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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이라는 말은 아무에게나 붙이는 말이 아니다. 살아 있을 때는 물론이고 죽고 나서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람 정도는 되어야 한다. 예수나 베토벤처럼. 리히테르는 그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생전에 정말 죽어라 연주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 이면에는 소비에트에서 활동했다는 사연이 숨겨져 있다. 곧 예술가로서의 자각보다 노동자라는 명령이 더 크게 작동했다. 그 덕에 우리는 무수한 명연주를 음반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 책은 단순한 전기가 아니다. 리히테르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은 구술에 가깝다. 그만큼 연주자의 정신에 가장 근접하고 있다. 브뤼노 몽생종 은 그 역할을 멋지게 해냈다. 아울러 책에 수록된 리히테르가 연주회 때마다 남긴 노트는 기록으로서도 매우 의미가 크다. 이 메모를 읽고 해당 음반을 찾아 들으면 그 맛이 더 깊고 그윽해지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