는 프레임을 씌운 역사적 사례들이 생각났다. 이제는 이런 비현실적인 억압에 맞서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됬다. 15편의 작품들은 놀랍게도 다른 방식으로 여성의 신체를 표현하는데 나는 작품들을 읽으면서 내 몸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첫 작품부터 파격적이었다. ☘️에이미 벤더의 <프랭크 존스>는 주인공이 자신의 쥐젖을 조금씩 떼어내어 종이컵에 모아놨다가 실로 조심스럽게 엮는다. 그것에게 프랑켄슈타인에서 따온 ‘프랑크’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무쓸모한것에 생명을 불어넣어 마치 자신의 분신과 연결 된 것처럼 재탄생된다. 특히 그것이 직장에서 겉도는 자신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기에 더 의미있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환생 혹은 영혼의 여행>은 달팽이가 은행원의 몸에 들어가 한 여성의 몸을 공유하게 되는데, 달팽이는 자웅동체이다. 그러니 그 낯선 여성의 몸으로서의 성관계에 거북함과 혼란을 느끼게 된다. 어렵지만 그 서술방식이 정말 특이해서 묘하게 빠져들어 읽게 되었다. 🌧리사 림의 <거울과 춤>은 거울을 보며 춤추는 엄마를 보는 나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할머니 - 엄마- 나로 이어져 오는 강요받는 아름다움으로 거울속의 포로가 된다. 함께 그려진 삽화가 이를 잘 표현해낸다. 기묘하고 특이한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항상 나와 떨어지지 않는 내 신체를 이루는 모든 기관 하나하나가 민감하게 느껴졌다. 나의 여성스러운 모습은 나만의 모습이며 누군가를 위해 창조된 건 아니지 않을까. 독특한 소재이지만 작가들의 필력이 엄청나 몰입되는 책이다. 묘하게 아름답고 묘하게 재미있는 책. 추천하고 싶다. - 문학수첩으로부터 도서제공받아 서평을 썼습니다. @moonhaksoochup #조각나고찢긴 #여성바디호러앤솔러지 #조이스캐럴오츠 #마거릿애트우드 #신윤경 #문학수첩 #도서제공 |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바디호러 장르를 아시나요. 신체 변형, 절단, 질병, 기생 등 인간의 몸에 대한 기괴하고도 불쾌한 침해를 통해 공포를 유발하는 장르라고 하네요. 용어가 낯설었을 뿐이지, 이미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 많이 접했더라고요. 단순히 피가 튀기는 고어물과는 달리, 인간의 몸이 통제력을 잃고 낯설게 변해가는 엽기적인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혐오와 불안이라는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하네요.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전부가 아니라 그 다음을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집요한 것 같아요. 《조각나고 찢긴,》은 조이스 캐럴 오츠 작가님이 기획한 여성 바디호러 앤솔러지라고 하네요. 우선 엮은이의 서문을 읽으면서 여성의 바디호러를 상징하는 메두사가 머리에서 뱀이 꿈틀대는 흉측한 얼굴의 괴물 이전에 아름다운 매혹적인 인간 여성이라는 이유를 벌을 받은, 잔혹하고 비논리적인 가부장제의 희생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고대 신화의 여성 괴물들은 모욕감을 느낀 남성의 시선에 의해 왜곡된 여성성을 형상화하여, 남성의 공포가 가공되지 않고 그대로 투영된 환상의 존재들이라는 거예요. 오랜 세월 동안 여성의 몸은 남성의 성적 욕망을 자극하여 죄를 짓게 만드는 존재로 비난받아 왔고, 가부장제에 맞서는 여성들은 비정상적인 존재로 낙인찍혀 화형대에서 불태워졌어요. 조이스 캐럴 오츠 작가님은 여성의 몸이 역사적으로 겪어온 신체적, 심리적 폭력과 편견을 바디호러라는 장르를 통해 해부하고 재구성하고 있어요. 가부장제가 씌워온 속박과 편견으로 인해 '조각나고 찢긴,' 여성의 몸을 여성의 시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여성 작가들에 의한, 여성을 위한 바디호러 앤솔러지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에는 조이스 캐럴 오츠 작가님을 포함하여 15인의 여성 작가들의 단편 작품이 실려 있어요. 메건 애벗의 <주홍 리본>은 동네 아이들이 담력 테스트로 몰래 들어가는 호프먼 가족의 집이 왜 귀신의 집이 되었는가를 페니라는 소녀의 시선에서 그려내고 있어요. 주홍 리본의 실체,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이건 악몽이란다, 페니. 다시 자렴." (93p) 이라는 아빠의 말에 소름이 돋았네요. 리사 터틀의 <은닉 휴대>는 영국 여성 켈리가 미국 텍사스로 파견되면서 벌어지는 일인데, 총기 사고가 빈번한 미국의 사회문제를 꼬집는 다크 판타지네요. 켈리는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무섭지 않아요? 내 말은··· 무서울 수밖에 없겠어요. 사람이 총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에요···" (186p) 남자는 자신을 '정의로운 총기 소지자'라고 표현했는데, 이건 '뜨거운 얼음'을 찾는 것과 다를 바가 없네요. 열다섯 편의 작품들은 기생 쌍둥이, 이상한 돌기, 멈출 수 없는 춤, 성형중독과 심리적 학대, 환생 여행, 네크로필리아, 드라큘라, 푸른 수염 등등 독특한 소재와 설정으로 악몽과도 같은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네요. 오랜 세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기회를 얻지 못한 하피, 퓨리, 고르곤 그리고 운명의 여신들에게, 이제야 비로소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로 전해졌네요. |
|
#도서제공
문학을 포함한 많은 예술에서 오랫동안 여성의 신체는 둘 중 하나로만 여겨져왔다. 성스럽고 숭고한 모체이거나, 조각조각 나뉘어 품평당하는 정욕의 대상이거나. 바디 호러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 속에서 더더욱 생소한 여성의 몸을 주제로 하는 열다섯 개의 단편이 담긴 『조각나고 찢긴』은 강렬한 핫핑크색 표지로 독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다소 적나라하고 약간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표지의 그림은 나사나 관절 따위를 통해 인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인형의 긴 머리나 속눈썹, 색이 짙은 입술, 유방의 모양 따위를 통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인형을 여성으로 패싱하게 된다. 『조각나고 찢긴』은 ‘여자의 몸은 이래야지’, ‘여성이라면 자고로 이렇게 생겨야지’, ‘여학생이니까 당연히 아름다워야지’ 등 가부장제의 관념과 속박 속에서 부위별로 조각나고 찢겨 품평받으며 오로지 욕구나 폭력의 대상으로만 존재했던 여성의 신체를 가부장적 시선에 저항하는 작가들의 글로서 다시 재조립하는 책이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갖는 특징은 여성의 신체를 대부분 ‘신체 그대로’ 주목한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성적 묘사나 미형적인 묘사에 집착하지 않고 신체를 단지 기능하는 신체로만 바라본다. 특히나 책의 포문을 여는 단편 「프랭크 존스」에서 에이미가 프랭크를 만드는 재료는 무려 ‘쥐젖’이다. 개인적으로 일부 남성 독자들(이 책을 읽는 남성 독자가 있다는 가정 하에)은 젊은 여성에게도 쥐젖이 생긴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페이지를 넘기며 조금 웃을 수밖에 없었다.
흑인이었던 탓에 발레리나가 되지 못했던 할머니의 저주에라도 걸린 듯 몸이 부서져가며 춤을 추게 되는 손녀를 그려낸 「댄스」, 권총이 자아를 가지고 몸에 기생하게 된 「은닉 휴대」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단편들은 바디 호러라는 장르에 걸맞게 비일상적이고 다소 기괴하다. 때로는 불쾌하거나 기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의 신체도 얼마든지 이러한 호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새롭게 꼬집는다는 부분에서, 다소 고전틱하고 클리셰를 따르는 작품마저도 기발하다는 기분이 든다. 많은 여성들을 놀라게 했던 영화 《서브스턴스》에 이어서 다시금 가부장제가 얼마나 여성의 신체를 마치 본인들이 소유한 것처럼 대해왔는지 깊게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각 단편의 볼륨이 크지 않고 전체적으로 속도감이 있어 수시로 읽기 좋았다. 서문에 각 단편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나 평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단편들을 모두 읽고 서문을 다시 한 번 읽거나, 단편부터 읽은 후 서문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신체를 품평하던 시대에서 모든 여성의 신체는 아름답다고 말하는 시대가 오기까지 수 세기가 흘렀다. 이제는 ‘아름답지 않은’ 신체 그대로를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조각나고 찢긴’ 신체들의 회복을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조각나고찢긴 #조이스캐럴오츠 #마거릿애트우드 #에이미벤더 #메건에벗 #실라콜러 #문학수첩 #공삼_북리뷰 #서평 #서평단 #북리뷰 #북스타 #북스타그램 #책리뷰 #책추천 #책스타 #책스타그램 #소설 #호러소설 #바디호러 #페미니즘 #Adarkershadeofnoir |
|
#여성서삭
|
|
#조각나고찢긴 #조이스캐럴오츠 #마거릿애트우드 #서평단 #자몽커피 #책서평 #책리뷰 #여성바디호러앤솔러지 #문학수첩 |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거릿 애트우드를 비롯한 작가들은 여성의 몸이 겪는 공포를 '보디 호러'로 그렸지만, 사실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며 내 몸의 '조각' 아니 '덩어리'들을 검열하는 나에게는 이것이 호러가 아닌 일상이었다. 얼마 전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보았던 영화 <서브스턴스>의 기괴한 변형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 역시 보이지 않는 사회의 메스(?) 아래 매일 조금씩 스스로를 찢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두 딸들에게 은연중에 밤늦게 먹으면 못나진다고 말하는 나는, 소설 속 인물들이 자신의 신체를 낯설게 느끼거나 기괴하게 변형되는 과정을 겪는 것처럼, 다이어트 중인 나 역시 거울 속의 나를 온전한 생명체가 아닌 ‘빼야 할 지방’과 ‘다듬어야 할 부위’들의 덩어리로 대하곤 한다. 그녀들이 그려낸 이 생소한 '보디 호러'라는 장르가 사실 나의 일상과 닿아 있는 지독하게 현실적인 장르였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등 뒤로 서늘함이 스친다. 그런 이유로 내가 읽고 있는 게 아닐까... 결국 이 세상은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조각을 내어주고 더 작아지라고, 더 매끈해지라고 요구한다. 책을 덮고 다시 마주한 거울 앞에서, 나는 여전히 ‘조금만 더’를 되뇌며 이 굴레를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을 안다. 벌써 상반기 나의 다이어트 목표는 정해졌기에...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깨닫는다. 내가 매일 마주하는 이 사소한 허기와 강박이 실은 거대한 사회적 보디 호러의 한 장면이었다는 것을. #바디호러 #앤솔러지 #가부장제 #속박 #조각나고찢긴#문학수첩 #서브스턴스 |
|
총 3개의 주제로 나눠서 대략 다섯 명의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도인데 가장 먼저 나오는 에이미 벤더의 「프랭크 존스」부터 다소 기괴한데 보면 피부과에 가서 제거를 하는 쥐젓을 소재로 마치 이걸 하나의 새로운 생명체처럼 키워나가는 이야기 속 그녀의 이러한 심리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이것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짐작케 하는 이야기다. 메건 애벗의 「주홍 리본」은 섬뜩한 분위기의 한 가족의 살해 사건과 이야기를 바라보는 소녀의 인식 속 가족을 살해 한 그 아버지의 존재가 소녀의 아버지와 오버랩 되게 하는 이야기다. 리사 터틀의 「은닉 휴대」는 총을 여성의 몸에 기생하는 존재로 그려낸 이야기라 굉장히 신선한 발상이지 않았나 싶다. 유명 작가의 동명 소설로도 유명한 밸러리 마틴의 「네메시스」의 경우에는 마치 「육안 해부학」처럼 그 댓가를 치르는 이야기로 상대를 향한 혐오가 결국 자신에게 돌아 옴을 알게 한다. 하나의 주제로 써내려 간 작품으로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 억압과 속박에 놓인 여성의 이야기를 잘 담아낸 작품이라 생각한다. #조각나고찢긴 #조이스캐럴오츠 #마거릿애트우드 #문학수첩 #리뷰어스클럽 #바디호러 #앤솔러지 #가부장제 #속박 #여성바디호러앤솔러지 #추리소설 #미스터리 #책 #독서 #도서리뷰 #책추천 |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조이스 캐럴 오츠,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문학수첩 문학에는 오래된 질문이 하나 있다. 과연 몸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이 질문은 특히 여성에게 가혹하게 내던져져 왔다. 남성 작가들에 의해 여성 서사는 어떻게 쓰여왔는가? 여성의 몸은 욕망의 대상이었고, 동시에 죄의 근원으로 비난받았으며, 때로는 치료해야 할 병리로 취급되었다. 여성의 월경이나 임신, 출산, 성적인 욕망을 다루는 과거의 남성작가들의 문장을 보면 놀라울만큼 혐오적이다. 그래서일까. 여성 작가들이 쓴 바디호러는 단순한 공포 장르가 아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타인의 시선으로 해석되어 온 몸을 되찾는 이야기라 볼 수 있다. 눈물겹다. 여자사람선배들이 다시 쓴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그 길고 긴 투쟁이 아니었다면 감히 (여자 따위인) 내가 (여자 주제에 ) 이런 리뷰를 쓸 수 있었을까? ㅎㅎㅎ 놀라운 것은 괴물이 아니라, 몸 그 자체가 이야기다. 전통적인 의미의 “괴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 같은 존재보다 더 기이한 것은 우리 자신의 몸이라는 것. 어떤 이야기에서는 몸에서 자라난 돌기가 작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내고, 또 어떤 이야기에서는 몸속에 기생하는 쌍둥이가 자신의 존재를 주장한다. 누군가의 몸은 기억을 품고 있고, 또 누군가는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저주를 품고 있다. 이 책의 바디호러는 피와 절단의 공포가 아니다. 몸이 가진 서사 자체의 기묘함에서 나온다. 에이미 벤더의 《프랭크 존스》에 대해 줄거리가 좀 역해서 쓰기는 어렵고 아무튼 프랑켄슈타인이 떠오르는 이 괴기스러운 소설은 혐오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설정이지만, 그 기묘한 생명체는 오히려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려는 한 여성의 방어막처럼 보인다. 96세에 세상을 떠난 화자의 할머니는 네 번의 결혼을 했고 세 번의 이혼을 했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은 바셋 부인에서 뒤퐁 부인으로, 또 다른 이름으로 계속 바뀌어 왔다. 여성의 이름이 남편의 성에 따라 변하는 문화. 시대는 많이 달라졌지만 서양에서도 여전히 이어지는 오래된 관습이다. 하긴 우리가 아버지의 성을 따라 이름을 정하는 것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디에도 여성 자신의 이름은 없다. 타나나리브 듀의 《댄스》는 바로 그 지워진 이름과 억눌린 삶이 몸을 통해 되돌아오는 이야기다. 평생 가족을 돌보며 살아온 여성의 몸이 어느 날 갑자기 춤추기 시작할 때, 그것은 광기가 아니라 어쩌면 살지 못한 삶이 마지막으로 몸을 통해 말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호프먼 가족의 집은 동네에서 ‘귀신의 집’으로 불렸다. 피투성이가 된 채 나타난 베티 호프먼의 기억. 하지만 폭력의 아버지는 그것이 악몽일 뿐이라고 말한다. 정말 끔찍한 것은 유령이 아니라, 아무 일도 없었다고 강요되는 침묵일지도 모른다. 메건 애벗의 《주홍 리본》은 평범한 교외 가정이라는 가장 안전해 보이는 공간이 어떻게 공포의 무대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쯤 읽다보면 왜 책의 서문에서 이 위대한 여성작가들이 스스로 조각난 여성의 몸을 다시 맞추고 이어붙인다고 썼는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여성 작가들이 바디호러를 쓰게 된 것 아닐까? 우리 문화가 여성의 몸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바디호러의 주요 작가들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남성 작가들이 여성을 괴물의 몸의 형태로 썼다면 여성 작가들은 살아 있는 몸의 경험을 쓴다. 임신, 침입, 욕망, 질병, 아름다움, 노화. 이 모든 것은 공포이기 이전에 우리 현실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팠다.... 이 앤솔러지를 읽는 방식에 대해 써 보자면, 각 단편을 천천히 곱씹으며 읽는 것이 좋겠다. 어떤 이야기는 섬뜩하고, 어떤 이야기는 우화 같기도 하고 또 어떤 이야기는 시 같아서...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결국 여성의 몸을 되찾으려는 이야기다. 조각나고, 찢기고, 왜곡되어 온 몸을 다시 자기 서사의 중심으로 끌어오는 작업. 몸에 대한 문학적 반격이다!! 여성의 몸을 둘러싼 역사와 공포, 상상력을 가장 창의적인 방식으로 재조립한 강렬한 바디호러 앤솔러지 추천합니다 #바디호러 #앤솔러지 #가부장제 #속박 #조각나고찢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