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하는 책을 읽고 싶은 건 작가에 대한 일종의 관심이라고 생각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한 분인 김탁환 작가가 추천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 그녀의 책을 꼭 읽고 싶었는데 간절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우연히도, 정말 우연히도 그녀의 책을 만났고 새벽녘 어둠을 주위에 두르고 책을 읽었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글귀는 치매를 앓는 작가의 어머니가 써놓은 마지막 문장이다. 어머니란 존재에 대한 애틋함은 신이 사람에게 준 기본적인 따스함일 거라고 책을 읽어가며 생각했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맡기고 병원을 방문하여 엄마를 닦아드리고 손톱과 머리 손질을 해드리며 엄마의 변해가는 모습과 요양병원을 기록했다는 아니 에르노, 입원하기 싫어하는 어머니를 입원시키고 돌아서는 심정, 승강기에 올라 엄마를 떨치기 위해 빨리 버튼을 누르는 아픔. 문안을 가면 모두가 TV에 집중한 가운데도 고개를 돌려 딸을 알아보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본능적 모성마저 차츰 주변과 딸을 몰라보는 어머니로 변하는 과정을 기록해나가는 작가의 심정은 어땠을까, 어머니의 모습에서 자신의 노년을 바라보게 되고 어린시절 자신의 습관을 치매를 앓는 어머니에게서 발견하는 딸로서 그녀는 참담하고 비참하기도 했으리라. 어머니라는 구원과 같은 이름이 그 역할을 더 하지 못할 때의 심정 또한...
얇은 분량의 이 책은 쉽게 읽혀지기도 하지만 자전적 성격의 글이 가져오는 담백함과 겸허가 담겨있다.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쓰여진 책을 보며 사람의 태어남과 나이 들어감, 늙음과 죽음의 경계를 생각하며 삶의 덧없음과 살아내야함을, 나의 미래는 어떨까를 떠올리게도 된다. 아주 인상깊게 보았던 루이제 린저의 '사랑을 위해 저 커어튼을'이 떠오르는 건 이 작품이 일기 형식이어서일까, 그녀의 작품을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아니 에르노에게서는 루이제 린저가 읽혀진다. 담백하고 짧은 그녀의 일기가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내내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
|
글쓰기가 작가에게 늘 생산적인,삶을 정화하는 일만은 아니라는 게 느껴지는 작품이다.문장 하나하나 얼마나 아프고 힘겹게 쏟아 냈는지 책장마다 무게가 느껴진다. 여기서 작가는 어머니의 생애 마지막 삼 년을 일기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언제나 도움 받기 보다는 돕는 쪽이며 자식의 안식처이던 어머니가 세월에 눌려 주름살과 틀니,온전치 않은 정신의 성장하지 않는 어린이 모습이 된다.
우리 어머니도 요새는 입버릇처럼 <병 안="" 들고="" 곱게="" 늙어서="" 가야="" 할="" 텐데…="">라곤 하신다.어머니의 부재는 상상하기도 싫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다.정말 치매에 걸리시더라도 오래 살아 계시기만 하면 좋겠다. 여성을,인간성을 잃어가는 어머니와 환자들,이와 대비되어 로비에 늘 켜져 있는 텔레비전에서는 인생을 아름다움,젊음,모험으로만 연출한다.
작가는 죽음을 목소리의 부재라고도 이야기한다.맞는 말이다.사진은 남지만,그 따뜻한,안온한 어머니의 음성은 어머니와 같이 인어공주의 거품처럼,사라져 버린다.더 늦기 전에 얼마가 들더라도 남편 말대로 캠코더를 사야겠다. [인상깊은구절] 어머니는 내게 “간호사들은 누가 떠나가 버린 일에 관해서는 이야기해주질 않아.언젠간 나도 떠나게 될지 그것이 의심스러워.아마도 난 남아 있을 거야.” 라고만 말하고는 문득 말을 중단해버렸다.내가 죽을 때까지란 말은 생략한 것이다.하지만 바로 이 말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어머니는 살아 있었다.아직까진 앞날에 대한 계획과 욕구를 지닌 채 오로지 살고 싶은 소망밖에 없었던 것이다.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