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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내가 이사 온 곳은 아줌마가 사는 동네다. 원래 살던 동네에서는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아빠는 재혼을 결정하면서 이 곳으로 이직도 했다. 나는 불과 4개월 사이에 이 모든 일이 진행됐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아빠는 엄마와도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고 하는데, 역시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존재인 걸까.) -p11 아줌마는 말이 많다. 아빠는 말이 적다. 아줌마는 자기 말만 한다. 아빠는 자기 말도 안 한다. 그런데 두 사람 다 남의 말을 안 듣는다. 이게 바로 공통점이다. -p37 집으로 올라와 할머니가 해 준 맛없는 점심을 먹고 방에 들어가서 게임을 했다. 시간은 더디게 갔다. 할머니는 오랜만에 놀러 왔는데 왜 아무 데도 가지 않느냐고 했다.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부끄러웠으니까. -p59 태구의 세 번째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웃이 궁금했던 태구는 어느덧 세 번째 시리즈에서 새 가족을 맞이했다. 태구의 시간이 내 시간처럼 흐르고 있었구나. 태구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가 태구가 되었다가, 태구의 아빠가 되었다가, 태구의 할머니가 되었다가 하는데 3권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태구 그 자체였다. 되게 실없는 농담 같은데, 무거운 의미를 담은 채 말하는 태구의 모습에 낄낄거렸고, 옛 동네에서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해할 때는 나도 태구처럼 슬픈 공허함을 느꼈다. 내가 낄낄거리며 책을 읽었더니 옆에 있던 첫째가 "엄마, 그 책이 그렇게 재밌어?"라며 태구의 이야기를 궁금해했다. 학교 급식이 더 맛있다며 내게 핀잔을 주는 우리 아이들과 비교해보면 태구는 속이 꽉 찼다. 할머니의 맛없는 음식도 열심히 먹더니, 새 엄마의 음식도 그랬다. 또래와 비교해보면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게 아닌데, 할머니와 아빠 마음을 은근히 꿰뚫어볼 줄 안다. 할머니처럼 새 엄마도 말이 많지만, 그 시끄러움이 그리 싫지는 않다. 내가 보기에 태구도 말이 없는 편은 아닌 것 같으니까. 태구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인간극장 보는 그런 맛이 난다. 30분 영상에 태구가 살고 있는 모습이 스윽 비치는 기분이다. 태구의 말 한 마디가 자막처럼 지나가는 기분. 우리 옆집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친숙한 느낌의 아이, 태구다. 태구의 말이, 왜 이렇게 웃음이 나는지, 기특하고 대견하고 살짝 애잔하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자기 마음을 잘 어루만져가며 성장하는 모습에 응원하게 된다. 3권에서 시작된 태구의 새로운 시간, 태구답게 그 시간들을 잘 마주해보기를! 반드시 태구의 시간으로 만들어낼 테지만 말이다. |