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록’ 이라는 것을 구입 해 본 것이 얼마만일까. 아주 오래전에 전시회 도록을 몇 개 사 본 이후로 도록은 처음이다. 박물관 구경을 좋아하는 나는 외국에 나가더라도 꼭 그 나라, 그 도시에 있는 박물관을 구경하고 작은 도록이라도 챙겨 온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웅장한 박물관에 비하면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국립 박물관 건물조차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이번에 오랜 기간 동안 기획하고 공사한 국립 중앙 박물관이 문을 열고 사람들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개관을 하고 그 다음날 박물관에 갔다. 올해 말까지 무료 개방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꽤 많이 박물관을 찾았다. 하지만 박물관 건물을 워낙에 크게 지어서 그런지 그렇게 심하게 북적거리지는 않았다. 현대식 건물에 현대식 서비스, 그리고 현대식 조경들 - 모든 게 다 현대식이어서 약간은 우리나라의 문화가 건물 자체에 더 많이 부여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을 둘러보다 역시나 나는 도록이 관심이 가서 책 판매하는 곳에 들렀다. 거기엔 책 말고도 여러 가지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공간이었다. 과연 누가 도록 같은 것을 살까 싶었는데 예상외로 도록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한 권에 13만원이나 하는 도록이 빨리 사지 않으면 다 동이 날 것처럼 물량이 소진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도록은 소장가치가 있도록 꼼꼼하게 만들어졌다. 언론에서도 소개 되었다시피 이번 도록은 모든 소장품을 일일이 다시 사진을 찍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으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새로운 곳으로 이사 온 박물관에 걸맞게 도록도 이번에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새로 만들어진 도록은 세 가지 측면에서 칭찬 받을만하다. 첫째는 만들어진 상태가 아주 훌륭하다. 대충 만든 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책이 크고 사진이 위주로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편집 디자인도 깔끔하고 눈에 잘 들어온다. 두 번째는 유물 사진의 아래에 나오는 이름들을 모두 쉽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유명한 호랑이 그림이 있는데 예전에는 ‘용호도’라고 되어 있었으나 지금의 도록에는 ‘용감한 호랑이 그림’이라고 쉽게 표현되어 있다. 박물관에 가면 언제나 유물의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난감했는데 누구라도 쉽게 접할 수 있게 한자 이름을 풀어서 바꾼 것은 좋은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도록의 구성이 마치 국사 교과서를 보는 것처럼 전문적인 해설이 되어 있다는 것이 좋다. 이전의 도록은 그냥 유물을 보여주면서 그에 대한 해설만 간단히 적어놓는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시대별로 유물을 나눈 후에 전문적인 학자가 붙인 설명의 글이 있어서 도록을 모두 보면 한 편의 역사 소설을 읽은 듯이 우리나라의 역사가 머리에 남게 되어있다. 그냥 소개만 하는 도록에서 벗어나 우리역사의 설명과 정확한 역사 해설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위상을 더욱 높여 준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도 지적하였듯이 몇몇의 도록 내용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 특히 부처가 한쪽다리를 다른 쪽 무릎에 올리고 앉아서 손가락을 얼굴에 슬쩍 대고 있는 ‘반가사유상’이 도록의 설명에는 ‘일본의 것과 닮았다.’ 라고 표현되어 있어서 실제로는 일본이 우리의 것을 모방한 것인데 도록의 내용만으로는 우리가 일본의 것을 가져다 쓴 것 같은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도록을 만들면서 검토가 약간 부족했던 모양이다. 설마 일부러 그런 표현을 썼을까. 이것저것 따져 보다도 도록은 충분히 13만원의 가치가 있다. 이제 여기 저기 옮겨 다니던 우리의 국립박물관이 이제야 새집을 얻었으니 얼마나 기쁜가. 그런 의미에서도 도록 구입은 전혀 아깝지 않은 투자다. 게다가 도록을 통해서 역사 공부도 할 수 있으니 더 없이 좋은 자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